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추진은 비용만 가중 … 역량 발휘 위해 고위관리자 협력 필요

기업의 정보통신(IT) 부분에서 1999년은 비상시기였다. IT부문에 대한 투자 중 상당 부분이 「Y2K」 문제해결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정비에 사용됐다. 「Y2K」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지금 기업들은새로운 차원에서 IT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왜곡됐던 IT에 대한 투자를 기업성장에 맞춰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IT의 중요성이 갈수록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 한해 이 부분에 대한 정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 수년간 기업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 분명하다.지난 1999년에 전세계 기업들은 정보통신 분야에 엄청난 액수를 투자했지만 실제로 기업들의 포트폴리오 관리 기술 및 역량은 오히려퇴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이뤄진 정보통신 투자중 상당 부분이 Y2K 문제 해결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많은 기업들은눈앞에서 진행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많은 자원을 Y2K 문제 해결에 사용해야만 했다.Y2K 문제 해결로 정보통신 부분에 대한 투자부담이 올해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각 기업들이 Y2K 준비로소홀히 했던 구세대 시스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투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들은올해에도 막대한 정보통신 투자 지출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통신 투자, 올해가 더 복잡경영자들의 고민정도는 지난해보다 더 복잡해질 것이다. 지난해에는 Y2K 문제 해결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반면 올해는 기업 역량 강화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위해 투자판단을 내려야 한다. 어느정도의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며 어떤 프로젝트는 기각해야 하나,또 이들 결정은 누가 내려야 하나 등의 문제까지도 해결해야 한다.정보통신 부분에 대한 투자야말로 전략이 필요하다. 적절한 기회에맞춰 정보통신 자원을 배치하지 못할 경우 자칫 낭비를 초래할 수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Y2K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에 기업들이 추진해왔던 정보통신 투자 프로젝트 중 약 40%는 투자비용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 또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정보통신 투자가 기업의 가치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정보통신 전략이 전체 사업전략과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사업전략이 정보통신 전략에 앞서 세워진다. 사업조직 팀은 먼저 전략적 계획과 예산을 기획하고 난 후 정해진 계획과 예산의 범주 내에서 정보통신 조직의 활동과 역할을 설정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통신 전략은 사업전략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계획된다. 결국 사업전략과 정보통신 전략 모두가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산 책정때 정보통신부문 투자 우선정보통신 부분에 대한 투자가 가치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사업부문과 정보통신 부문의 고위 관리자들이 전략, 기획, 예산 수립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두 부문의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서 사업부문 관리자는 사업전략 실행에 필요한 정보통신 역량을 구체적이고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이와 함께 정보통신 역량이 실현될 수 있도록 예산의 우선순위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두 부문의 관리자들은 개별 정보통신 프로젝트에 내재된 비용, 이익, 위험 사이의 상충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유럽에 있는 한 대형 은행이 추진한 정보통신 프로젝트는 이같은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은행의 기업금융 사업부문은 이 보다 규모가 큰 소매금융 사업 부문과 지점망, 운영,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었다. 기업금융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매금융 사업과 충돌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기업금융 부문의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됐다.기업금융 사업부문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의 정보통신 시스템과 지원체계를 갖춰 독립할 방법을 모색했다. 만일 이 은행이 이같은 사업전략만을 고려해 IT에 대한 투자를 독립적으로 단행했더라면막대한 비용만 들이고 기업금융부문의 경쟁력은 오히려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기업금융 부문이 소매금융 사업부문과 각종금융거래 처리 과정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기업금융 부문의 거래비용은 크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이같은 상황을 파악한 경영진은 사업전략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IT전략도 재구성했다. 그리고 두 전략 사이를 적절히 조화시켰다. 이를통해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사업 부문 모두가 각자의 시장관리 및 성과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이 은행의 사례는 정보통신 비용구조에 대한 전략적 문제점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은행이 추진하는 기업금융 사업의 진로를 제대로 정할 수 없으며 IT투자가 가치창출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표1 참조)미국 최대 규모의 대형 소매 유통업체인월마트 역시 사업전략과 IT전략을 적절히 조화시킨 사례로 들 수 있다.<표2 참조 designtimesp=19381> 이 업체가 소매 유통 부문에서 난공불락의 성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지난 1984년 이후 추진한 공격적인 가격할인전략이 자리잡고 있다.가격할인전략은 정보통신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가능했다. 상품 공급업체로부터 물건을 파는 매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상품 공급망을 통합하고 자동화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경영자들은 전체 사업전략이 IT전략과 서로 맞물릴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