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되면 초단기 매매자 급증ㆍ가치투자 가능 등 상반된 영향 예상

지난 9일 VA리눅스시스템스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컴퓨터 운영체계인 리눅스에 기반해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이 회사의 공모가는 30달러였다. 상장된 날 이 회사의 종가는 2백50달러였다. 하루만에 2백20달러(7백33%)가 올랐다. 첫 거래일의 상승폭으로는 지금까지 최고기록이었던 더 글로브 닷컴(The Glove.com)의 6백6%를 뛰어넘었다.상장 하루만에 7백33% 이상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증시에 가격제한폭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VA리눅스시스템스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됐다면 적어도 18일은 상한가를 기록해야 했다. 거래일 기준으로 대략 한달이 걸리는 셈이다.가격제한폭제도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시장안정대책의 하나로 유지되고 있다. 이 제도는 주식시장 참가자들에게 주가변동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룰 갖고 대응하도록 도와준다. 기업 내재가치와 무관한 정보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차단하는 것도 이 제도의 기본 취지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가격제한폭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거래소시장 15%, 코스닥시장 12%의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다.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1월30일 현행 가격제한폭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한후 궁극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위의 발표대로 가격제한폭이 폐지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홍성수 동부증권 투자분석부 선임연구원은 설명한다.무엇보다 미국 증시처럼 초단기매매자(Day Trader)의 비중이 급증할 전망이다. 가격변동폭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을 노리는 초단기매매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가격제한폭이 없어질 경우 지금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3만원에 산 주식이 갑자기 10만원으로 상승할 경우 하루에 2백33%의 수익률을 올린다. 반대로 10만원 주식이 5만원으로 하락할 경우도 배제하기 힘들다. 미국 시장에서는 초단기매매자의 30% 미만이 시장초과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이들과 달리 보다 엄격한 기업분석에 따른 가치투자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제한폭의 폐지로 시장효율성이 증대되면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능력이 요구된다. 특정업체의 매출이나 순이익 증가율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따른 투자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증시처럼 증권사 리서치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역으로 이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신 뮤추얼펀드나 투자신탁(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결국 가격제한폭 폐지는 초단기매매자의 증가와 기관투자가들의 역할 제고라는 다소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업적으로 초단기매매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투자자들이 뮤추얼펀드나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홍선임연구원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