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초기투자로 붐 조성 성공 … TV애니메이션·게임 등 전방위 작전 주효

가정용게임기업체인 닌텐도(任天堂)의 캐릭터인 「포켓몬스터(포켓몬)」. 우주를 지배하려는 복제괴물 「뮤Ⅱ」와 싸우는 1백51마리의 몬스터(조그마한 동물). 이들 가운데 귀여운 쥐모습의 몬스터인 「피카츄」가 주인공이다.1996년에 첫선을 보인 포켓몬이 세계 최고의 캐릭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999년11월10일 미국 전역에 공개된 영화 <포케몬(영어표기)더 퍼스트 무비 designtimesp=19478>는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개봉첫날의 수입은 1천10만달러. 연말까지 8천3백60만달러의 흥행수입(누계기준)을 올렸다. 영화배급회사인 워너브라더스는 포켓몬 제2탄을 올 여름 개봉키로 했다.◆ 1백51개 캐릭터 컬렉션 전략 적중미국의 주간지 <타임 designtimesp=19483> 아시아판은 1999년도 최고의 인물로 포켓몬의 캐릭터 피카츄를 선정했다. 휴대용게임기인 「게임보이」용 소프트웨어의 미국 판매실적(99년말기준)은 8백만본에 이른다. 카드도 지난 한해 동안에만 24억매가 팔렸다. 지난 3년간 일본의 판매실적인 18억매를 단 1년만에 6억매나 앞질렀다. 완구 상품류도 1천가지 이상이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 포켓몬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4킷즈엔터테인먼트의 알프렛 칸 회장겸 CEO는 『미국의 포켓몬시장은 6천억엔으로 추정되고 있는 일본의 2배 이상』이라고 설명한다.포켓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로는 우선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싸움은 벌어지지만 누구도 죽지 않는다. 잔학성도 없다. 그러면서도 재미가 있다. 한번 보고나면 저절로 팬이 되고 만다. 『어린이들이 작품의 세계를 솔직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한 것이 맞아떨어졌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닌텐도의 포켓몬 비즈니스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의 하나다. 일본과 아시아를 제외한 전세계의 포켓몬 비즈니스 권리를 갖고 있는 미국닌텐도의 전략 가운데 하나는 붐을 창출하는 마케팅이다.미국닌텐도는 1996년2월 일본서 첫 판매된 포켓몬스터가 게임 TV애니메이션 카드 미디어믹스 등으로 성공할 것으로 판단, 일본과 아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판매권을 획득했다. 영어판 발매를 결정한 다음 곧장 미국식으로 내용을 바꾸기 시작했다. 주인공 「사토시」라는 이름을 「앗슈」로 바꾸었다. 특정민족을 떠올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물이나 캐릭터의 이름도 대부분 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으로 바꿨다. 게임의 내용도 수정했다.『프로그램 구성이 복잡해 음성만을 바꿔 넣는 것이 어려웠다. 영어판을 만들기 위해 결국 처음부터 완전히 고쳤다』는게 아라카와 미노루 미국닌텐도 사장의 설명이다.TV애니메이션에 녹음된 일본어와 배경에 등장하는 일본어 도로표시, 간판 등이 모두 영어로 고쳐졌다. 음악도 템포가 빠른 랩조로 바꾸었다. 프로그램의 영어화를 맡은 4킷즈프로덕션의 노먼 그로스필드사장은 『미국에 수입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중 이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인 예가 없다』고 자랑했다.미국닌텐도는 미디어믹스를 전제로 한 소재를 준비해가면서 포켓몬 판매전략을 짜냈다. 그 결론은 「컬렉션을 전면에 내놓는 것」이었다. 『포켓몬에는 1백51개의 캐릭터가 있다. 포케몬으로 어린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게임도 카드도 상품도 팔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게 게일 틸덴 부사장의 설명이다.이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지도향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게임판매에 앞서 TV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지상파의 전국 네트워크는 방송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광고수입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프로그램을 무료로 지방독립방송국에 제공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전역의 세대를 대거 확보한 다음 대대적인 선전으로 포켓몬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전을 펼쳤다. 방송개시 직전인 1998년8월25일에는 캔서스주의 수도 토피카시의 이름을 하루 동안만 「토피카츄」로 바꾸었다. 그리고 수백마리의 피카츄를 시내에 낙하산으로 떨어뜨리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또한 피카츄와 똑같은 모양으로 색칠을 한 차 10대를 준비, 미국 전역을 순회하면서 상품을 배포했다. 