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김치2002' 폭발적 인기...내년 4억엔 매출 목표

지난 11월25일 박종만 무역협회 도쿄지부장과 한국의 김치수출업체 대표들이 도쿄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농협김치의 일본통신판매와 관련한 의견교환을 위한 것이었다. 기존업체들은 농협의 통신판매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가격과 품질경쟁에서 앞서는 농협의 통신판매가 시장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수 있기 때문이었다.농협측은 이 자리에서 『다른 수출업체에는 전혀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가격과 시장확보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통신판매제품의 가격(5㎏짜리)을 3천9백엔으로 이미 올렸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말까지 5㎏짜리를 3천5백엔에 판매했었다. 농협은 또 기존업체가 확보한 시장에는 끼여들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신시장만도 개척하기에 벅차다는 것이었다.농협의 일본 현지법인인 한국농협인터내셔널(대표 전상호)이 지난 11월2일부터 통신판매에 들어간 순한국식 「농협김치2002」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사진까지 곁들여 보도한 11월18일이후 김치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한국농협이 입주해 있는 도쿄도 농협중앙회에까지 문의전화가 몰려들었다. 주일한국대사관도 농협인터내셔널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주느라 한동안 바빴다. 통신판매주문을 위한 프리다이얼(무료전화)은 불통상태가 됐다.농협김치는 11월 한달 동안에만 1천6백50만엔 어치가 팔렸다. 주문건수는 3천5백건. 하루 평균 1백20건을 넘어섰다는 계산이다. 12월 들어서는 지난달에 비해 30%이상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주문 3일만에 배달 … 가격 저렴농협김치의 돌풍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11월2일부터 3일까지 도쿄시내 메이지신궁에서 열린 도쿄도 농업제의 최대 히트상품은 바로 농협김치였다. 농협인터내셔널은 당초 80g짜리 미니김치를 무료로 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계획을 바꿨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당 1백엔씩 받고 모두 2천개를 팔았다. 무역협회 도쿄지부와 주일 한국기업연합회의 관계자들이 『농협김치, 큰일내겠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다.농협김치가 이처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국내 첫 통신판매라는 독특한 판매전략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프리다이얼로 주문받은 김치를 충북 충주시 살미농협에서 곧바로 생산, 하루만에 일본의 시모노세키까지 실어온다. 여기서 일본의 택배서비스회사인 사가와규빈의 냉장컨테이너로 운반, 그 다음날 주문자에게 배달된다. 주문 3일만에 서울사람들이 먹는(살미농협 생산품은 서울로 공급됨)5㎏짜리 배추김치 총각김치 세트김치와 2.4㎏짜리 세트김치 등 싱싱한 한국김치를 일본에서 즐길 수 있게 한 것. 전형적인 통신판매다.가격도 저렴하다. 소비세 배달료를 포함해 5㎏짜리가 3천9백엔이다.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지역만 5백엔의 배달료를 추가로 받는다. 경쟁제품에 비해 10%이상 싸다. 올해말까지 5㎏짜리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튜브형 농협고추장(1백20g짜리)을 무료로 제공한다. 김치로 찌개 만드는법 등을 담은 팸플릿도 배포하고 있다.한국업체 및 공관들의 지원도 큰 보탬이 됐다. 쌍용재팬(사장 김대욱)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 5백여건의 김치주문을 무료로 받아줬다. 오사카 총영사관에서도 세보(연말)선물용으로 1천개를 주문했다. 요코하마 총영사관에서도 주문을 하겠다고 알려 왔다.농협에 대한 신뢰감도 한몫을 했다. 일본인들은 브랜드를 중시한다. 농산물이나 가공식품 분야에서 농협브랜드는 곧 신용의 상징으로 통한다. 농협은 이미 지난 91년부터 김치 수출에 나섰다. 첫해에 50만달러 상당을 수출했다. 단위농협에서 생산된 김치를 농협의무역전담 자회사인 농협무역을 통해 수출해 왔다. 지난해에는 5백6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었다. 올해에는 9백80만달러 상당에 이를 전망이다.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일본측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도 신뢰도를 높인 요인이 됐다. 농협인터내셔널은 도쿄도 농협중앙회의 본사건물에 입주해 있다. 가토겐조 도쿄도 농협중앙회 회장(전국농협중앙회 부회장)이 김치홍보에 앞장서고 있다.농협김치가 바람을 일으키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의 하나는 전대표의 김치홍보전략. 그는 명함을 교환한 사람에게 2.4㎏짜리 선물용 김치를 보낸다. 『한개에 6개 봉지가 들어 있습니다. 최대 6명이 나눠 먹을 수 있겠지요.』 최선의 홍보전략은 「많이 먹게 만드는 것」이라는게 전대표의 지론이다.◆ NTT도 판매 제의 … 제안서 제출 요구농협김치의 돌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형거래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1백엔숍 및 대형 편의점 등과 80g짜리 미니컵 깍두기 배추김치 납품을 위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최대정보망을 갖춘 NTT도 김치를 판매해 주겠다고 제의해 왔다. 『NTT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주겠다며 제안서를 요청해 왔습니다. 그러나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 전대표는『얼마나 팔 수 있느냐에 따라 단가를 다르게 할수 있다』며 NTT측에 거꾸로 제안서를 내줄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NTT라고 해서 꿀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농협인터내셔널은 내년에 김치통신판매로 4억엔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휴여행사를 통해 확보한 고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나갈 예정이다.통신판매뿐만 아니다. 김치를 비롯 채소 등의 직접판매도 개시할 예정이다.전대표는 『3년 안에 일본 어디에서도 농협김치를 사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확산전략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농협브랜드준수」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품질 및 가격유지」등 3가지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고급화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가격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농협은 김치이외에 채소 화훼 과일도 수출상품화할 계획이다. 한국산 채소 등을 대형 거래처나 도매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억엔 상당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장기적으로는 각종 한국식품과 음식을 파는 음식백화점 등 관련사업에도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우선 도쿄와 오사카에 한국음식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 일본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사원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5명에 불과한 사원을 내년에는 최대 20명선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한국과 일본간에 최근 김치의 국제규격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농협인터내셔널이 적진에서 김치종주국의 실력을 증명해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