가전제품 연결하는 무선 인터넷 기술 각광..언제 어디서나 정보 단말기 활용

「컴퓨터 퇴조, 정보단말기 부상」.20세기를 정보화 사회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컴퓨터다. 이 컴퓨터가 21세기엔 어떤 형태로 변해갈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PC 종말론」이 대두되고 있다.독립적 존재에서 네트워크라는 생명줄을 달면서 컴퓨터는 20세기의 대미를 장식했었다. 인터넷이라는 이 생명줄은 그러나 세상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원하고 있다. 그 선두에서 움직이는 것이 휴대형 정보단말기다. 여기에는 현재의 이동통신 단말기도 들어있다. 컴퓨터 이상으로 시장을 확보한 이동통신은 그 역할에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기능을 하나둘씩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합류한 것이 PDA 등 휴대 정보단말기와 휴대형PC(핸드헬드PC)다.컴퓨터가 단순한 계산기의 역할에서 정보처리 기기로 변모했듯이 이동통신 단말기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에서 정보처리의 기능을 추가하고 이를 세상과 엮어내는 역할까지 포괄하고 있다.그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낸 곳이 지난 11월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 컴퓨터 박람회 컴덱스폴99 (COMDEX Fall 99)다. 여기선 무선인터넷과 새로운 컴퓨팅 기술이 선보였다. 전시회의 주인인 데스크톱PC 등 컴퓨터 기기의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인터넷의 유일한 매개체였던 컴퓨터 대신 휴대용 단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네트워크 기술이 정보혁명 주도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업체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회사의 뿌리인 데스크톱용 윈도보다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정보단말기용 「스팅거」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는 듯 했다.1∼2년 전이라면 전혀 생각도 못할 변화다. 최근 출시된 인터넷 휴대폰 등은 휴대폰이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니라 「주머니에 넣는 컴퓨터」로 탈바꿈했음을 보여줬다. 디지털TV 등도 인터넷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냉장고·에어컨·시계·전자레인지로도 E-메일을 주고 받게 된다는 것이다.컴퓨터 기술의 각축장인 컴덱스에서 블루투스(Bluetooth)라는 무선 네트워킹 기술 표준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두었던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블루투스는 지난해 5월 에릭슨 노키아 IBM 등 5개 업체들이 결성한 「블루투스SIG」가 공동 개발한 표준으로 개인이 사용하는 모든 정보기기와 가전제품을 무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이 기술은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과 함께 인간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변화의 선봉이 MPU(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 AMD가 「이지나우」에 채택한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임베디드 시스템은 하나의 칩에 전자제품의 작동원리를 담아 OS가 없어도 작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독점하던 기존 OS시장도 리눅스의 출현으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그러나 이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해 아직은 관망의 자세를 견지하는 측도 없지 않다. 세상이 변하더라도 주류는 여전히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다른 형태로 변할 것이라는 얘기다.전자통신연구원의 컴퓨터소프트웨어연구소 황승구 멀티미디어연구부장은 『세상이 갑자기 변화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 기술들이 옛 기술을 하나둘 역사 뒤로 밀어내되 여전히 살아남는 것은 있다』고 말했다.그는 새로운 기술들이 현실생활에 활용되더라도 현재의 주류인 데스크톱PC와 노트북 등은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시장에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하나의 모습이 사무용 기기 업체인 제록스가 추진하고 있는 UBIQUITOUS(어디에나 있는)나 NOMADIC(유목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기기 프로젝트다.새로운 정보기기가 휴대 중심적인 제품으로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휴대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 회사의 기술개발 개념이다. 현재의 공중전화나 현금자동입출금기와 같이 컴퓨터 등의 정보처리 단말기가 어디를 가든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이들은 또 2002년경에 이르면 현재의 PC+노트북 시장규모와 휴대형 정보단말기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형태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점에 다다르면 컴퓨터와 정보단말기가 임계점에서 만나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례연구 / 국내삼성, 무선 인터넷PC 'IZZI Web' 개발세계적 추세가 그렇듯 국내에서의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의 개발 또한 인터넷을 향한 걸음에는 변함이 없다.기존 Stand Alone(1대의 PC를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형태) PC가 네트워크 의존적 PC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연결 PC는 많은 것을 담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엔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부터 필요한 S/W를 다운 받아 사용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시작되면서 더욱 그렇다.최근에 눈에 띄는 신제품으론 삼성전자가 개발한 무선인터넷PC 「IZZI Web」이 있다. 이 제품은 컴퓨터 부팅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스위치만 누르면 바로 인터넷에 연결된다.이지웹은 휴대하기 편한 패드타입으로 10인치 LCD(액정표시장치) 화면과 본체, 키보드, 전화선이나 초고속 인터넷회선을 연결하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 기본 사양으론 사이릭스 200Mhz CPU, 32MB 메모리와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해 컴맹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속이 가벼운 컴퓨터」의 전형이다. 이지웹이 PC에 가까우냐, 아니면 정보단말기에 가까우냐에 이르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정도다.삼성전자는 내년 6월 상용화와 함께 이지웹을 인터넷 콘텐츠 및 접속서비스와 묶어 패키지로 공급할 예정이다. 앞으로 근거리통신망이나 자체 통신을 지원하는 모듈을 개발해 좀 더 싼 가격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노트북 부문에 있어서는 가격 낮추기 추세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일부는 PDA 등 정보단말기의 크기만큼 줄이면서도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저가형 PC 및 노트북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삼보계열의 e머신즈가 그 대표적인 예다.하지만 박스형태의 컴퓨터나 노트북 형태에서 컴퓨터가 더 이상 진화하기 힘들다는 관점에는 국내에서조차 이견이 많다. 조만간 손목시계형 컴퓨터 등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의 출현 등으로 컴퓨터의 대혁명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