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6%안팎...물가ㆍ금리ㆍ환율 등 불안요인 변수

내년 국내 경제는 올해보다 다소 속도가 떨어지겠지만 최고 7.0%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엔화강세 등 외부여건의 호조와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확장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실질GDP성장률)을 5.4∼7.0%로 전망했다. 금년도 성장률(9.1%: 잠정)보다는 둔화된 수치지만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보기엔 충분하다. 그 이유는 금년도 경제성장률의 거품요인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 금년도 성장률은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국내 총생산이 5.8%나 줄어들었던 작년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70년대 이후 6번의 경기순환을 거친 과거 경험을 볼 때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된 기간은 평균 33개월이었으므로 이를 고려하면 2001년에는 성장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국내 경제는 이미 작년 8월경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9%를 상회하고, 물가는 소비자물가가 1% 이내에서 안정됐으며 경상수지도 2백50억달러가 넘어섰기 때문이다. 금년초 IMF와 협의한 2%의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놀라운 회복세다. 올해는 세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올해의 경기회복에는 소비와 설비투자, 수출의 견조한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소비는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의 증가 등으로 금년 3/4분기 현재 이미 외환위기 이전(97년 3/4분기)의 1.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설비투자도 매우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외환위기 이전의 90% 정도를 달성했다. 수출도 엔고 및 세계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17%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내년에도 경제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원만히 추진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3.7%, 시중금리(회사채수익률: 무보증 3년)는 9.8∼10.9%, 환율(원/달러) 1천80∼1천1백11.3원, 수출액 1천5백3억∼1천6백35억달러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대체로 전망이 일치한 것이다.이외의 전망은 경제연구소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경제성장률은 소비증가세 지속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경제연구소는 5.4%로 가장 낮게 전망했으며 동원경제연구소는 7.0%로 가장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 둔화로 다소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동원경제연구소는 임금상승으로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수출과 투자가 지속적인 활기를 띠어 7.0% 경제성장률은 무난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내년도 1/4분기 성장률은 LG경제연구원이 9.8%로 가장 높게 전망했으며 가장 낮은 전망치는 대우경제연구소의 6.2%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은 각각 6.5%와 5.8%로 추정했다.◆ 투자 마인드 회복, 다소 시간 걸릴듯올해 경제회복의 한축을 담당했던 설비투자는 가장 전망이 엇갈리는 부문으로 나타났다. 무려 8.3%라는 의견차이를 보였다. 대우경제연구소는 9.5%로 가장 저조한 증가세를 예상한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17.8%로 올해의 급증세(36.9%: 잠정)를 다소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기업부채비율 지속과 금리상승 등으로 설비투자 증가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견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호조와 소비증가에 따라 기업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 제조업 부문의 설비확충 필요성이 증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DI와 KIET는 각각 11.5%와 15.1%로 전망했다.건설투자 증가율은 5.7%의 의견차이를 보였다. 동원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사회간접자본(SOC)투자가 4.7%로 전체 예산 증가율(5%)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에 3.9%라는 저조한 증가율을 예상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재개발 및 신규주택공급 증가로 올해 증가율 마이너스 8.3%(잠정)가 급반전한 9.6%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KDI와 KIET도 각각 3.4%와 3.6%라는 다소 낮은 전망을 내놓았다.경상수지는 현대경제연구원이 8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반면 LG경제연구원은 1백45억달러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2백52억달러: 잠정)에 비해 큰 감소세를 나타낼 요인으로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증가 속도의 수출증가 속도 압도와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인한 서비스 수지 악화를 거론했다. LG경제연구원도 여기에는 동의하지만 외채감소로 대외이자 지급이 줄어들면서 투자수익 수지의 개선이 경상수지 감소폭을 완화할 것이란 견해다. KDI와 KIET는 각각 1백9억달러와 1백14억달러로 전망했다.그러나 각 연구소들이 공통적으로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해 급랭(hard landing)하거나 일본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계 경제가 침체할 경우 국내 경제는 또 한번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김광렬 수석연구원은 『현재 고평가된 것으로 평가된 미국주가가 20%이상 조정에 들어가면 미국 경제와 환율에 악영향을 미쳐 5%후반으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뿐만 아니라 성장의 부산물인 물가불안과 금리상승이 경제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는 정부의 강력한 금융시장 안정정책으로 인해 금리상승이 제한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금리상승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구조조정 채권 발행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재정적자 압력이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기업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경제성장은 발목을 잡힐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KIET 김원규박사는 『내년도 2/4분기∼3/4분기에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노사분규와 임금 상승 요구가 경제성장률을 다소 둔화시킬 것이나 원만히 해결될 경우 오히려 경제성장을 가속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