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관련주·우량 자회사 보유주·실적호전주 각광 … 테라·디아이 등 유망

새로운 밀레니엄은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올해 주식 시장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주와 가치주, 거래소와 코스닥, 대형주와 중소형주 등 다차원의 대립 구도가 복합적으로 형성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차별화와 양극화가 대세로 자리잡았다.이 혼돈 속에서도 지난해 가을이래 하나의 일관된 특징이 발견된다. 그것은 정보통신, 인터넷 등 첨단 기술주의 추세적 상승이었다. 소외주와 가치주가 간헐적으로 반등을 시도했지만 시세의 연속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코스닥의 독주와 거래소의 침체라는 외형적인 특징도 실은 두 시장간의 첨단 기술주 비중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코스닥의 급등세와 거래소의 극심한 침체로 대비되었던 2월 증시는 3월로 접어들면서 성격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2월장에서 주도주 역할을 했던 코스닥의 선도주들이 과다한 단기 상승과 증자 및 신규 등록에 따른 물량확대로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주도권이 중소형주로 이전됐다. 거래소에서도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소형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이들의 상대적 강세의 배경은 무엇일까.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중소형주의 강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무엇보다 지난해 11월초부터 첨단 기술주의 열풍이 불었다. 그중에서도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LG정보통신, 데이콤 등 소위 정보통신 5인방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두세달만에 2~4배의 급등세를 연출했다.반면 중소형주는 유동성과 인기부족으로 오히려 깊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대형주들이 시장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이 약화되는 기미가 보이자 자연스럽게 중소형주들이 부각됐다. 이들 종목의 상대적 저평가와 투자매력이 부각되면서 먼저 상승한 대형주와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상대적 저평가·투자 매력 ‘중소형주 부각’무역수지의 악화와 유가 급등, 환율절상 등 거시 경제 변수들도 장치산업, 수출산업의 성격이 강한 거대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기술력있는 중소기업들은 비교적 거시 경제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이점이 있다.또 거래소의 중소형주중에는 요즘 각광받는 코스닥 회사들과 비슷한 성격의 회사들이 많다. 이들은 코스닥의 유사종목들과 상대비교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거래소의 중소기업들은 IMF의 한파를 가장 혹독하게 견디며 체질을 강화해온 업체들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로 IMF의 험한 파고를 극복한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거래소에는 많다. 도산의 위험에 절박하게 노출되어 본 회사만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가장 잘 알았으리라.규모가 작은 중소형주는 거대기업보다 새로운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전통적 산업에서 안주하던 기업들에 자기 파괴적 사업 재구축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조직의 비대와 경직성으로 인해 자기 파괴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쉽게 변신하기 힘들다.수급측면에서 볼 때도 지난해 과다했던 상장 기업들의 유상증자로 인해 시장의 규모가 너무 커져 있다. 대형주들의 추가 상승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4백30조원의 증시규모(거래소 3백20조, 코스닥 1백10조)는 국내 GDP(국내총생산)에 거의 근접한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여기다 지난해 상반기에 설정됐던 뮤추얼펀드나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집중적으로 편입해 놓았던 대형주들은 매물 부담으로 수급상의 애로를 계속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다시 말해서 가치, 수급, 경기측면에서 모두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비단 국내시장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중소형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다우지수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지난 2개월 동안 30%가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치, 수급, 경기측면 모두 대형주보다 유리이런 환경에서 2월중순부터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의 시장주도가 시작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6천원에서 7만8천원까지 무려 13배 오른 진웅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숨겨진 작은 보석들의 발굴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이런 분위기는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안한 거시경제 변수들과 수급상 애로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이다. 당분간은 종합주가지수 및 코스닥 지수가 박스권의 횡보조정이 예상된다. 지수 관련성이 적고 기관들의 매물 압박이 적은 중소형주들의 각개 약진이 진행될 것이다이미 거래소의 첨단 중소형주는 코스닥에 있는 유사 종목과의 가격 갭을 메우고 있다. 매수세가 신사업 관련주, 우량 자회사 보유주, 실적 호전주 등의 중소형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반드시 정보통신, 인터넷 등의 인기산업이 아니더라도 비전과 능력을 갖춘 경영진과 경쟁력있는 아이템을 가진 기업중에서 과대낙폭종목은 좋은 매수 대상이다. 시장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중소형 종목의 발굴이야말로 주식 리서치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관심 종목으로는 LNG선의 투입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국제 벌크선 운임 지수의 급등으로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신장할 대한해운, 네트워크 시장의 호황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나 경쟁업체들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테라, 제3시장 개설로 투자 지분의 평가 이익이 늘어날 종합기술금융, 생명공학 분야의 꾸준한 투자로 변신에 성공하고 있는 삼양사, 통합 메시징 서비스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삼보정보통신,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예상되는 디아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