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사 참여, 고품질·저가격·다양한 모델 3박자로 급성장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이름난 정릉.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불과 20분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수려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한 여름에는 도심에 비해 기온이 3도 가량 낮을 정도로 시원한 곳이기도 하다. 국민대 맞은 편 야트막한 산자락에 슈코라는 업체가 있다. 1998년9월에 창업한 중소기업이지만 제화업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공동브랜드라는 독특한 전략으로 급성장하고 있어서다.생산하는 제품은 신사화 숙녀화 지갑 벨트 등. 일반 가옥처럼 깨끗한 공장안에 들어서면 가죽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서울의 응암동 신림동, 성남 등 수도권과 남원 목포 밀양 울산 마산 통영 등에 대리점을 갖고 있다. 서울 목동의 중소기업백화점인 「행복한 세상」에도 입점해 있다. 이곳의 슈코 매장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중소업체 판로 확보 용이슈코의 작년 매출은 2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35억원, 내년에는 50억원으로 잡고 있다. 창업한지 불과 1년여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질좋고 다양한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전략 때문.슈코는 박헌복(56) 사장이 창업한 업체이자 이 회사의 브랜드. 슈즈코리아에서 따왔다. 박사장은 이를 공동브랜드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변변한 브랜드가 없어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들이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해낸 것. 때마침 박사장은 신발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 이미지를 다져온 브랜드를 업체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열어놓은 것. 그러자 너도나도 신청해 지금은 2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구두를 만들어온 업체들. 주로 서울 성수동이나 성남에 있는 기업들이다. 구두는 서울 염천교를 포함해 이들 세곳이 메카다. 한국인이 신는 구두의 대부분이 이들 지역에서 만들어진다.박사장은 공동브랜드 사업을 하면서 몇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번째가 엄격한 품질관리. 한두업체의 품질이 떨어지면 브랜드에 먹칠을 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1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업체들을 선정해 가입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유명제화업체에 납품한 경험이 있는 업체들. 따라서 품질을 믿을 수 있다. 품질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올해안으로 정부 공인 시험검사소의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만 매장에 내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두번째는 값싼 제품의 공급. 슈코의 품질은 유명제화업체 수준이지만 값은 40~50% 수준이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사서 신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유통단계를 최소화했고 마진도 축소했다.세번째는 다양한 제품구색. 공동브랜드이다보니 참여업체가 많다. 그들이 만든 모델 역시 다양하다. 무려 1백50종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팔리는 것만 해도 50종이 넘는다. 정장화에서 캐주얼스타일 안창이 부드러운 것 등. 여기에 사이즈까지 합치면 수백종에 이른다. 누가 방문해도 자기 발과 취향에 맞는 편한 구두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박사장은 금강제화 케리부룩 등에 근무하다가 1985년에 이대입구에서 창업했다.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다. 당시 회사명은 대아산업, 브랜드는 모드앤모드. 속칭 살롱화로 불리는 고급 숙녀화를 주로 만들어 팔았다. 이 제품은 유명 백화점에 납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밀라노나 홍콩 등 세계적인 구두 전시회에 여러차례 참관하고 오랜 구두업계 종사 경험을 토대로 유행에 앞서가는 제품을 속속 선보였던 것.사업만 열심히 해오던 그가 신발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게 된 것은 초기 공동브랜드인 「귀족」의 뒤치다꺼리를 맡으면서부터. 자신 역시 귀족에 납품해오다가 피해를 보게 된 것. 피해업체를 규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아예 신발조합 이사장을 맡게 됐다.박사장의 구두업계 종사경험은 이제 30년에 이른다. 그의 꿈은 공동브랜드의 내수기반을 다지는 것과 중국시장공략 그리고 귀족의 재건이다.◆ 거대시장 중국 공략이 목표내수기반은 점차 다져지고 있다. 올해는 15개인 대리점을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5개와는 가계약을 마친 상태. 공동브랜드 참여업체와 공동으로 광고도 추진중이다.거대시장 중국공략도 매우 중요한 목표다. 시장공략을 위해 지린성 옌지의 중심가에 있는 성보백화점에 30평 규모의 직매장을 열었다. 켤레당 가격이 한화로 5만원에서 6만원에 달해 중국인으로서는 부담이 가는 가격인데도 월 2천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3월에는 기협중앙회가 같은 곳에 개설하는 한국중소기업상품도매센터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중저가 공동브랜드인 귀족의 브랜드 재건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전국의 귀족매장은 30여개에 달한다.『공동브랜드는 납품업체가 힘을 모아 판로를 뚫는 것이지요. 하지만 단순히 협력만 하는게 아니라 업체간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그는 품질 가격면에서 참여업체가 경쟁을 하고 이중에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도태돼야 공동브랜드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공동브랜드 내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고 있다. 슈코가 새해에 국내외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관심을 모은다. (02)912-9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