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성장주 찾기 금물...'기업' 아닌 '주가' 판단후 투자해야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정보 통신 관련주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시장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소위 벤처기업들의 열풍은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IMF시대를 거치면서 숱하게 쏟아져 나온 기업들의 부도사태 와중에서는 도저히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 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정성이란 눈꼽만큼도 발견하기 어려운 이들 주식에 왜 갑자기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태풍의 눈이었던 대우사태가 어떤 형태로든 정리되고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뉴밀레니엄을 맞아 산업의 발전 행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 주요인일 것이다. 한마디로 디지털경제로 진입하면서 기존의 각 산업은 엄청나게 변화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러한 변화의 첨병이 바로 인터넷 정보통신업체들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바로 코스닥 시장이다.미국 나스닥시장의 현황은 코스닥시장의 향후 전망을 예측하는데 있어 좋은 기준이 된다. GDP대비 시가총액은 14%로 나스닥의 44%에 비해 매우 낮다.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거래소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여전히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시장 수급면에서도 시장의 참여주체인 개인, 기관,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코스닥시장의 현재 추세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즉 기관들의 경우 수익증권의 지속적인 환매 움직임 속에 갈수록 매수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 역시 Y2K문제와 연말 연초라는 시기적인 문제로 증시 개입강도를 현저히 줄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거래소시장의 상승탄력성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개인투자자들은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동자금을 바탕으로 고수익의 코스닥 등록기업의 공모에 몰리고 있다. 점차 거래소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과 외국인투자가들도 코스닥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성장 잠재력 여전히 높아한편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세를 보이는 코스닥시장의 상승세, 여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해 왔던 주식투자의 또 다른 포인트가 있다. 바로 성장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다. 그렇다 해도 문제는 있다. 한국경제의 틀 내에서 성장주가 갖는 의미를 미국의 나스닥시장 주식들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우리시장에서 주요한 가치평가의 틀로 생각해왔던 가치주들은 이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성장주에 대해 새롭게 가치부여를 한다 해도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성장주들에 대한 명쾌한 가치평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주식을 무조건 거품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류대로 따르기도 여간 껄그러운 것이 아니다.그동안 시장에서 절대적인 가치판단의 도구가 되어왔던 PER나 EV/EBITDA 등과 같은 지표의 의미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이다. 기업의 수익성 변화를 바탕으로 한 기업 내재가치가 주가판단의 기본적인 도구로 오랫동안 인정되어 온데에는 충분한 이유나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과거 우리 주식시장에서 이같은 성장주와 가치주의 시장패턴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4년 소위 생명공학관련주나 전기전자 주식들의 돌풍은 당시 우리나라의 성장 주도산업의 변화 또는 그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즉 새로운 성장주에 대한 가치부여인 셈이다.반면 외국인 직접투자가 허용되었던 1991년 이른바 PER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PER에 따른 가치판단의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당시 누구나 저PER주식을 찾기 시작했다. PBR나 EV/EBITDA 등과 같은 기업의 가치에 바탕을 둔 가치평가 기법이 새로운 주가 패턴을 형성했던 것이다.이렇듯 성장주나 가치주의 시장 주도는 그때 그때의 산업환경이나 증시패턴에 따라 반복되면서 시장의 주요 테마로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성장주의 시장 주도는 절대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시장을 지배할 절대적인 가치기준도 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다만 뉴밀레니엄 진입이라는 시대적 환경변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주의 부각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절대적인 기업가치에 바탕을 둔 주가판단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업의 핵심사업 가치판단도 중요우리는 코스닥시장의 상승과 거래소 시장의 상대적인 침체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코스닥시장은 주식 투자가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큰 수익을 제공했는가 하면 좌절도 안겨주었다. 코스닥시장이 고수익 기회가 많은 반면에 투자위험도 크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상황에 쉽게 현혹될 수 있게 한다.우선 그 기업이 하고 있는 핵심사업에 대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 또는 향후에 계획하고 있는 핵심사업이 기술력, 품질,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또는 해당품목이 성장산업인지 사양산업인지, 시장진입에 대한 위험도가 큰지 작은지 하는 점 등이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다각화에 대한 발표, 개별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해당기업이 속한 산업 전망 등만을 중시하는 투자는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투자에 앞서 또는 투자직후에도 해당기업을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비록 코스닥기업이 상장기업에 비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노력만 한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다. 인터넷기업에 투자하면서 해당기업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지도 않은 투자자, 전자상거래기업에 투자하면서 해당기업 사이트를 방문하여 주관적으로 평가해보지 않은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주식투자는 항상 주가를 감안해서 기업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고성장, 고수익성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도 그 잠재된 기업가치 이상의 주가가 형성된 기업이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전망이 밝아 보이는 기업이라도 최근 주가흐름이나 유무상 증자, CB(전환사채)발행 여부 등을 반드시 알아보고 기업이 아닌 주가를 판단한 후에 투자를 해야 한다.코스닥 돌풍이 불어닥친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 현시점에서 이제 서서히 종목별로 주가 차별화도 진행될 것이다. 진정한 가치를 가진 기업이라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나 그렇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상승한 기업이라면 주가가 하락하거나 아니면 도태될 것이다. 맹목적인 성장주에 매달리기 보다 이제는 가치가 뒷받침된 성장주를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