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 게임 프로팀 창단 붐... 외국 용병 선수 수입도 추진

『직업이 뭐예요?』『G사 소속의 프로 게이머(Pro Gamer)입니다.』놀이(게임)를 직업으로 삼는 아직은 생소한이름의 「프로 게이머」에 이어 프로게임구단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옛날 같으면 「노는데 무슨 돈을 주냐!」는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과 정보화라는 뉴패러다임은 직업의 개념마저 새롭게 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선 무엇이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그 가치를인정받게 된다.게임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예가 한국통신의 인터넷 서비스 코넷 광고 모델로 나온 이기석(ID Ssamjang,20) 군이다. 그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세계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뜨는 프로게이머의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전의 김도형(프로게이머의 시초)이나 신주용(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버전 세계대회 우승자)과는 또 다른 스타가 탄생된 셈이다. 더 나아가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은 프로게임구단과 프로리그의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최근 기업들이 게임의 프로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프로팀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재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공식 활동을 하고 있는 프로게임팀은 5개 정도다.그 첫 케이스가 SG프로팀(매니저 서재환, 28)이다. 이기석을 배출한 슬기(SG)PC방의 길드(Guild: 스타크래프트 동호회 단위)에서출발해 지난 1999년 6월 청호정보통신의 후원으로 프로팀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어 12월엔 인터넷 기업 골드뱅크가 후원한 골드뱅크팀(매니저 임영수, 29), 컴퓨터 교육 및광고업체 키프의 로렉스팀(매니저 박창식, 25) 등이 활동에 들어갔다.또 시내전화 사업자 하나로통신과 스폰서 계약을 추진 중인 에이스팀(매니저 박숭철, 35)과 NAN PC방의 고수들이 뭉친 NAN팀(매니저 김한상, 28) 등이 조만간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이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삼성 LG 한화 그룹 등도 기존 프로팀 및신생 선수들에게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들기업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프로게임팀 창단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두루넷과아이네트 등도 이 대열에 가담할 기세다.최근 끝난 만화케이블TV 투니버스 대회의 경우 삼성 동양제과 스포츠조선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등 8개 기업들이 대회 스폰서로 나서는 등 프로게임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대부분의 프로팀은 한명의 매니저나 팀감독에 5∼6명의 선수를 보유하는 형태로 구성돼있다. 스폰서십은 1년 계약으로 공용 차량벤 1대와 팀 오피스텔 1채 지원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각 선수별 연봉 계약은 별도로이루어진다. 그간 성적이 좋은 선수일수록당연히 연봉은 높다.골드뱅크의 경우 초대졸 이상의 연봉이라고만 귀띔했지만 주위에선 이들의 연봉이 2천만∼2천5백만원 가량이라고 말한다. 한달에기본 1백50만원 정도다. 초기 SG 선수의 연봉이 6백만원 수준이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따라서 웬만한 프로게임팀을운영하기 위해선 1년에 약 10억원이 소요된다는 게 후원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적 좋으면 월 3백만원 이상 수입프로게이머들의 수입은 여기에다 각종 게임대회 사이트에서 거둬들이는 상금과 광고수익, 그리고 TV 출연 및 게임시 게임당 출연료 등이 덧붙여진다. 성적이 좋은 선수들은한달에 3백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게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1999년말 끝난 투니버스 대회의 경우 1일출연료 20만원에 우승상금 1천만원이었다. 2000년 1월 1일부터 2월13일까지 진행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타이베리언 선 대회(주최: EA코리아, 쓰리콤)」의 경우 1등 상금 1억원이다. 최고대우의 프로축구나 야구선수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게임이 가상 스포츠로서 자리잡았다는 증거다.이같은 현상에 따라 선수의 스카웃 등 일반스포츠 경기에서와 같은 룰도 급속히 스며들고 있다.이미 외국 용병의 수입도 진행되고 있다. 골드뱅크팀은 스웨덴의 게이머 빅터마틴을 지난 7월에 수입 팀에 합류시킨 상태다. 빅터마틴은 골드뱅크 프로농구단인 스니크즈의외국 용병에 준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이 회사 매니저는 밝혔다.게다가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 뒤늦게 시작됐던 여자 프로선수들의 출현도 사이버의 전파속도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프로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자선수는 2명 정도다. 최근 하나로의 후원을 받은 에이스팀의김경미(ID MISIRI, 24)와 NAN팀의 현정윤(IDNON kerrigan, 25)은 게임계에선 알아주는여전사로 통한다.이같은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혜택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청강문화산업대학의 경우 이 학교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대회 상위입상자들에겐 게임학과 특차입학의 혜택을 주고 있다. 에이스팀의 최진우 등이 이같은 혜택의 수혜자다. 키프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자사의 인터넷게임교육원(IGA)의 강사 자리도 주고 있다.오후 2시쯤 지친 눈을 비비고 일어나 게임실로 출근하는 프로게이머들은 새천년을 테란,저그, 프로토스(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전사종족)와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매일 매일새롭게 나오는 게임들에서도 눈을 때지 않는다. 그들은 프로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 김경미 여성 프로게이머 인터뷰『배틀탑(스타크래프트 게임사이트)에서의 첫 승리 후 그 기쁨을 잊을 수가 없어 게임에 빠지게 됐었지요.』좀처럼 쉽지 않은 스타크래프트 월별대회의 연승(8월, 9월)으로 여성 프로게이머로서의 이름을 알린 김경미(24)씨는 오락이라곤 테트리스에도 익숙지 못한 숙맥이었다.치과용품 관련 무역회사에 다니던 그녀는 IMF 이후 실직의 아픔을달래기(?) 위해 1999년 1월 남동생의 손을 잡고 PC방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것은 3월. 이로부터 5개월만인 8월에 배틀탑 월별 여성대회에 우승해 1백만원의 상금을 손에 쥐었다. 이때까지 집안의 반대는 극심했다.『어느 부모가 다 큰 딸이 PC방에서 종일 지내는 것을 좋아하겠어요. 어머니도 처음엔 반대가 심했었죠.』그녀가 8월에 이어 9월 대회에서도 우승하자 그녀의 어머니는 너무자주 혼자만 우승하는 것 아니냐며 게이머로서 그녀를 인정해줬다고한다.그녀는 여성이 직업으로서 게이머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사회의편견 없는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게이머를 직업인으로 인정한다면 남자든 여자든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회 상금의 경우도 현재 여성대회는 남성 대회의 6분의 1 수준으로직업인으로 살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또한 남성 게이머들의 편견으로 인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그는 두번의 대회 우승 후 프로게임팀 에이스로부터 팀에 합류하자는 권유를 받은 이후 비로소 프로게이머로서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고한다.현재 배틀탑에 등록된 여성 게이머의 수가 5백명 수준으로 확대돼그나마 위안이라는 그녀는 새 천년에도 남자 못지 않은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