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줌마’ 설계사조직이 발휘하는 능력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일생명의 전통과 잠재력을 존중합니다.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알리안츠의 노하우를 서서히 접목시킬 것입니다.”미셸 깡뻬아뉘 알리안츠제일생명 사장(45)은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대신 두 회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방식으로 한국 보험시장에서 위상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알리안츠는 전세계 70여개국에 1백20개가 넘는 회사를 갖고 있는 독일계 거대 금융그룹. 보험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운용자산만도 4백60조원(99년말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제일생명을 인수, 국내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그런 뒤 금융업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하나은행 주식 1천4백20만주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고 곧 하나은행과 함께 자본금 3백억원 규모의 자산운용사도 설립한다. 손해보험 진출 의사도 밝힌 상태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금융시장에 발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보험인(인슈어러), 자산운용인(에셋 매니저)이지 뱅커가 아닙니다.” 깡뻬아뉘 사장은 하나은행에 대한 투자는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의 합성어) 시장 진입과 투신사 설립을 염두에 둔 것이지 알리안츠가 은행업까지 겸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알리안츠가 하나은행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부문의 공조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방카슈랑스 상품이 본격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깡뻬아뉘 사장은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한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보험사 직원이 은행에 파견나가 있는 형태라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가 시작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실적을 논하기엔 이르지요.”◆ 종합 고객자산 관리 가능알리안츠제일은 3월말부터 하나은행 지점에서 상품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는 관련 법규가 개정돼 본격적인 금융기관간 벽허물기가 시작되면 하나은행과 함께 보험관련 상품개발, 판매, 직원교육 등을 위한 ‘보험판매 전담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전례가 없는 형태의 회사다. 궁극적으로는 보험·투신·은행이 서로 ‘물고 물리는’관계가 되도록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보험사는 방카슈랑스로 영업망을 넓히고, 투신사는 수익증권이나 뮤추얼 펀드 상품을 은행과 보험지점에서 판매할 수 있다. 또 은행과 보험사는 투신사에 자산운용을 맡긴다. 종합 고객자산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알리안츠는 궁극적으로 한국금융시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같은 3각 체제는 알리안츠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유럽시장에서의 성공 사례가 풍부함은 물론이다.그는 현재 업계 4위인 알리안츠제일생명의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해,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업계 순위나 규모가 아니라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금융그룹 알리안츠의 경쟁력은 ‘수익 경영’이라는 평범한 전략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