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주식 매력 여전 … 거래소 가치주 반등, 코스닥 인터넷주식 선별될듯

미국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신경제 주식의 조정과 구경제주식의 화려한 재기는 한국증시에 어느만큼 파장을 미칠 것인가. 또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깊고 오래갈 것인가.결론적으로 말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경제의 패러다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성장주와 억울하게 저평가된 가치주 사이의 격차메우기 과정은 미국보다 더 강력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현재 미국에서의 신경제주식의 조정과 구경제주식의 재기는 당초 예상보다 강력하지는 않다. “첨단주의 거품은 피라미드사기”라는 극단적 주장을 펼친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의 뉴욕타임즈 칼럼이 촉발한 버블론은 나스닥의 폭락과 반사적인 다우의 폭등을 불러왔다. 그러나 나스닥의 폭락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코스닥시장 수급 불안 … 파급효과 클듯5,000포인트에서 4,400포인트선까지 10%이상 급락조정을 거쳤지만 다시 5,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여전히 99년말보다도 21.41% 올라 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주도 포함돼 있지만 이른바 ‘재래기업’이 더 많이 포함돼 있는 다우지수는 아직도 99년말보다 3.28% 낮은 상태다. 지난달 23일 다우지수를 7주만에 11,000포인트대로 끌어올린 1등 공신도 마이크로소프트다.“재래주식이 많이 내려간 탓에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기는 했지만 나스닥에 대한 애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판스톡사 시장분석가 앨런 애커만) “구경제 주식들도 신경제방식을 잘 조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JP모건 증시전략가 크리스토퍼 울프) 아직까지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 이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한국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코스닥시장의 경우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수급문제가 심각하다. 코스닥시장에는 그렇지 않아도 3월 후반부에 6조원 이상의 유무상증자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었다. 3월 들어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주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되어온 것이 이 때문이다.그래서 나스닥 폭락소식이 있자마자 코스닥시장을 대표해온 인터넷, 정보통신업체들은 하루 이틀만에 하한가로 돌아서고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코스닥시장의 특성상 투매양상까지 나타났다.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와 거래소 상장기업의 주가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급성장하는 첨단기술주의 주가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PSR(주가매출액비율)를 보자. 미국 다우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상위 10대업체의 그것이 2.5배인데 비해 나스닥의 10대업체는 5.3배다. 다우지수 기업에 비해 나스닥기업에게 2배 더 높은 가치를 평가해 준다는 뜻이다.한국의 경우 3월 현재 거래소 10대 시가총액기업의 PSR는 0.7배이다. 코스닥 10대업체는 무려 7.9배다. 3월중 코스닥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음을 감안하더라도 코스닥기업이 거래소기업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최남철 마이애셋상무는 “디지털경제에 따른 패러다임전환이 대전제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의 스피드와 기울기는 너무 가팔랐다”고 지적한다. “코스닥기업의 PER(주가순이익비율)가 1천배 2천배 하고 거래소기업보다 PSR가 10배 이상 평가되는 현상은 그 자체로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거래소 우량주의 반등과 코스닥기업의 조정은 ‘적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단언한다.물론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주의 주도추세가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 국제수지에 민감현대증권 정태욱이사(리서치센터본부장)는 “미국에서는 이미 뉴이코노미가 10년이상 성장엔진의 역할을 해왔지만 다른 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즉 IT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든 코스닥시장이든 시장주도주로서 IT주식의 역할은 당분간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다만 정이사는 국내의 인터넷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기업 상당수가 수출보다는 수입유발적 구조를 갖고 있어 투자를 늘릴수록 무역수지 적자요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한국증시를 좌우하는 최대변수중 하나가 국제수지임을 감안하면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이들 주식이 맞게될 위험은 엄청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의 악화된 수급사정과 맞물려 인터넷주식 버블론은 단기적으로는 더 큰 파괴력을 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사이먼 니콜슨 글로벌 에셋 자산운용본부장도 “코스닥시장은 투기적인 제1단계가 끝나고 내재가치의 발전과 기업신뢰도의 향상이 요구되는 제2단계로 도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소위 신경제주식만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저평가된 전통산업 주식을 동시에 보유해 위험을 줄여야한다”고 말한다.미국에서 발원한 신경제주식의 조정과 구경제주식의 재기는 한국 시장에 의미있는 전환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일부 인터넷주식들은 코스닥시장 자체의 수급여건과 맞물려 탈락자들이 속출할 시점이 됐다.첨단기술주가 장기적 추세이긴 해도 코스닥주식이 내재가치에 비해 너무나 비싸다는 것을 이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보통신 첨단기술을 가진 우량주이면서도 거래소에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온 주식들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멘텀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