포켓몬 내용을 해설한 30분짜리 비디오테이프를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이 작전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방송 직후부터 TV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덕택에 2주일 후에는 게임소프트웨어를, 1999년1월에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어 관련상품까지 선보였다. 어린이들이 컬렉션에 몰두하면서 포켓몬 비즈니스는 대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마케팅에 미국닌텐도가 투자한 초기비용은 일본측에 지불한 로열티와 TV광고비를 포함, 3천만달러에 이르렀다. 주도면밀한 마케팅계획에 따라 상당한 초기투자를 실시한게 성공의 밑거름이 됐던 것이다.◆ 모세혈관같은 판매망 돌풍 한몫포켓몬 비즈니스의 성공요인에는 10년 이상 걸쳐 미국 전역에 구축해온 거대한 판매망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회사들은 일본에서든 미국에서든 자사상품의 점두 판매실적을 순간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소매점이 판매데이터를 곧장 메이커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닌텐도는 80년대 후반에 이미 소매점으로부터 직접 판매데이터를 받는 체제를 정비했다. 현재는 미국 전역의 80%를 커버하는 각 소매점의 컴퓨터와 본사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 데이터를 활용, 전시상품을 결정한다.그러나 팔리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점두에 상품이 없으면 안된다. 그래서 1991년 시애틀 본사 근처에 총 6천만달러를 투자, 최신형 창고를 건설했다. 창고에서 직접 각소매점으로 출하하는 체제로 바꾸면서 물류를 대폭 개선했다. 종전에는 창고로부터 소매점의 데포(집적소)까지 상품을 운반한 다음 그곳에서 각소매점으로 출하했었다.이러한 물류개선을 통해 하루 최대 15만개의 상품을 수주한지 2일 이내에 미국 전역의 2만개 점포에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창고는 미국의 <웨어하우징매니지먼트 designtimesp=19506>지로부터 「1999년의 창고」로 뽑혔다.미국닌텐도 판매망에는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 메이커들의 고민거리인 과다반품을 막을 수 있는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소매점의 힘이 강력하다. 남은 상품을 메이커나 도매상에 반품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임의 경우 더욱 심하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게임을 지겨울 정도로 즐긴다음 반품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소매점은 반품된 상품을 메이커에 되돌려준다. 메이커는 불량재고인 이 상품을 상각해야 한다.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경우 연간 4천만∼5천만달러의 상각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일본의 게임소프트웨어 업체가 미국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미국닌텐도는 반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 개별상품의 제조번호를 바코드화했다. 상품의 판매시기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소매점과 협력, 도입했다. 일단 점두에서 상품이 판매되면 바코드가 이를 해독한다. 언제 어디에서 팔렸는지가 컴퓨터에 등록된다. 소비자가 반품하려고 할 경우 소매점은 바코드를 확인한 다음 가부를 결정한다. 이 회사는 1998년 봄부터 반품방지 시스템을 외부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른 업종인 필립스를 비롯, 라이벌 세가엔터프라이스 등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사원의 성취의욕을 높이는 인센티브제도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의 하나다. 실적향상에 기여한 사원에게는 최고 연간수입의 60%까지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회사측이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보상금과는 별도로 연간 수입의 수십%를 적립, 퇴직시 현금으로 지급한다.현재 미국 게임시장에서 닌텐도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게임기업계 정상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올 가을에 차세대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2」를 미국에서 판매한다. 연결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아라카와 사장은 여유만만하다. 『개발중인 신형게임기 돌핀(가칭)이 나오면 또 한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한다. 포켓몬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