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사와의 '윈도' 상표 분쟁에서 승리한 김사장은 무엇을 얻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마이크로소프트(MS) VS 양지사’. 한쪽은 시가총액이 약 6백32조원(2월11일 종가 기준)에 이르는 세계 최대기업이며 다른 한쪽은 시가총액이 겨우 70억원에 불과한 한국의 중소업체다. 이 경우에 딱맞는 비유가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러나 얼마전 김용세(52) 사장이 이끄는 수첩 다이어리 전문업체 양지사는 공룡 MS를 상대로 한 ‘7년전쟁’에서 승리, 때론 야무진 계란이 바위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김사장은 지난 2월10일 특허법원으로부터 “특허청이 1996년 MS의 요구를 받아들여 양지사가 서적류 상표로 등록한 윈도의 등록을 무효화한 것을 취소하라”며 MS를 상대로 낸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MS는 당장 한국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윈도2000의 매뉴얼 제작에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MS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양수도계약 등을 통한 정상적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곧바로 법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힘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이며 무시라고 밖엔 볼 수 없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이번 승리의 주역인 양지사 김사장이 털어놓는 당시의 심정이다.◆ ‘공룡’기업과의 7년 전쟁 통쾌한 역전승MS를 상대로 한 양지사의 힘겨운 싸움은 지난 199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윈도프로그램의 한국시장 개척에 한창이던 MS사는 매뉴얼에 사용하기 위해 서적류 ‘윈도’상표등록을 시도했다.그러나 겉표지의 비닐 창을 통해 매일의 일정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인 윈도 다이어리를 개발, 지난 1981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양지사 때문에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MS측은 미국 본사가 직접 나서 지난 1993년11월 특허청에 상표등록 취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1994년10월에는 상표갱신등록 무효심판 청구소송까지 걸었다.1992년 사장직을 맡아 어느 정도 업무가 손에 익을 무렵에 갑자기 들어닥친 MS의 공격은 김사장에겐 말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직원이래야 생산직을 합쳐도 3백명밖에 되지 않는 중소기업의 형편상 별도의 소송관련 전담팀을 꾸릴 여유도 없었습니다.”하지만 김사장은 당당한 자사의 권리를 앉아서 내줄순 없었다. 그래서 관리직원 한명과 자신이 직접 자료수집 등 소송과 관련된 모든 일을 챙기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으로 공룡 MS사를 상대해 나갔다. 그러나 지난 1995년 특허청 심판소와 1998년 특허청 항소심판소에서 상표사용 사실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연거푸 패소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1심과 2심에서 패소했을 때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분노 때문에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굴복할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고, 그 힘으로 대법원 상고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김사장의 7전8기식 오기는 결국 지난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두차례 패소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주는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특허법원도 지난 10일 다시 한번 김사장의 승리를 최종적으로 확인시켜 줬다. “이번 소송을 통해 얻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희의 승리가 힘의 논리를 앞세워 힘약한 국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외국 대기업에 따끔한 일침이 됐으면 합니다.”김사장은 조만간 자사의 윈도상표를 10년 동안 무단으로 매뉴얼 등에 사용한 MS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과연 김사장의 MS에 대한 역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