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 보이는 일상업무에 쫓겨 기획이나 제품개발을 게을리 하다간 자칫 회사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이런 업무는 급하지는 않지만 회사 미래를 좌우할 중요 업무다. 시급하지만 덜 중요한 업무에 쏟던 시간과 정열을 시급성은 떨어지지만 더 중요한 업무에 투자하는 것이 새 천년 경영자들의 임무다.수년전 <타임 designtimesp=19543>지의 겉표지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벤츠와 비엠더블유의 악몽(nightmare) 렉서스’. 그동안 소형차에서만 경쟁을 해왔던 도요타가 렉서스를 가지고 고급차 시장에 진출해 파문을 일으키자 그런 기사가 났던 것이다. 준수한 디자인, 대등한 수준의 성능, 완벽한 애프터서비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그동안 고급차 시장을 독점하던 독일이 급속히 시장을 빼앗기면서 난리가 났던 것이다.이 성공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의 하나는 완벽한 시장 조사와 기획이다. 도요타는 고급차를 타는 고객의 취향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집을 얻어 직원들을 몇달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게 했다. 장을 보고, 파티에 참석하고, 그들과 사귀고….자연히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해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기획 및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우리 제품이 해외에 나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중 하나가 바로 준비 및 기획에 정성을 쏟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처럼 제품 개발 기간이 긴 경우는 더욱 더 철저한 기획 및 준비가 필요하다. 기획 및 초기 설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면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 생산이나 애프터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반면 시장에 내놓는 것에만 급급해 서두르다 보면 초기 설계 단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 개발 과정중에 제품을 수정하는 일이 생기고 재설계하느라 더 큰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기계산업인 경우 기획 및 초기 설계 단계에서 원가의 80%가 결정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처음에 대부분의 주요 설계 개념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품 개발에서는 초기 단계가 중요한 것이다.하지만 일상업무에 쫓겨 초기 단계에 별 관심을 안 보이다 막상 생산시점이 다가오면 그때부터 수선을 떠는 경영자들이 많다. 초기 수정 시점을 놓치고 생산 시점이 다가와서 여러 부분을 점검하고 이때 개선하는 것은 별무효과인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의 잘못은 지우개로 고치는 비용밖에 안들지만 이것을 파일럿 단계에서 발견하면 완성된 금형을 바꾸어야 하고 더 나아가 제품이 시장에 깔린 후 물건의 하자를 발견하게 되면 모든 제품을 리콜해야 한다. 기업 이미지가 깎이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하지만 우리는 흔히 기획같은 업무는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불을 꺼야 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소홀하게 되지만 그것을 제대로 처리 안한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반대로 중요하진 않지만 급해 보이는 일들이 우리 주위엔 수두룩하다. 걸려오는 전화를 처리하는 일, 불쑥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는 일, 현장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 영양가없는 행사에 얼굴 내미는 일….이와 같이 하루하루 급해 보이는 일상업무에 쫓겨 기획이나 제품개발을 게을리 하다간 자칫 회사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 이런 업무는 급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업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시급하지만 덜 중요한 업무에 쏟던 시간과 정열을 시급성은 떨어지지만 정말 중요한 업무에 투자하는 것이 새 천년 경영자들의 임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