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중심축은 항상 ‘고객’… 장기 고객 확보에 총력

디지털경제에서도 고객의 중요성은 예전에 비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고객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대 경영대학 이경전교수는 지난해 12월에 산업연구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역(reverse)시장경제」로설명했다.디지털경제에서는 생산 유통 소비 등 각 경제단위들의 역할분담이파괴되고 다시 재구축되는 현상이 소비자 중심으로 통합되는 「역시장경제」라는 것이다. 이는 20년 전에 앨빈 토플러가 처음 제기한프로슈머(prosumer, 생산소비자)라는 개념이 인터넷이라는 디지털네트워크에 의해 확실하게 구체화된 것이다.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이교수는 거래비용과 탐색비용의 감소, 디지털화에 따른 종합비용과 네트워킹비용의 감소 등을 들었다. 디지털경제의 중요자산이자 새로운 생산요소로 거론되는 정보에 관한 한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가능하다는 것이다.따라서 디지털경제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설계자나 유통업자가 될 수있으며 심지어 가격을 결정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전효과를 통한 유통효과나 역경매의 등장, 집단구매를 통한 가격협상 등이그런 예에 속한다.고객경영은 이러한 고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마케팅 영업 등 고객의 획득·개발·유지·공유(ADRS)를 위한 일련의 활동과 프로세스를 통해 지불한만큼의 효용을 누리려는 고객가치와 이익을 통해 지속성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내자는경영이론이다. 마케팅부서만의 마케팅으로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는데 급급했던 점, 기존 고객의 유지가 아닌 신규고객획득에 초점을둔 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 등 기존 고객경영의 한계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객접점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반성도 작용하고 있다.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즐겁게 만들어 평생 고객가치(LTV)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해진 것이다.이러한 고객경영을 위한 방법론으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고객관계경영(CRM, Customer Relationships Management)이다.(왼쪽 그림참조)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새로 유입되는 신규고객과 브랜드교체자들을 잘 관리하는 게 목표다. 이는 다종의 시스템, 개인PC 등에산재해 있는 고객데이터, 고객데이터의 품질문제, 필요 이상의 고객데이터수집으로 인한 인력소모 등의 한계를 드러낸 기존 고객경영시스템의 대안으로 제기된 경영기법이다.시장에는 계속적으로 신규 고객과 브랜드 교체자들이 유입되지만 이탈고객(평균 15~20%)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유지다. 신규고객 획득비용은 기존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비용의 5배에 이른다. 컵에 난 구멍이 위에 있을수록 이탈고객은 적어진다.아래에 난 구멍으로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간다. 채워지는 양이 적어지는 것이다.◆ 고객이 곧 자산 인식결국 구멍을 수평으로 연결한 선의 아래 부분이 한 기업이 시장에서차지하는 몫이다. CRM은 이처럼 전체 매출액의 80%에 기여하는 우수고객 10%의 포션을 늘리는 동시에 떠나는 고객의 5%만 줄여도 기본수익의 2배를 얻을 수 있다는 퍼스트 맨해턴 컨설팅그룹의 연구처럼이탈고객을 최소화해 시장에서의 몫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일대일 마케팅 또는 전사적 마케팅자동화(EMA)로도 불리는 CRM의 과정에는 영업 마케팅 고객지원 등 고객 관리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협력사는 물론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주는 프로세스와 기술이 결합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은 현재 주어진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을 자산으로 인식함과 동시에, 이러한 장기적인 충성고객이 많아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점에 바탕을 둔 것이다.이러한 CRM을 통해 기업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기업의 고객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다른 그 누구보다도 고객들의 요구를 정확히 만족시켜 줄 수있다.기업의 영업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사원들의 교육 또는 사내외 정보공유를 통한 영업사원의 개인적인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고객을철저하게 관리함으로써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견인하는 것이다. 이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CRM이라는것이다.그러므로 CRM은 영업조직원들의 또 다른 도구인 영업자동화(Sales Force Automation)와 연결되고 이는 다시 기업조직의 DBM(Database Management) 및 데이터마트와 연결돼 기업이나 고객이 원하는 각종마케팅정보와 비즈니스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바꿔 말하면 고객지식, 마케팅·판매지식 등 기업 내에 흩어져 있는지식들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영업정보와 고객정보의 유용한 분석과정을 통해 고급정보를확보하고 이를 직원들이 공유함으로써 지식으로 변환시키는 방법론이 CRM으로 정보의 지식화를 지원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결국 협력을 기본으로 개체와 조직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경영전략인 셈이다.★ 사례연구 / SK텔레콤의 정상질주고객불만, 미리 알아서 해결 … 정상질주SK텔레콤의 고객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1997년. 언론에 통화품질 서비스 등에 대한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과감히시정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고객경영의 신호음을 울렸다.우선 SK텔레콤은 고객중심경영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요소를 3P(People·Process·Product)혁신으로 설정하고 이를 적극 추진했다. 임직원(People)혁신을 위해 고객만족마인드 향상 및 행동전환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적인 직원교육을 실시했다. 고객과의 대면접촉이없는 직원들에게는 고객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서는 내부의 만족도 제고가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최대수준의 사내복지근로기금을 운영하면서 각종 복리후생제도를시행하고 있다.업무(Process)혁신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문제점검과 개선, 신상품·신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연구개발비로 매년2천5백여 억원을 투입했다. 제품(Product)혁신을 위해 서비스커버리지 확대, 첨단망관리센터 구축, 원격감시시스템 설치 등을 통해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이러한 3P혁신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기본인프라로 정보기술원을 중심으로 고객예방정보시스템(COIS) 고객경영정보시스템(CMIS) 등을 구축했다. 사내 인트라넷에는 종합고객만족센터(TCS)를 구축해 고객요구, 개선 필요사항, 고객중심경영에 대한 지식 등을 제공했다. 아울러 전국 5대도시에 고객센터를 만들어 1천7백여명의 전문상담원과 컴퓨터·전화통합상담시스템(CTI)을 구축해 언제라도 고객의 필요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때문에 『각종 기관에 접수되는 불만건수가 가장 적으며, 불만처리속도도 타사에 비해 1.5∼2배이상 빠르다』는 것이 SK텔레콤측의 자랑이다.1999년에는 이러한 고객경영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드러나는고객불만을 해소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먼저 예측하고해결해주며, 모든 업무과정을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차원으로 높인 것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TTL이 바로 고객의 가려움을먼저 알고 긁어준 대표적인 예다.고객경영을 본격적으로 도입한지 3년이 지난 SK텔레콤의 이런 노력에 대해 화답하듯 과실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이동전화가 1천만명, 넷츠고가 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각종 기관들의 고객만족, 브랜드파워, 상표자산가치 등에 대한 조사에서 가장 우수한통신서비스업체로 선정되는 상복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