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국가채무 규모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4백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데 대해 여당인 민주당은 1백8조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국가채무 규모는 정부가 행한 여러가지 경제행위 가운데 어디까지를 국가채무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4백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한 것은 정부가 직접 빌려 쓴 직접채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이 빌려 쓰는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그리고 잠재적 채무인 국민연금보험금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빌려 쓴 것만 국가채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채무 90조1천억원, 지방정부채무 18조원 등 모두 1백8조1천억원이다. 정부가 집계한 보증채무는 금융구조조정채권 63조4천억원, 공공차관 보증 1조9천억원, 기타 지급보증 16조5천억원 등 모두 81조8천억원이다.한나라당이 잠재적 채무로 제시한 1백86조원은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7백40만명에 대해 15년 동안 지급할 연금급여 총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라고 한다.국가채무를 어디까지 포함시키느냐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특히 통계의 작성 목적에 따라 그 기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은 「국가가 차주로서 직접 상환의무를 지며, 상환금액이 확정된 채무」라고 규정하고 있다.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99년말 현재 1백8조1천억원이 맞다. 보증채무나 국민연금 등은 차주인 공공기관이나 국민연금공단 등이 지급할 능력이 없을 때만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가가 얼마를 부담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국가채무에서 제외된다. 물론 금융구조조정 등을 위해 무자본특수법인인 예금보험공사 등이 발행한 채권은 일부는 회수한다 하더라도 상당부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국가채무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액을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세계 어느 나라나 상당한 규모의 빚을 짊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가경제를 위해 국민들로부터 돈을 빌려 경제활성화나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가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를 따져 보는 기준은 흔히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대비한 국가채무 비중이다.선진국들의 경우 이 비율이 대부분 50%를 넘고 있다. 일본은 98년 기준으로 97.3%, 프랑스 66.5%, 독일 63.1%, 미국 56.7%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전체 평균으로도 69. 5%나 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99년말 현재 22.3%다.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편이다.그렇다고 국가채무구조가 건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2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사실 국가채무는 한번 늘어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증가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재정의 속성상 쓸 곳은 많고, 세입은 크게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한번 빚을 많이 지면 빚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또는 재정적자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