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버들의 수호천사.」 유순하 (주)웨이브 대표에게 어울림직한 별명이다. 그는 목원항공스포츠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태양열에 녹아버린 이카루스의 날개가 아니라 수호천사의 날개처럼 가분히 땅에 내려서도록 도와주는 안전한 낙하산을 만들기 위해 10년간 온 힘을 다한 결과, 외국산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을 듣는 낙하산을 만든 장본인이다.유사장이 처음 낙하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7년. 대학원(원광대 운동생리학 전공) 재학중 특전사에서 주최한 스카이다이빙 교육에 참가하면서다. 스카이다이빙 교육장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일반인은 물론 베테랑인 공수부대원들도 착지도중에 부상당하는 것을 보면서 낙하산의 개선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스카이다이빙에 매료된 유사장은 곧 바로 자료수집과 낙하산 개발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벽이 두터웠다. 공기·유체역학 풍동실험 등 난해한 이론과 철저한 실험이 요구됐지만 국내에 자료가 드문데다 연구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에서 서적과 자료들을 수집해 공부하며 실험하는 등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다시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초 유사장이 짐작한대로 문제가 드러났다.기존 낙하산이 초당 4.5~8m의 속도로 떨어지다 보니 누구라도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었다. 초당 5m의 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시속 18km의 속도로 벽에 부딪히는 충격과 같다. 몸무게를 감안하면 그 이상의 충격이 땅에 닿는 순간 발목과 무릎을 노리는 것이다. 문제의 맥을 파악한 유소장은 주머니를 털어 착지시 안전성과 정확한 착지를 확보할 수 있는 낙하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다. 『10년간 5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갔으며, 돈이 부족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팔고 적금을 깨기도 했다』는게 유사장의 기억이다.그 결과 지난 96년 첫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낙하산의 모양이 해파리를 닮은 점에 착안해 이름을 「젤리피시」(Jellyfish)로 붙이고, 특허도 얻었다. 기존의 천 한겹만으로 만들어진 낙하산과 달리 두겹의 천을 덧붙인 것이었다. 아래에 댄 천은 공기를 투과하는 반면 위에 댄 천은 공기가 통하지 않게 했다. 천과 천 사이에는 공기를 넣어 공기주입량에 따라 낙하시 하강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지점에 착지가 가능토록 했다.◆ 헬기 구난·자동차 과속사고 방지용도 개발각종 실험결과 「젤리피시」의 성능이 외국산에 비해 월등하다는 사실들이 나타났다. 착지순간 옆으로 굴러야 안전한 기존 외국산 낙하산과 달리, 떨어지는 속도가 초당 1∼2m에 불과해 서서 착륙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다. 낙하산이 펼쳐졌을 때의 크기도 지름 5.4m에 불과한 소형이다. 그만큼 휴대가 간편하고 착지후 낙하산을 정리하는데 편리하다. 낙하산을 펼칠 수 있는 고도도 외국산이 지상 50∼74m의 높이에서 가능한데 반해, 「젤리피시」는 지상 45∼50m에서도 펼쳐진다. 이런 장점들로 일본 프랑스 등에서 바이어가 오거나 세부내용을 문의하는 일이 잦아졌다. 외국 유수의 항공·레포츠관련 전문지에 소개되면서 수출 문의도 이어졌다.그러나 유사장은 이러한 외국의 관심보다는 국내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군용과 레저용을 합쳐 모두 1천3백억원 규모에 동호인수만 2만여명에 이르는 낙하산시장이 5백만~6백만원씩 하는 외국산에 점령당했다』는게 이유다. 때문에 유사장은 잦은 시범과 설명회 등으로 「젤리피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신제품 개발 의욕도 여전하다. 헬기구난용 낙하산, 자동차 과속사고 방지용 낙하산, 지상 30m에서도 펼칠 수 있는 초저공용 낙하산 등의 개발도 곧 마무리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