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이 미디어 업계의 제왕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키로 했다. 합병으로 새로 태어날 회사의 이름은 「AOL타임워너」다.이 합병이 성사되면 AOL은 2천만명의 자사유료 고객들에게 제공할 방송(CNN,HBO,TNT)과 영화(워너브러더스) 음악(워너뮤직)시사뉴스(타임,포천,피플)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게 된다.타임워너의 케이블TV 가입자 1천2백만명도자사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다. 그동안 인터넷 업체와 손을 잡기 위해 애써온 타임워너로서도 지명도가 가장 높은 AOL을 잡은 것은 큰 이익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두 회사가 합병키로 한 것은 이밖에도 몇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인수합병(M&A) 규모면에서 신기록을 세운다는 점에서 그렇다. 합병계약 당시 두 회사의 주식 시가총액을 합치면 3천3백50억달러나 된다.이는 그전까지 가장 컸던 합병인 MCI월드컴과 스프린트의 시가총액 합계인 1천4백30억달러보다 두배 이상 큰 규모다.새 회사는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미국내 4위에 오르게 된다. 3천3백50억달러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일렉트릭(GE) 시스코시스템스 다음이며 월마트와 엑슨모빌을 능가한다.새 회사는 매출액에서도 합병첫해에 3백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1백위 안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합병회사는 인터넷과 미디어가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회사라는 점에서도 위상이 높다고 할 수 있다.◆ AOL, 합병후 가치 떨어진다 평가도이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에는AOL이 「실수했다」는 시각이 서서히 번지고 있다. 타임워너를 합병하면 AOL이 상대적으로 빛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타임워너가 보유한 잡지와 TV 영화 등 기존 매체가 AOL의인터넷 부문보다 성장속도가 떨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합병으로 탄생할 AOL타임워너의 성장률이 합병하기 전의 AOL보다 크게 떨어지고 주당 수익도 감소할 것이란얘기다.아예 두 회사의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합병 계획을 내놓는 회사의 주가는 대개 기자 회견 시점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곡선을 그린다고 주장한다. 그 이후 내부분열 등이 일어나 회사가치가 떨어지면 합병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잘못된 선택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회사의 합병 계약이 전세계 인터넷및 미디어 업계에 M&A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거대 업체가 탄생할 것을우려한 경쟁업체들이 합병을 서두를 것이기 때문이다.그 전에도 인터넷과 미디어 업체간의 합병은 꾸준히 늘어왔다. 지난해에는 두 업종간 합병 규모가 2천3백50억달러로 98년의1천3백10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이처럼 활기를 띤 것은 인터넷 업체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미디어 업체는 콘텐츠를 뿌릴 유통망을 갖게 돼 양쪽이 모두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월트디즈니 ‘합병 후속타’ 1순위 꼽혀AOL타임워너에 이은 「후속타」는 미국의월트디즈니와 일본 소니그룹, 호주의 뉴스코프, 미국의 방송업체인 CBS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중에서도 월트디즈니는 1순위로 꼽힌다.미국 3대 방송사인 ABC방송과 영화사 월트디즈니 등을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는 일찍부터 파트너로 삼을 인터넷 업체를 물색해왔다.이 회사가 인터넷 검색 사이트 인포시크를인수해 종합 디지털 미디어 업체 고 닷 컴(Go.com)을 만든 것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AOL타임워너가 출현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업체가 월트디즈니란 점도 이회사를 다음 차례로 꼽는 이유다.일본 소니도 인터넷 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해 적극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미국 3대 방송국중의 하나인 CBS와 케이블TV업체 아델피아커뮤니케이션도 합병할 공산이 크다. 인터넷 잡지 Cnet과 NBC간 합병설도 끊임없이나돌고 있다. AT&T의 케이블TV분야 계열사인 리버티미디어도 조만간 유력 인터넷기업과의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한국내에서도 미디어 업체와 인터넷 업체가 통합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전문가들 사이에 미디어 업체와 인터넷 업체의 결합을 증시의 새로운 테마로 예견하는의견도 많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중파방송을 필두로 한 미디어 업체와 케이블TV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로 관심이 퍼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아직 마무리 된것이 아니다. 아직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한다.우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또 미국과 EU 등 각국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 시장지배력이 커져 독과점의 우려가있다고 판단될 경우 합병승인이 나지 않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OL과 타임워너의합병절차가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지면서 합병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세계적인 경제학자폴 크루그먼 MIT 교수가 두 회사의 합병을부정적으로 봤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기고한 글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실패한거래』라고 혹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불확실한 산업인 오락과 인터넷이 하나로합친 것 자체가 실수』라고 평가했다.또 『AOL이 타임워너를 너무 비싸게 사들이기로 했다』고 꼬집었다. 무선 인터넷접속이 발달하면 타임워너가 갖고 있는 케이블망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