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성·다양성·유행 선도 등 장점 많아 … 세대 개념 강조하면 수명 단명

요즘 이동통신업계에는 알파벳 전쟁이 한창이다. SK텔레콤(011)이 내세우는 TTL, 한국통신프리텔(이하 한통프리텔, 016)의 N(n016), 한솔M.com(한솔엠닷컴, 018)의 M 등이 알파벳으로 진검 승부를 겨루고 있는 삼파전의 주인공들이다.3개 이동통신업체들의 알파벳 대전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3개 회사가 모두 알파벳에 승부를 걸고 있지만 알파벳 브랜드가 포괄하는 상품 범위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일단 지난해 7월15일에 첫선을 보인 SK텔레콤의 TTL은 하나의 상품 브랜드이다. TTL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SK텔레콤이 내놓은 비장의 마케팅 무기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장 조사 결과 011 브랜드는 「비즈니스용」이나 「어른들의 이동 전화」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신세대 감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세대용 서브 브랜드로서 TTL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힌다.반면 지난해 8월 TTL의 뒤를 이어 등장한 n016은 한통프리텔의 대표 브랜드다. 한통프리텔은 대표 브랜드였던 PCS016을 아예 n016으로 바꿔 버린 것. SK텔레콤과 비교하자면 n016은 스피드 011에 해당한다.여기에서 더 나아간 것이 한솔M.com이다. 한솔M.com은 한솔PCS의 새로운 회사명이다. 한솔PCS는 올 1월31일 회사명 자체를 아예 한솔M.com이라는 알파벳 M 중심으로 바꿔 버렸다.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알파벳을 나중에 활용한 기업일수록 알파벳을 더 넓고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TTL이 서브 브랜드, n016이 대표 브랜드, 한솔M.com이 회사명인 것을 보면 탄생한 순서대로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알파벳 마케팅의 위력에 많은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맛 맞게 다양하게 해석그렇다면 알파벳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즉 알파벳 마케팅의 장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우선 알파벳 마케팅은 앞으로 점점 더 영향력을 넓혀 가면서 생활 문화와 소비 문화를 주도해나갈 인터넷의 정서와 아주 적합하다. 알파벳 마케팅과 접목되는 인터넷 정서는 무국적성과 다양성, 두 가지로 정리된다.우선 인터넷은 국가를 초월한다. 장소를 뛰어 넘어 모르는 사람과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며 미국에서 상품을 구매해 오는 것도 클릭 한번으로 간단히 끝난다. 인터넷은 국적을 뛰어넘는 무국적성을 특징으로 한다.알파벳 역시 무국적성을 가지고 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서 무국적 성향을 강화시켜가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불어든 독일어든 일단 알파벳은 서양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하게 쓰이는 문자 기반이다.알파벳 마케팅의 또다른 특징은 비정형성이다. 하나의 알파벳, 몇가지 알파벳의 조합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은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양하다는 말도 된다. 알파벳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3개 이동통신업체들이 노리는 목적 중의 하나도 알파벳의 비정형성, 해석 다양성이다.예를 들어 TTL은 「Twenty’s Life, Twenty’s Liberty, Time To Love」 등으로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해석된다. n016의 n 역시 n세대(Net-Generation), 네트워크(Network), 자연(Nature), 차세대(Next Generation) 등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닌 포괄적인 용어라고 한통프리텔측은 설명한다. 한솔M.com의 M 역시 한솔M.com에서 의도하는 정확한 의미는 무선(이동 가능한) 인터넷의 모바일(Mobile)이다. 그러나 M 역시 모바일에서 더 나아가 멀티미디어(Multimedia) 인간(Men), 밀레니엄(Millennium) 등으로 광범위하게 이해되고 있다.알파벳 마케팅의 또다른 장점은 유행을 선도하는 특정 그룹을 형성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알파벳은 최근 10년간 마케팅에서 세대 구분을 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수단이다. 90년대초의 X세대를 필두로 Y세대, Z세대 등이 잇달아 등장해 이른바 세대 구분 마케팅을 유행시켰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알파벳 마케팅에서 의도하는 가장 큰 목적도 그 시대의 유행 선도 세력을 장악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TTL은 브랜드 기획 자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이뤄졌으며 모든 마케팅 활동은 이 소비자층을 충성 고객인 TTL족으로 모으는데 집중됐다. 한통프리텔의 n016의 n은 n세대 마케팅에 불을 당긴 장본인이다. 올초에 사명을 바꾼 한솔M.com 역시 알파벳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 M세대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했다. 한솔M.com 측은 20세기가 「N」으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세상이었다면 21세기는 「M」으로 대변되는 움직이는 네트워크 세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M세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파벳 통해 유행 선도 그룹 확보이와함께 이동통신업체들은 알파벳을 통해 유행을 선도하는 그룹을 확보하기 위해 그 그룹을 위한 문화를 창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TTL의 TTL존과 n016의 n존을 들 수 있다. TTL존이나 n존 모두 TTL족, n세대들이 쉬면서 담소도 나누고 인터넷도 즐기며 관련 상품도 구경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알파벳 마케팅이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단점 또한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유행을 심하게 타며 단명하기 쉽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이런 알파벳 마케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유행이 지난 알파벳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 알파벳을 선택한다, 두번째는 역설적이지만 알파벳 마케팅의 가장 큰 강점인 유행을 선도하는 특정 그룹을 형성할 때 세대 구분 개념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알파벳으로 상징되는 세대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상징되는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N이라면 n세대 보다는 네트워크를, m이라면 m세대보다는 모바일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강조하는 편이 그 알파벳을 오래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