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서 식자재 일체 공급 … 사무실 밀집지·주택가 인접 “수입 짭짤해요”

가마솥에 지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만한 사람은 안다. 특히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가마솥에 굵은 감자와 고구마를얹어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맛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엔 가마솥은 고사하고 자그마한 양은냄비에지은 밥도 구경하기 힘들다.『전기밥솥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독특한메뉴여서 첫 눈에 「되겠다」 싶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근처 직장인들의 호응이 뜨거워 식사시간이면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지난해 12월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가마솥밥 전문점 「가마고을」을 개업, 운영하고 있는 여경숙사장(51). 주문 즉시 지어내는 이색적인 가마솥밥이 도시인들의 구미를 당겨 개업 첫달부터 쏠쏠한수익을 올리고 있다.사실 여사장은 동생 용애씨(45)가아니었으면 계속 전업주부로 남아있을 뻔했다. 동생은 대기업 중역으로 근무하던 남편이 지난해 6월명예퇴직하자 언니에게 창업을 제의했다. 둘 다 사회경험이 없는 탓에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었지만,차차 「새출발」의 매력에 마음이끌렸다. 몇 달 전 막내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큰며느리까지 본 여사장으로선 인생을 전환할 계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결국 자매는 「일」을 저질러 보기로 했다.『가을 내내 창업 박람회나 컨설팅업체를 찾아다니며 업종을 물색했습니다. 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손쉬우면서도 안전하게 창업할 수있는 업종을 골라야 했어요. 뭐니뭐니해도 「먹는 장사」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결국 낙점한 곳이 가마솥밥 체인「가마고을」. 호기심을 끄는 메뉴인 데다 체인본사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이 자매의 마음을 움직였다.집(성동구 성수동)에서 멀지 않고수요가 보장된 상권을 찾다보니 강남구 논현동 시네하우스 뒤 먹자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임대료, 권리금 수준이 만만치 않았지만 가마솥밥 전문점의 위치로 적당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무실 밀집지여서주수요층인 직장인들이 많고 점포뒤편으로 6백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가 있어 외식 수요도 기대할수 있었다. 또 바로 앞의 영화관시네하우스의 관람객도 좋은 타깃이 됐다.◆ 하루 평균 매출 90만원대『지난해 12월초 개업한 후 단골이많이 생겼어요. 뜻밖에 20~30대 여성 고객도 많습니다. 주말에는 직장인 고객이 줄어드는 대신 영화관람객, 외식하는 가족들이 자리를메웁니다.』창업 비용으로는 1억8백만원이 들어갔다. 22평 점포의 권리금·보증금으로 6천만원, 설비·인테리어등으로 4천8백만원이 소요됐다. 자매가 절반씩 자금을 부담했지만 「대표」는 언니가 맡기로 했다.여사장은 하루 평균 90만원선의 매출을 올린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난 한달 순수익은 8백만원선. 다음달부터 자매가 직접 손님 접대를 시작하면 인건비 2백만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창업하길 참 잘했어요. 돈 버는재미도 좋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보람도 큽니다. 쉰살이 넘어창업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오히려 적당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돼요. 무료한 중년대신 활기찬 사회생활을 택했으니까요.』여사장은 업종과 입지 선택에 성공, 수익과 장래성을 확보한 사례에 속한다. 초보 창업자이지만 꼼꼼하게 준비한 끝에 만족할 만한성과를 거뒀다.가마솥밥 전문점은 아이디어가 빛나는 업종이다. 체인본사에서 개발한 설비를 이용하면 1인분용 철제솥에 손쉽게 밥을 지을 수 있다.조리시간이 15분 정도로 긴 편이라는 게 흠이지만 이는 고객에게 예약을 권유함으로써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이나 정서에 들어맞지만 조리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어느 정도 보완된 셈이다.체인 본사에서 식자재를 일괄 공급한다는 점도 창업자에겐 편리한 조건이다. 물대신 첨가하는 전용 액상 조미료나 해물, 양념류 등을 필요할 때마다 공급받을 수 있다.메뉴는 다섯가지 종류의 가마솥밥과 돌솥 비빔밥, 우동·모밀류, 불고기, 전골 등 20여 가지다. 가마솥밥의 경우 해물 김치 낙지 한방재 등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이름과 가격이 달라진다. 평균가격은 4천~6천원대. 직장인 점심이나 가족외식으로 부담없는 편이다. 또 1인1상으로 서비스돼 현대인의 깔끔한식성을 맞추기도 한다.이 사업의 포인트는 「맛과 영양을고루 갖춘 전통음식」이라는 점과「저렴한 가격」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권 특성에 맞게주종 메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즉 사무실 밀집지에선 직장인 구미에 맞는 단품 메뉴를, 주택가에서는 외식 수요에 맞는 가격대별 특화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02)48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