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에 평균 3천5백39억원어치나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3월 들어선 8일까지 7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외국인은 지난해 10월 2천6백36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한데 이어 11월에는 순매수 규모를 4천2백85억원으로 늘렸다. 12월에는 47억원어치를 내다 팔았으나 올 1월에는 5천5백32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지난 2월에도 1천7백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외국인의 채권매수가 주춤거리며 매도우위로 돌아선 것은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외국인의 채권투자 목적은 장기보유보다는 금리하락과 원/달러 환율하락(원화가치상승)에 따른 매매차익(Capital Gain)과 환차익이었다.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중 90%이상은 만기가 1∼2개월 남은 통화채권이나 국고채였다”(함정식 다임인베스트먼트 채권운용팀장)는 분석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외국인의 채권매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원화가치는 급격히 상승했다.◆ 외국인 채권매수 급증 … 원화가치 ‘껑충’지난해 10월말 달러당 1천200.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말에 1천1백59.2원으로, 12월말에는 1천1백32원으로 하락했다. 올 들어서는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져 1월말에 1천1백20원까지 떨어진 뒤 2월 한때 1천1백17원까지 하락했다. 1년만기 통화채권 유통수익률도 작년말에 연 8.99%까지 오른 뒤 2월말에는 8.29%까지 하락했다.그러나 3월들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의 매수가 집중됐던 1년만기 통화안정증권 유통수익률은 지난 8일 현재 연8.38%를 기록했다.2월말(8.29%)보다 0.09% 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시중실세금리의 대표격인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같은 기간 연 9.90%에서 9.99%로 상승했다.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채권 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권수익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에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물가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또 일부에서 경기과열 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경제성장률이 높은데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어 금리인상 압력이 높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시행예정으로 있는 채권시가평가제도도 채권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요인이다.이승조 굿모닝증권 법인금융상품영업부장은 “채권수익률이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루짜리 콜이나 1개월짜리 CP(기업어음)로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현재 채권시장은 거의 개점 휴업 상태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마비상황”이라고 밝혔다.그는 “4·13 총선 이후 한국은행이 통화긴축으로 정책방향을 변경시킬 우려가 높아 수익률은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찬주 SEI에셋코리아 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도 “경제의 기본여건으로 볼 때 금리는 오를 수 없는 상황이나 정부의 금리하향 안정의지로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선거전까지는 ‘정부의 의지’로 금리가 다소나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나 그 이후에는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리상승이라는 기대치와 금리안정 의지에 따른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지만 결국은 예상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정식 다임인베스트먼트 채권운용팀장도 “채권수익률은 내릴 이유보다 오를 요인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 환율관리 … 외국인 투자 브레이크원/달러 환율의 하락도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1백10원대로 떨어지자 수출경쟁력이 크게 낮아진다는 비판이 빗발쳤다.국제원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으로 1년전 보다 2배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원화가치마저 올라 수출에 먹구름이 끼면 무역수지흑자 기조에 노란불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지난해 10월까지 달러당 1천2백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11월부터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1조원 이상씩 주식을 순매수했다. 3월 들어선 8일까지 순매수 규모가 2조원에 육박했다. 외국인 주식자금이 4개월 남짓 동안 50억달러 이상 순유입됨에 따라 원화가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셈이었다.이에따라 정부가 ‘환율관리’에 나섰다. 급격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천1백20~1천2백30원선으로 상승했다.한국의 외환보유고가 8백억달러에 육박, 충분히 환율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의한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금리와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되는 한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계속 주춤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이 장기보유가 아닌 단기차익을 위해 채권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4개월 동안 과열양상을 보였던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진정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시장이 발전하려면 장기투자 자금유입이 시급하다.유통시장에서 잔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채권을 매수하는 것보다 발행시장에서 3년이나 5년짜리 장기 국고채나 회사채를 매수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외국인 채권투자 통계 ‘들쭉날쭉’금감원·협회 외국인 범위 제각각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통계가 다르다. 금융감독원과 증권협회등 기관에 따라 다른 숫자를 내놓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증권협회에 따르면 3월들어 8일까지 외국인은 70억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금감원 통계를 보면 1백7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중 순매수 규모도 협회통계는 5천5백32억원이지만 금감원 통계는 3천3백37억원이었다. 무려 2천1백95억원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 작년 10월부터 3월8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도 협회통계는 1조4천86억원인데 금감원통계는 1조8백64억원이다.금감원과 협회의 통계가 이처럼 다른 것은 ‘외국인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국적이 한국이 아니면서 한국 영토에서 살지 않는 ‘비거주 외국인’만 외국인으로 본다. 반면 협회는 국적만 한국이 아니면 한국에 살든 살지 않든 외국인으로 구분한다. 협회의 외국인 범위가 좀더 넓은 셈이다. 예를 들어 씨티은행이나 골드만삭스증권의 서울지점에서 채권을 매수했다고 하자. 협회는 이를 외국인 매수에 포함시키나 금감원은 이를 외국인이 아닌 국내 기관투자가로 구분한다.금융감독원 현물시장과 관계자는 “씨티은행등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의 서울지점에서 채권거래를 많이 하고 있어 금감원과 협회의 통계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을 따르든, 협회를 따르든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