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ㆍ스톡수수료 수입, 인터넷기업 투자로 고수익 올려...정보통신편의점 구상

‘휴대전화 공짜로 줍니다. 지금 가입하세요’. 휴대전화 시장 공략을 위해 히카리(光)통신이 내건 전략이었다. 대당 2만∼3만엔인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는이 전략은 주효했다.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다른 양판점들도 할인경쟁에 뛰어들었다. 가입만 하면 공짜로 휴대전화를 제공했다. 그러나 양판점은 전국판매망을 갖춘 히카리통신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휴대전화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히카리통신이 마침내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휴대전화 판매사업으로 세계 5번째 갑부가 된 약관 35세의 시게타 야스미쓰 히카리통신 사장.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 designtimesp=19573>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시게타사장의 순자산은 2백50억달러(2조6천억엔). 그가 창업한 히카리통신과 출자회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었다. 히카리통신의 지난해 11월말 기준 시가총액은 4조9천4백51억엔. 도쿄증시1부상장기업 가운데 12위였다. 그후에도 주가는 계속 뛰었다. 2월말 기준 시가총액은 6조4천7백43억엔. 석달새 1조5천억엔이 늘어나면서 9위로 도약했다. 시가총액이 도쿄미쓰비시은행 도쿄전력 도시바를 제쳤다.주가뿐만이 아니다. 경영실적도 대단하다. 99년8월결산기의 매출은 2천5백92억엔. 전기에 비해 62.4%가 늘어났다. 경상이익 또한 2백6억엔으로 1백3%나 늘었다. 12기 연속으로 매출과 이익을 늘렸다.히카리통신이 휴대전화를 팔아서 어떻게 이같은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었는가. 수수료사업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휴대전화가 기기메이커에서 통신사업자(캐리어)를 거친 다음 다시 판매업체로 넘어간다. 통신사업자는 메이커로부터 구입한 가격보다 좀더 비싸게 판매회사에 휴대전화를 공급한다. 따라서 판매업체는 휴대전화 구입가격 이상을 벌어야 순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도 히카리통신 등은 휴대전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기 구입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한명을 가입시킬 때마다 2만∼3만엔을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시게타 사장 ‘세계 5번째 갑부’ 등극히카리통신은 이같은 부담을 떠안는 대신 통신회사로부터 두가지 수수료를 챙긴다. 하나는 가입자에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통신회사로부터 받는 접수 수수료다. 휴대전화 가입을 대행해주는데 따른 대가다. 또 다른 하나는 가입자의 통화요금에서 일정금액을 떼는 스톡 수수료다.히카리통신의 수수료 수입은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가. 매출을 부문별로 보면 상품판매가 48. 2%, 접수 수수료가 47%, 스톡 수수료가 4. 7%, 공사매출이 0. 1%이다. 두가지 수수료 수입이 전체의 51. 7%(1천3백39억엔)에 이른다. 수수료가 주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신규 가입계약 때 들어오는 접수 수수료는 셰어확대를 위해 판매대리점에 장려금으로 대부분 지급된다. 그러나 스톡 수수료는 고스란히 수입으로 된다. 히카리통신이 휴대전화 한대를 팔 때 부담하는 비용은 평균 4만3천엔에 이른다는게 관계자의 설명. 그 대신 고객이 이용한 통화료에 따라 대당 월 평균 3백엔을 5∼10년 동안에 걸쳐 전기통신회사(캐리어)로부터 받게 된다. 스톡 수수료로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고수익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히카리통신이 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수수료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막강한 판매력 때문이다. 히카리통신의 휴대전화 판매점인 ‘히트 숍(HITSHOP)’의 점포수는 1천8백여개. 일본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인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의 휴대전화 판매점인 ‘도코모숍’을 점포수에서 앞질렀다. 고객확대를 위해 통신사업자들이 히카리통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시게타사장은 도쿄출신으로 부친과 형이 변호사인 집안에서 성장했다. 니혼대학 경제학부를 중퇴, 86년3월 전화관련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4개월만에 그만뒀다. 87년3월에 OA(사무자동화)기기 및 전화기 판매를 위해 회사를 차렸다. 88년2월에 주식회사히카리통신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장에 취임했다. 22세 때였다. 설립후 8년만인 96년2월에 장외시장에 주식을 공개했다. 31세로 기업공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99년9월에는 도쿄증시 1부에 상장했다. 설립12년만에 상장기업으로 키워냈다.히카리통신이 수수료 수입만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터넷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사업도 주요 수입원의 하나다. 히카리통신은 이미 중국의 휴대전화업체 등 국내외 60여개사에 출자하고 있다. 출자회사 가운데는 이미 주식공개까지 마친 성공사례도 10개사에 이른다. 장외시장에 5개사, 벤처기업대상 주식시장인 마더즈에 2개사, 미국 나스닥에 3개사를 각각 공개했다. 총 42억엔을 투자, 매각이익을 포함해 1천5백23억엔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36배라는 엄청난 이익을 냈다.히카리통신은 자회사인 히카리통신캐피털을 통해 벤처투자펀드도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캐피털은 국내 인터넷 미공개기업을 대상으로 한 벤처투자기금 ‘히트펀드 제1호’(총액 3백30억엔)를 지난해 9월 설립했다. 투자대상은 국내외 IT(정보기술)관련 70여개사. 1개사에 평균 4억∼5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2월말에는 1천억엔을 출자, ‘히트펀드 제2호’를 설립했다.◆ 경쟁사 등장·수수료 인하 부담히카리통신은 승승장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수료 수입 문제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올 10월 DDI IDO KDD 등 통신 3사가 합병, 새로운 DDI가 탄생한다. 합병으로 리스트럭처링이 불가피하다. 히카리통신의 수수료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휴대전화 통화료의 인하도 부담을 주는 요인의 하나다. 통화료가 떨어질 경우 통화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수수료수입도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회사들은 히카리통신의 판매방법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휴대전화를 공짜로 구입한 소비자가 의무기간인 3개월만 이용하고 해약해버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히카리통신은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안에 휴대전화 판매점을 3천개로 늘릴 예정이다. 휴대전화 이외에 무료PC 등 정보통신 관련제품도 판매하는 ‘정보통신편의점’을 장기목표로 설정했다.광통신사업과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보통신기업의 인수도 검토중이다. 다른 산업에서도 휴대전화 비즈니스에 직결되는 분야가 있다면 국적에 관계없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시게타사장은 상당히 조용하다. 매스컴에도 좀체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매스컴의 세계 5위 재산가로서의 자리매김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점에서는 손정의 사장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러나 인터넷 관련사업에 대한 투자 등 경영전략에서는 흡사한 점이 많다. 투자대상 기업 가운데 서로 겹치는 사례도 상당수가 있다. 그는 소프트뱅크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다.“경영자로서 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자한 벤처기업의 사장들도 20∼30대가 대부분이다. 감각이 서로 비슷해 일하기가 편하다.” 약관 35세 시게타사장이 손정의 사장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벤처 갑부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일본 재계가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