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자자들 집단적 혼란 상태 … 동조화 막을 완충장치 시급

금년 들어 미국 주가나 한국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함에 따라 그동안 우려해 왔던 주가거품론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나 한국경제가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소득이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측면(富의 效果, wealth effect)이 강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거품이라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현재 주가 과열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이렇다. 주가가 경제실적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미국경제나 한국경제 모두가 불안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우존스지수가 1,1000 포인트대에 도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상회할 만큼 최근의 경제실적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현재 「골디락스 경제」니 「신경제」니 해서 전세계적으로 아낌없는 극찬(?)을 받고 있는 미국경제도 그렇고 한국경제도 여전히 불안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국경제·한국경제 불안요인 많아반면에 이제는 미국경제나 한국경제의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최근의 주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디지털과 같은 첨단기술업종이 주도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과거처럼 인플레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혹자는 수확체증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특히 이같은 구조변화는 미국 주가나 한국 주가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플레 부담없이 국제금리가 하향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재테크 수단으로 은행예금이나 채권이 매력을 잃으면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다.현재 특정국가의 주가가 과열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지표는 없다. 그동안 가장 많이 활용되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수익(EPS)으로 나눈 것)은 기업의 미래가치가 중시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과열판단지표로서 갈수록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최근에 세계주가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의 PER가 대부분 70∼80배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다시 말해 당기순이익과 같은 기업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증시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이나 투자대상기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측면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에 뉴욕 월가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자기암시효과(self-fulfillment effect)」라 하고 또 국제금융시장의 황제인 조지 소로스는 「재귀효과(再歸效果, reflexivity effect)」라 부른다. 결국 최근의 주가는 기업실적과 같은 경제여건과 투자자들이 시장을 보는 시각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일례로 한 나라의 경기와 주가흐름을 가상해 보자. 어떤 연유로 한 나라의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으면 이 때의 주가는 경제여건에 비해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AB)일정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자들의 심리가 「낙관」쪽으로 쏠리면서 주가상승속도가 경제여건의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제1차 소(小)상승 국면을 맞는다.(BC)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과연 주가상승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서 그동안 「낙관」쪽으로 형성됐던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주가는 한동안 맴돌이(조정) 국면을 치르게 된다.(CD)이때 경제실적이 뒤따라 오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주가가 10% 상승되면 민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자산소득이 발생한다. 현재 미국 국민들의 한계소비성향 4% 정도를 감안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 포인트 정도의 제고효과가 있다.(30%×0.04×0.7)만약에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소득 증가로 경기가 뒤따라 온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대세상승국면을 맞게 된다.(DE) 물론 이때에는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요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시장 자체적으로 흡수해 주가흐름에는 전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경기도 주가상승에 이끌려 선순환(善循環) 국면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주가상승→자산소득 증가→민간소비 증가→경기추가 촉진→주가추가상승 국면을 맞게 된다. 실질적으로 「골디락스 경제」란 용어도 이때에 적당한 표현이다.마지막으로 어느 순간에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쪽으로 쏠려 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재차 맴돌이(조정) 국면을 맞는다.(EF) 과거 맴돌이 국면(CD)과 달리 이때에는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요인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과민하게 반응한다.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경기가 뒤따라오면 제3차 소(小)상승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비관」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국면을 맞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공황(panic)상태를 맞을 수 있다.◆ 금리 인상시 체감 부담 높아져현재 미국의 경기와 주가흐름은 대세상승기의 마무리 단계에서 바로 막 맴돌이 국면(EF)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요인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부담이 커보이는 상황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이 국면은 최근에 폴 크루그먼 교수가 뉴욕 타임즈(1월 5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미국 증시에 투자자들이 집단적인 혼란상태에 빠져있다』고 본 바로 그 국면에 해당한다. 이때에 주가는 급격한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이다.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주가가 제3차 소(小)상승 국면을 맞을지 아니면 과잉조정국면으로 추락할지 지금으로서는 점칠 수 없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오는 2월1일 첫 연준리(FRB) 회의를 앞두고 Y2K 문제로 풀린 통화를 환수하는 차원에서 최소한 0.5% 포인트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예견됐던 것이다.그 결과 지난 1월4일에는 미국 증시역사상 네번째로 큰 주가폭락 국면을 맞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주가흐름은 미국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경기와 주가흐름도를 감안한다면 대세상승기의 중간단계에 와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요인 때문에 일부 증시전문가 사이에는 국내주가의 추가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문제는 이번에 세계증시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듯이 최근처럼 세계증시의 동조화(同調化) 추세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라잡고 있는 시대에서는 한국 주가도 결국은 미국 주가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물론 이러한 동조화 추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대로 대외환경의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역할도 제고해 주가흐름이 외국인에 의해 주도되는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방화가 진전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