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구조조정을 끝내고 새 천년부터 힘찬도약의 날개짓을 한다.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재계는 부채를 줄이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5대 그룹의 한 구조조정본부장은 『정부의 개혁 압박이 워낙 거세 고개를 들기도 어려웠다』고 1999년 한해를 회상했다. 그만큼구조조정을 추진해온 대기업의 부담이 컸던셈이다.자율이건 타율이건 대부분의 그룹들은 주채권은행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이행했다.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과 6대 이하 28개 그룹 등 32개 그룹이 부채비율 2백%를 무난히 달성했다. 4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작년말 3백52%에서 연말엔 2백%이내로 낮아지는 것이다. 4대 그룹의 부채는작년말 1백65조2천억원에서 1999년말 1백35조3천억원으로 떨어져 1년새 30조원 정도의부채를 상환했다.◆ 자율적으로 기업체질 강화 예정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계열사도 크게 줄였다. 현대는 계열분리 매각 등을 통해 53개의계열사를 감축했으며 삼성도 당초 계획보다3개가 많은 25개 계열사를 줄였다. 또 분사등을 통해 대대적인 조직 및 인력 재구축 작업을 벌였다. 반도체 항공 등 7개 업종에 걸친 빅딜을 통한 몰아주기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5대그룹의 경우 빅딕을 통해 모두 2조3천억원의 과잉 중복·투자자산을 줄였다고 밝혔다.김대중 대통령도 재계의 구조조정 성과에 후한 점수를 줬다. 지난 1999년12월2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정·재계 간담회의분위기도 시종일관 밝았다. 여느 때의 정·재계간 만남처럼 살벌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간섭하지않겠다고 밝혔다. 경쟁력있는 기업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면 오너경영이 문제될게 없다는점을 분명히 했다.이에 앞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도12월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말했다. 그는 『앞으로 기존의 제도와 원칙을 기업이 잘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점검하겠지만 개별 사안에 대해 간섭하지않겠다』고 강조했다. 이기호 경제수석 등정부 고위 경제관료들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구조조정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재계는새 천년부터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대기업들은 내년부터 e-비즈니스 생명과학 디지털 등새로운 미래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이 과정에서 기업간 전략적 제휴도 잇따를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LG 등은 이같은 포석에 따라 40대 테크노 CEO(최고경영자)를전면에 내세웠다. 40대 젊은 CEO들은 미래성장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관련 벤처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갈 전망이다. 이를 위해기업간 우수 인력을 스카웃하기 위한 경쟁도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재계는 내년부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투자설명회(IR)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룹 계열사간독립경영체제도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재계는 내년에도 제2금융권 지배문제와 소유지배구조 문제로 또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그러나 재무구조를 개선해 체력을 보강한만큼 사세 확장에 무게를 두고 경영계획을 마련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