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분야 공략·신공법 도입 등 추진 … 16년만에 해외사업 재개

「2000년 국내 수주목표액 1조6천6백46억원」. 금호건설은 올해 수주액을 작년보다 50% 가량 늘려 잡았다. 순수익 규모도 2배 늘어난 1백억원대로 설정했다. 올해 경영 화두도 「종합 기술력 배양을 통한 수주 경쟁력 강화」이다. 특히 84년 이후 중단한 해외사업도 재개, 종합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다져나가고 있다. 「넘버 원」 종합건설사로 재도약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이서형 금호건설 사장을 만났다.◆ 약력이서형 사장은 1944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광주 제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건축연구소, 은행 등을 거쳐 79년 4월 금호건설에 입사했다. 오랫동안 사우디 현장소장과 지사장을 지냈으며 89년 공무·공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전무이사를 거쳐 95년1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97년1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한국주택협회 이사, 전남대 객원교수, 한국CM협회 학술분과장 등을 역임했다.▶ 건설경기가 침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흑자 경영을 이뤄냈습니다.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안정을 추구한 경영 원칙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 압박이 심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피했고 안정적인 SOC 민자사업과 관공사 수주에 주력한 것이 효과를 보았습니다. 수 년동안 자금이 묶이는 재개발사업에 주력했다가 낭패를 본 건설사들과 대조적이지요.특히 7년전부터 공공사업과 민자사업 전담팀을 만들어 가동한 것이 흑자를 내는데 원동력이 됐습니다. 덕분에 건설업체중 SOC사업장이 가장 많고 영종도 신공항, 가덕도 신항만 공사 등 굵직굵직한 기간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경기도 구리시 토평지구, 용인시 수지읍 상현리, 부천시 상동지구 등에서 「금호베스트빌」이 높은 경쟁률 속에 분양된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사업계획을 보면 목표 순이익을 지난해의 2배로 잡고 있는데 복안은 서 있는지요.올해 흑자를 이끌 사업 분야로 환경 플랜트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5년여 전부터 하수처리, 쓰레기 소각로 건설 등 환경사업에 투자를 한만큼 열매를 거둘 때가 왔지요. 이미 경기도 광주군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을 수주했고 광주광역시 쓰레기 소각로 건설사업도 추진중입니다. 특히 하수처리장 건설의 핵심기술인 KIDEA공법은 호주의 수처리 시스템에서 착안한 한국형 공법입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7개국에 특허출원을 신청중이고 중국 등에 기술 판매를 계획하고 있을 만큼 자신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환경전문가들도 이 공법의 우수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더 나아가 폐수처리 기술도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수처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 될 겁니다.또 84년 이후 중단했던 해외사업을 올해부터 재개합니다. 금호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각종 공사를 수주할 계획입니다. 16년만의 사업 재개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큽니다. 이런 일련의 계획이 무리없이 추진되면 2년 연속 흑자 달성은 무난합니다.▶ 해외에서 신기술을 도입, 새로운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지난 1월말 호주 스트라치 인터내셔널사로 부터 무주공간(無柱空間)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격납고 등에 쓰이는 이 시스템은 스타디움, 화물터미널, 물류센터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신구조 시스템입니다. 기존 공사기법 보다 비용과 공사기간이 30% 단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지난 1월말 학계와 건축설계사를 초청해 이 공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금호스트라치」로 명명된 공법을 적극 활용해 철골공사 수주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입니다.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플랜트 시장에도 여전히 주력할 계획입니다. 전기·가스 설비 등 에너지 관련 사업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건설회사들은 사업기획능력, 파이낸싱, 건설관리, 기술력 등을 총체적으로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단순한 시공 능력만으로는 버틸 수도, 발전할 수도 없는 환경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경영혁신도 단행해 알짜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야 되겠지요.▶ 아파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물론 「금호베스트빌」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킬 겁니다. 단단한 아파트로 정평이 나 있고 브랜드 인지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경기도 구리나 용인에서 성공적으로 분양한 아파트들에는 높은 분양권 프리미엄도 형성돼 있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확연히 차별화된 아파트를 짓지 않고선 주택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파트를 선보여야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올해 금호건설이 준비한 아이디어는 호텔식 로비와 스카이라운지입니다. 올 4월 분양할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신봉리 금호베스트빌은 「호텔같은 아파트」로 지어집니다. 지금껏 아파트에서 보지 못했던 미팅룸, 라커룸, 정보교환실 등이 1층에 들어서고 최상층에는 스카이라운지가 들어섭니다. 아파트 생활의 키워드인 편리함과 주민 공동의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지요. 궁극적으로는 「금호베스트빌은 곧 호텔같은 아파트」라는 인식을 심어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아파트 공급량을 지난해에 비해 50%이상 늘려 잡았는데 분양전략은 마련돼 있습니까.무리하게 확대시킨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있는만큼만 한다」는게 원칙입니다. 분양이 잘 되지 않을 아파트보다는 작지만 알짜배기 입지를 갖춘 아파트에 주력한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분양할 아파트는 5백세대 안팎의 재건축 물량이 주종이고 수도권에선 용인 수지읍 일대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용인 수지읍 일대에는 3천여가구를 집중 공급해 이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용인지역 분양 물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흥 인기주거지인만큼 적절히 공략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뛰어난 전략은 「잘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좋은 아파트를 짓는 것이 가장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원주택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저 자신이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동백리에 살면서 전원주택의 장점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만 허락한다면 불편할 것이 없는 생활이지요. 요즘 젊은 세대도 단독주택, 특히 전원주택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주택공급률이 어느 선까지 올라가면 「질」을 추구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단독주택 시장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느 분야보다 시장성이 풍부한 셈입니다. 이에 대비해 4년전부터 주문주택팀을 가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금호베스트빌리지」와 「금호베스트홈」이라는 브랜드로 전개중인 주문주택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고 도심 틈새시장과 수도권 전원주택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시킬 참입니다. 올해 선보일 단지형 전원주택 「금호베스트빌리지」는 서울 우이동, 용인 등 3개 단지입니다. 집만 달랑 지어놓은 것이 아니라 도시설계 개념을 도입해 도로·놀이터 등 주민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특징이지요. 또 가장 취약한 방범 문제도 첨단시설로 보완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와 합병한 후 기대했던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금호타이어와의 합병으로 현금 유동성이 크게 확보되고 부채비율도 낮아졌습니다. 명실상부한 초우량기업으로 변모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는 효율적인 자금 운용으로 각종 투자개발사업,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이 모든 것이 IMF체제 이전부터 시작한 사업영역 재구축, 조직 슬림화 노력의 성과라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합병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 더욱 튼튼한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합니다. 흑자에 방심하지 않으면서 내실경영과 사업 다각화를 추구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당장은 건설경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긍정적 요인이 많아 중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비가 오더라도 하늘의 해는 항상 떠 있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Profile in Mirror수필가인 아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따금 인쇄매체에서 이서형 사장의 글을 볼 수 있다. 건강과 자연, 환경보호 등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놓는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전원 생활과 글쓰기를 즐기고 구수한 입담이 인상적인 그는 얼핏 낭만파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원칙주의자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전쟁처럼 치열한 수주전에서도 그는 『최대한 열심히, 지는 건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한다. 김성산 금호고속 대표이사는 이런 이 사장을 두고 「빙어처럼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반칙」을 싫어하고 「도의」를 받드는 그는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1백% 보여준다. 전문 경영인 가운데 가장 장수하는 건설업체 사장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원칙」이 가진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