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도 활발, 서울에만 20여개사 … 취업전선 판도 변화

「벤처기업에 인생을 건다」. 대학졸업후 벤처기업으로 향하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졸업을 앞둔 이맘때면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에게 선망의 눈길이 모아졌으나, 지금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대학생들 사이에 안정된 대기업대신소규모 벤처기업이 입사희망 1순위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해 서울지방중소기업청이 서울지역 37개 대학의 학생 2백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대학생들이 취업대상업체로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을 가장 많이 꼽기도했다.(표 1 참조)대학가 취업상담실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연세대 취업상담실의김농주 취업상담관은 『직장선택의 시대에서직업선택의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벤처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제공 등 빠른 시간에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다는 점, 대기업에비해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와 근무조건,대학생들의 도전의식 등이 벤처기업에 대한대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에 대전에 자리잡은 벤처기업인 도남시스템에 입사한 김정원씨도 『대기업이라는 간판보다는,벤처기업의 자유로운 조직문화속에서 능력을한껏 발휘하고 싶었다』는 말로 벤처기업을택한 이유를 설명했다.병역문제도 대학생들의 벤처기업 입사열기를부추기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대학졸업후벤처기업을 가는 것은 병역특례업체로 가는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S대 벤처동아리박모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에 있는 한벤처기업에 입사한 박모씨도 『졸업동기생가운데 30% 이상이 군문제를 해결하려 벤처기업에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졸업후군에 입대하기 보다는 벤처기업이나 연구소에 산업기능요원이나 병역특례요원으로 입사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산업현장에서 확인하고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졸업후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간 근무하거나,대학원졸업후 연구소 등에서 병역특례요원으로 5년간 근무하면 병역을 필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이처럼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벤처기업을 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중에 더 공부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난해 대학졸업후 지방에 있는 벤처기업에 입사한 김모씨는 『졸업후 군대에 가기보다는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돈을 모아 3년후에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며 『함께 졸업한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벤처기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는창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이나 소프트웨어분야, 유통·서비스, 제조·생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표 2 참조)이러한 벤처창업열기에 대해 서울중기청 대학생 창업지원을 담당하는 박창선씨는 『대학생들의 벤처창업이 서울에서만 20여개 이상이 됐을 정도로 활발하며, 이런 경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창업관련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남학생들 못잖게 여학생들의 창업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서울중기청의 박씨는 『액세서리 의류 전자상거래 패션 등의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창업이 크게 늘고 있으며 남학생들 못잖게 적극적』이라고 이를 설명했다.한편 대학가에 이처럼 벤처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일부에서는 벤처기업에 입사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남시스템의 김씨는 『대기업에 비해 인식이 낮고 안정적이지못한데 반해 감당해야 할 일의 양이 많다는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입사할 벤처기업을 선택할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상담관은 『벤처기업을 선택할 때에는 기업의 기술력과 리더그룹의 신뢰성을 반드시 따져보고, 벤처기업에 입사하는데 따른 개인의 리스크관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터뷰 / 가능성과 도전이 가장 큰 매력박철성 (주)우리기술 연구원가능성과 도전이 가장 큰 매력『회사라는 조직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데다, 나중에 대학원이나 직장중 하나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벤처기업을택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업에서 직접 활용할 수도 있고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벤처기업(주)우리기술(www.woorigs.co.kr)에 근무하고 있는 박철성(23)씨의 말이다. 지난해 2월에 대학(서울대 전기공학부)을 졸업하고 입사했다.우리기술은 산업용 감시·제어설비 등에 들어가는 보드를 만드는 업체. 모토롤라 등과 같은 외국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화를 이룬 기업으로 기술력이나 품질 등에서 외국산에 비해우월하다는 평을 듣는 기업이다. 현재 고리원자력발전소 등에 산업용 보드를 납품하고 있다. 이곳에서 박씨는 제어관련 CPU보드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벤처기업에 근무하면 스톡옵션이나 코스닥상장 등으로 큰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고생도 많습니다.』 나중에 창업을 염두에 두고 벤처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벤처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입사전에 생각했던 것과 너무 차이가 많다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인력이 적은데 반해 업무량이 많고, 사회의 인식도 낮은데 따른 불편함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신용카드를 만들려고 은행에 갔는데, 회사가 알려지지 않은 작은기업이라고 카드발급을 거절당하는 일을 겪기까지 했다』고. 하지만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여전히 벤처기업에 근무하는데에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가능성」과 「도전」이라는 점에서 벤처기업이 대기업보다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직장내에서 배우는 점도많고, 개인능력이나 실적에 대한 보상도 대기업에 비해 확실하다.그래서 『새벽 3시에 퇴근하는 일을 밥먹듯이 해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능력이 있으면 벤처기업은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택기준입니다. 보수인지 기술인지 또는 인맥을 넓히는 것인지 자신이 원하는 초점을 분명히 맞춰야 합니다.』 1월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기대가 부풀어 있는 박씨가 『벤처기업을지망하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며 한 맺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