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없는 개인·기업 대상 …은행별 기준 마련 원리금 일부 감면
「밀린 빚을 탕감해줍니다.」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빚의 일부를깎아주는 「부채세일」을 벌이고있다. 은행마다 대상과 감면폭은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따라서 대출금을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여기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출금 전액을 면제받을 수는 없지만 은행에찾아가 담당자와 상담하면 일정 부분은 갚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릴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별로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선까지 깎아주는지 살펴본다.◆ 기업은행기업은행은 신용불량자로 분류된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밀린 채무를 일정 부분 갚으면 나머지를탕감해주는 제도를 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졸지에보증을 섰다가 피해를 입고 있는연대보증인에 대해서도 일부만 갚으면 채무부담을 덜어주고 있다.채무감면 대상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무담보 정리대출금과 은행에서손실처리한 특수채권으로 본인 소유의 부동산이 있거나 경매가 진행중인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다만 채무감면을 받으려면 원리금의 일부를 미리 갚아야 한다. 다시말해 채무자는 원리금의 절반을,보증인은 자신의 채무부담(총원리금÷채무 관계자 수)의 절반을 갚아야 한다.예를 들어, K씨가 S씨와 Y씨 등 2명을 보증인으로 세워 대출을 받아총 1억2천만원의 원리금을 3개월이상 연체한 상태라면 채무자인 K씨는 이 가운데 6천만원만 갚으면나머지는 자동적으로 탕감된다. S씨와 Y씨 역시 자동적으로 채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채무자인K씨가 전혀 손을 쓰지 않는 상태에서 S씨나 Y씨가 자유로운 몸이 되려면 4천만원씩(1억2천만원÷3) 갚으면 된다.◆ 주택은행주택은행은 기본적으로 변제능력이없다고 판단되는 대출자에 대해서는 이자의 전체 혹은 일부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준다.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1개월 이상 연체자다. 하지만동산이나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예외다. 또 직장에다니는 사람도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장기적으로 갚을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본점 여신팀이 전담한다. 개별 점포에는 권한이 없는 셈이다.감면 폭은 경우에 따라 크게 다르다. 연체규모와 개인의 경제적인여건을 감안해 결정한다. 따라서이자 전체를 감면받을 수도 있고,일부만 탕감받는 경우도 생긴다.다만 원금에 대해서는 일체 깎아주지 않는다. 연체금 총액이 원금 1억원과 이자 1천만원을 합쳐 1억1천만원이라고 할 때 1억원은 무조건 내야 하고, 나머지 1천만원을놓고 탕감규모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조흥은행조흥은행은 지난해 말 한시적으로연체금 일부를 깎아주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연체기간이 1년을넘긴 악성 연체금액 가운데 일부를탕감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도는 이미 지난해 말로 시한이지났고, 대신 보증인에 대해 채무부담액(총원리금÷채무 관계자 수)을 내면 보증채무를 면제해 주는「연대보증인 채무면제제도」를 1월20일에 도입, 2월29일까지 시행할 방침이다.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개인이나 중소기업 대출의 연대보증인이다. 또 채무자와 보증인모두 재산이 없어야 하며 총액(대출금+이자)이 1억원 이하로 6개월이상 연체된 경우에 해당된다. 또보증인이 경제적인 여건상 일시에상환하기 어려우면 대출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대출지원시 상환기간은 최소 1년에서 최장 5년까지 가능하며 연기할 때는 원금의 10~20%만 상환하면 된다.◆ 외환은행외환은행은 「대환(貸煥)제도」를시행중이다. 대환제도란 밀린 연체금에 대해 이자만 내면 나머지는전액 정상적인 대출로 바꿔주는 것으로 채무자 입장에서는 연체액에다시 연체 이자가 붙는 악순환을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대상은 1개월 이상 연체자부터 해당된다. 대출금이 만기가 되어 1개월 이상이 지난 경우 대출받은 점포에 가서 밀린 이자를 갚으면 자동적으로 처리된다. 예컨대, 대출원금 1천만원과 연체이자 50만원등 총 1천50만원을 갚아야 할 때연체이자 50만원만 내면 나머지 원금 1천만원은 대출로 넘어가는 것이다.◆ 농협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금과 이미손실처리한 특수채권에 대해서 이자의 일부 또는 전액을 감면해주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본인소유의 재산(동산이나 부동산)이있거나 일정한 직장에 다니는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감면액수는 채무자와 농협 특수채권관리팀 협의로 결정한다. 「얼마를 내면 몇 %까지 깎아준다」는 식의 일정한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양측이 만나 손실부담액을 결정한다. 다만 원금에 대해서는 일체 깎아주지 않는다. 밀린 이자만이 협의대상이 되는 셈이다.◆ 축협연체대출금에 대해 감면제도를 시행중이다. 자체적으로 판단해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밀린 대출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연체금의 일부를 내면 나머지에 대해깎아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축협이 감면해주는 대출금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밀린 대출금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했을 때받을 수 있는 액수에 근거를 두고있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채무이행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대부분 전체 금액 가운데일정 부분은 손해보게 마련이다.축협은 「법적인 조치」를 취했을때 받을 수 있는 액수 이상만 채무자가 갚으면 나머지는 탕감해준다.감면 폭은 경우에 따라 크게 다르다. 채무자가 갖고 있는 동산이나부동산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위에서 살펴본대로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밀린 빚의 일부를 탕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자의전부 또는 일부를 깎아주는가 하면원금까지 감면해주는 곳도 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갚을 능력이있는 채무자들은 이런 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금융기관마다 자체적으로 채권관리팀을 운영하며 끝까지추적하기 때문이다.경기정 조흥은행 여신관리팀 과장은 『제도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이있지만 은행에서도 나름의 준비를해놓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지는않을 것』이라며 『금융기관 채무를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