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작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해오던 목적세 폐지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려던 조세체계간소화 임시조치법안의 국회제출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밝혔다.목적세란 세금징수단계에서부터 재원의 사용처를 미리 정해놓은 세금을 말한다. 특정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안정적인 재원확보가 필요할 때 주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목적세는 국가방위나 교육 등 특정부문에 세금을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워 세목을 신설할 때 국민을 설득시키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그러나 정부 재정은 세입과 세출을 곧바로 연결시키지 않고 세입을 일단 국고에 집중시켰다가 매년 당시의 경제상황과 여건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지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만 한정된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따라서 목적세는 그같은 재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세금을 거둘 때부터 특정사업에만 쓰도록 정해놓았기 때문에 실업자가 많이 발생하는등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그 재원을 돌려 쓸 수 없다. 또 그러다 보니 나라살림의 상당부분이 미리 정해져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축성을 잃는 경직화 현상을 부추기는 병폐도 있다.칸막이식 예산집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낭비 요인도 많을 수밖에 없다. 다른 일반예산은 사업별 타당성을 따지고 검증받아 배정받지만 이들 목적세 예산은 미리 정해져 있어 아무래도 사업성 검토등이 소홀해지기 쉽다. 다른 예산에 비해 방만한 집행의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또 우리나라의 현행 목적세는 다른 세금에 부가해서 거두기 때문에 조세체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컨대 농특세는 증권거래세 특별소비세 자동차취득세 종합토지세등 7가지 세목에 덧붙여 부과하고 있다. 교육세는 담배소비세 주세 특별소비세 등 11개 세목에, 그리고 교통세는 휘발유와 경유소비에 부과된다. 결국 이같은 부가 세금으로 인해 해당상품의 가격체계를 왜곡시킬 뿐만아니라 조세부담의 형평문제도 야기시키고 있다.예컨대 자동차 한대를 살 때 내는 세금이 원래 내도록 돼 있는 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이외에 특소세에 붙는 교육세, 등록세에 붙는 교육세, 취득세에 붙는 농특세등 무려 7가지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조세체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목적세 폐지를 추진해왔으나 관련부처, 즉 목적세를 재원으로 소관사업을 벌이고 있는 부처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의 목적세는 지난 76년 방위세가 처음으로 도입됐으나 지난 90년 폐지된바 있다. 그러나 82년부터 교육세가 새로 만들어졌고, 94년부터 농어촌특별세와 교통세가 신설됐다. 농어촌특별세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로 농산물 수입개방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2004년6월말까지를 시한으로 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 쓰도록 했다. 교통세는 2003년말을 시한으로 휘발유와 경유소비액에 최고 30%의 세금을 매겨 도로및 지하철건설등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