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주 반감 우려... 지분은 35% 유지

「70%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과감하게 투자한다.」인터넷 제왕, 마이더스의 손, 인터넷 제국의메시아적 존재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손정의(43) 소프트뱅크 사장의 투자원칙이다.최근 나래이동통신과 함께 1억달러를 투자해국내에 소프트뱅크홀딩스코리아(SBHK)와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BVK)를 설립키로 하면서 손정의 사장의 투자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9년 1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의 전략적 제휴 조인식에서 밝힌 손정의사장의 투자원칙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있다.첫번째가 분산투자다.그는 국내에 투자할 1억달러 가운데 8천만달러를 직접투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위험성을 지닌 「벤처」 투자는 40% 미만이다. 20%는 이미 소프트뱅크가 투자해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기업에 대한 추가투자형태다. 나머지 40%는 기업공개 바로 직전의 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다. 이는위험성은 적고, 고수익 실현 가능성은 높다.이런 기업을 공략하는 것이 손사장의 첫번째투자 전략이다.두번째로 기존 주주의 반감을 줄이는 투자전략이다.손사장이 원하는 지분의 최대 상한선은 35%대다. 그는 어떤 기업에 투자하든 가능하면35%의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35%의 지분이 지니는 의미는 피인수자의 반감을 줄이면서도 향후 적극적 경영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선이다. 그는 이런 형태의 회사를 글로벌 지주회사로 부른다. 그의직책을 소프트뱅크 그룹의 「회장」이 아닌직원 4명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으로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끝으로 최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투자전 기업분석 철저히그가 인터넷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게 된 것도 시장의 성숙도와 이익 창출의 최대접점으로 여겨진 1994년이었다.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선 사업 시작시 투자하는 것이 좋다.하지만 이는 미래를 점칠 수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최대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투자를하자면 기업이 최고로 성숙한 시점에 투자를해야 하나 이때는 이윤이 최저인 시점이다.그가 보는 투자시점은 기업이나 사업 산업이「70% 정도 익은」 시점이다.이같은 투자원칙으로 그는 다양한 기업 분석도구를 통해 철저한 분석을 진행한다. 손사장과 오랜 친분으로 그의 경영서 「손정의 21세기 경영전략」을 펴낸 이시가와 요시미는「손의 제곱병법」과 「천번 노크 이론」으로 그의 경영전략을 설명한다.산의 정상에서 주위 전체를 둘러보고 비전을그린 다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손의 제곱병법이다. 또 매수대상 기업의 경영상태를 1천종류의 그래프로 분석한 후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천번 노크이론은 손사장의 치밀한 분석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그렇다면 왜 손사장은 한국에서 투자 파트너로 나래이동통신을 선택한 것일까.나래이동통신은 지난 2년간 기울어가는 기업에 속했다. 1998년말 시티폰의 실패로 수백억원의 순손실을 입은데다 PCS의 출현으로가입자는 최고 2백30만명(1997년말)에서 1999년말 현재 50만명에 불과한 상태다.경영실적도 1997년말 매출 2천3백43억원(순이익 2백71억원)에서 1998년 1천7백억원(순이익 1백30억원), 1999년 예상매출액 1천억원(순이익 80억원) 정도로 하향 곡선을 긋고있어 투자대상 기업으로서 최고는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사장이 나래를 선택한데는 이유가 있다.그 첫째 이유는 나래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업지분을 들 수 있다. 나래가 보유한정보통신 및 금융관련 주식은 삼보컴퓨터지분 4.6%(1999년 12월말 현재 약 1천억원)와두루넷 3.5%(약 1천4백억원) 등이다. 또 소프트뱅크코리아 지분 47%, PC통신업체 나우콤 14%, 사이버텍홀딩스 7.6%, 나래시큐리티8.94%,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3.4%, TG벤처(구 한국개발투자금융) 3.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흥벤처 30여개 기업에도 현재 투자해 놓은 상태다. 대부분이 손사장이 선호하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이다.또 나래는 2000년 1/4분기에 초기자본금 1백50억원의 사이버증권사 YesTrade를 설립하기위해 현재 여의도에 교두보를 마련해 놓고있다. 당초 나래는 1999년 4/4분기에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었으나, 소프트뱅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이를 미루어 놓은 상태였다. 손사장은 이 나래의 지분 20% 가량의 매입권리를 인정받는 조건으로 공동투자에 합의한 것만 봐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또한 한국 인터넷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중국시장 진출 교두보로서의 나래와 삼보그룹의역할에 주목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손정의, 그는 누구인가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일본에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한몫을 했다는분석이다.재일 한국인 3세인 야스모토 마사요시. 태어나서 17년 동안 자기정체성의 뿌리였던 그의 이름이다.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그 이름을 태평양 바다에 버렸다. 야스모토 대신 「손」이라는 그의 성을 되찾았다.공무원의 꿈을 어린 나이에 포기한 그는 그러나 25년만에 초라한 공무원이 아니라 일본 총리자문기관인 일본 산업경쟁력회의 위원으로활동하고 있다.17세때 유학을 떠나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23세에 일본으로 돌아온 손정의는 이듬해인 1981년 자본금 1천만엔으로소프트웨어 유통업체 일본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회사 설립 당시 사과상자 위에서의 연설과 관련된 일화는 이제 신화로 자리잡아 가고있다.창업 당일 사과상자에 올라 직원들에게 일본 소프트뱅크를 연매출 1조엔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록 2명의 직원들 앞에서 한 연설이었지만 그는 18년만에 자산 4조엔대의 거대그룹을 만듦으로써 약속을 지킨 셈이다.이 회사 설립자금은 자신이 대학시절 개발한 포켓형 자동번역프로그램을 샤프에 판 돈이었다. 그 종잣돈으로 그는 1994년 소프트뱅크를2천억엔의 기업으로 키웠다. 이때부터 인터넷에 관심을 둔 그는 프로그램 개발자가 아닌 이들 개발자들을 묶는 연출자로 변신하면서오늘의 1백20개 기업(자산 4조엔)을 거느린 소프트뱅크 왕국을 구축했다.손사장은 빌 게이츠가 꾸려온 20세기의 마지막이 정보기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보 서비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자신이 그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한다.새 천년이 시작된 시점에서 세계가 지금 그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