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퍼스·CII 등 목소리 높아 … 단기수익률 보다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
미국에서는 연기금 보험 등 장기성 자산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경영권 감시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단기적인 주가관리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까지도 요구하고 있다.대표적인 기관투자가들이 바로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주 공무원퇴직연금)와 기관투자가협회(CII), 교원보험연금협회-대학퇴직자연금(TIAA-CREF) 등이다. 이들은 연기금 가입자를 위해 배당성향 제고 뿐만 아니라 경영진 교체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캘퍼스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천7백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주식을 7백70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투자대상 기업의 영업 실적은 물론 경영진의 일거수 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캘퍼스는 매년 경영 실적이 나쁘거나 주가 하락폭이 큰 기업들을 집중관리대상(Focus List)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올해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퍼스트 유니온사 등 10개사다. 캘퍼스는 퍼스트 유니온사의 주식을 5백만주 보유하고 있다. 캘퍼스는 회사측과 면담후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현경영진을 후계자 지명 위원회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과 연계해서 주식보유 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위임투표(proxy voting)다. 캘퍼스는 올해 위임투표를 행사할 3백개 기업의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발표했다.이같은 실력행사로 캘퍼스의 집중 관리대상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시장보다 주가 상승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명단에 오르기전 5년 동안 이들 기업의 주가는 S&P500의 상승률보다 89% 낮았다. 그렇지만 선정 직후 5년간은 오히려 23% 이상 초과수익률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금액상으로는 1억5천만달러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다. 그만큼 캘퍼스의 경영감시 활동이 연금가입자들의 부를 증대시키는데 기여한 셈이다.◆ 주주권리 행사 위해 상호 연대기관투자가들은 주주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상호 연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85년 미국의 20개 연기금이 모여 결성한 기관투자가협회(CII)다. 협회는 매년 경영 성과가 부진하거나 주가 하락폭이 큰 20개 기업들을 감시대상 업체로 발표하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들에 이들 감시대상 업체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문책하라고 요구한다. 협회의 이같은 활동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대부분 1년 이내에 주가가 획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티은행의 지주회사인 시티코프는 92년 명단에 오르자 적극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다음해 주가를 무려 1백44% 올렸다. 93년에 선정된 IBM도 69% 상승했다.TIAA-CREF도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협회는 뉴욕증시와 나스닥시장의 시가총액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기업의 주가움직임뿐만 아니라 기업지배 문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이사회가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대표적인 예가 월트 디즈니사의 최고경영자인 아이스너회장의 보수를 줄이라고 압력을 가한 것이다.미국 연기금 등도 처음부터 경영진 교체 등까지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배당금과 자본이득에 집착하면서 경영권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전체 주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화 장세’가 진행되면서 경영진 경질까지 요구하게 됐다.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미국 기관투자가들은 단기수익률보다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등 관계투자(Relationship Investing)에 역점을 둔다”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수익률에 연연하는 한 구조적으로 미국 기관투자가와 동일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