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두명의 스타급 펀드에 의해 좌우되는 위험한 수익률 경쟁을 탈피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운용이 뿌리 내릴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이젠 펀드매니저 시대가 가고 시스템 운용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SK투자신탁운용(www.sk.com: 이하 SK투신)권태리 사장(52)은 주가변동이 심한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미스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내재가치분석, 수익예측, 리스크관리, 투자성과분석, 매매타이밍결정 등 투자행위 전과정을 전산시스템화해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권사장은 지난 12월 도입한 「로젠버그 시스템」에 큰 자신감을 나타냈다. 로젠버그 시스템은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자문회사인 악사 로젠버그(AXA Rosenberg)사의 리스크 관리기법. 투자의 의사결정과정을 계량화한 투자시스템이다. 악사 로젠버그는 바라 로젠버그(Barr Rosenberg)박사가 1985년 설립, 주로 미국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운용하고 있다. 현재 운용규모는 78억 달러(한화 9조4천억원)에 달한다.『펀드 운용에 있어 휴먼 팩터를 최소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7년간 국내 증권시장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KOSPI 대비 8.8%를 초과하는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이제 한두명의 스타급 펀드매니저에 의해 좌우되는 위험한 수익률 경쟁을 탈피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운용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1년동안 수탁고 10배 증가권사장은 SK투신이 재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1998년 7월 모회사인 SK증권이 경영개선 대상으로 선정되자 SK투신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여의도의 SK증권빌딩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권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5개월만인 10월초 여의도로 금의환향한 것이다.고객의 신뢰가 회복돼 수탁고가 많이 늘어난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권사장은 설명했다.1998년말 4천5백억원에 불과하던 수탁고가작년 7월에는 5조원을 돌파했다. 1년이 채못 되는 기간에 10배가 넘는 급증세를 보인것이다. 대우문제로 금융시장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속에서도 지난 12월 현재 4조3천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했다.권사장은 펀드매니저들에게 『3등만 하라』고 주문한다. 1등만을 좇아 수익률 경쟁을벌이다보면 당연히 무리수가 따르고 결국 고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소 보수적인 운용원칙은 그의 경력을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권사장은 공인회계사로 지난 26년간 금융감독원(구 증권감독원)에서 일해오다 작년초 부원장보로 감독원을 떠난 국내증권산업의 산증인이다. 1998년부터 시작된 증권사와 투신사의 구조조정및 퇴출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증권·투신사 살생부를 발표하며 칼자루를 쥐었던 자리에서 이제 「업계사람」의 일원으로 변신한것이다.『우리 그룹의 모토가 고객행복추구입니다.SK투신도 이에 걸맞는 규모와 내실을 갖추어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무리한 외형경쟁이나수익률 경쟁은 지양하겠습니다.』최근의 투신권 불안문제가 남다르게 다가온다는 권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