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정보통신망 설치는 기본, 정보통신업체 제휴 통한 실용화 추진 활발

98년4월, (주)부영이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광케이블을 설치한 첨단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업계는 물론 수요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경기가 바닥이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한 아파트’라는 신상품에 큰 관심이 없는 듯했다.1년 후인 99년4월, 서울 성동구 옥수동과 돈암동에 완공된 삼성아파트에서 최초의 사이버 아파트 선포식이 있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국내 최초로 입주 아파트에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각 세대로 연결하고 무료 영상전화기를 설치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그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사이버 아파트는 주택건설업계 전체의 화두가 되었다. 이제 웬만한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모두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설치되고, 계획이 없던 입주 예정 아파트들도 서둘러 통신망 개설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사이버 아파트 전성시대가 온 셈이다.◆ 사이버 아파트 ‘진짜’와 ‘가짜’사이버 아파트 붐을 일으킨 장본인인 서울 옥수동 삼성아파트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우선 무상 지급된 화상전화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세대는 거의 없다. 상대방도 화상전화기를 사용해야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데, 보급률이 높지 않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 아파트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정보통신부 인증 준3등급. 초고속 정보통신 아파트 인증을 담당하는 서울 체신청에 따르면 인증제도가 시행된 후 약 4백개 단지가 정식 인증 또는 예비인증을 받았다. 그중 수원시 권선지구 대우아파트(2등급)를 제외하면 모두 준3등급의 가장 기초적인 통신망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옥수동 삼성아파트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광케이블만 확보돼 있을 뿐 인트라넷 등 ‘사이버’적인 시설은 미비한 평범한 아파트인 셈이다.이렇듯 사이버 아파트라 불리는 아파트 중에는 말뿐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파트를 ‘진짜’ 사이버 아파트라 불러야 할까.◆ 건설·정보통신업체간 제휴 바람현단계로서는 광통신망을 통해 인터넷, 화상전화, 전자기기 제어, 전자상거래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아파트를 말한다. 전용 단말기를 이용해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받고 집에서 단지 내외부의 생활편의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이 범위에 해당된다.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조건을 갖춘 사이버 아파트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오는 4월22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진흥아파트와 공무원아파트가 웹비디오·스크린폰을 이용한 사이버 영상시범단지로 출범할 예정이다.한편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감안하면 곧 본격적인 의미의 사이버 아파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아파트를 표방하는 건설업체들이 시중 은행과 제휴, 입주자용 사이버 머니를 만들고 원격 의료서비스, 해킹방지 방화벽 등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건설업체들과 정보통신업체들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의 기본이라 할 광통신망과 단지 전용 인트라넷 구축을 위해 건설업체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부영, 동아건설 등 8개 건설사는 2월말 아파트전문 인터넷 서비스 업체 ‘아이씨티로’를 공동출자 형식으로 설립했다. 네띠앙과 홈TV인터넷 등 인터넷 전문업체도 참여, 초고속 근거리통신망(LAN), 홈페이지 구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삼성물산도 드림라인, 하나로통신, 한국통신프리텔과 제휴해 ‘사이버 빌리지’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4월중 사업을 전담할 독립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며 올 10월 입주할 예정인 서울 중구 중림동 삼성아파트가 시범 케이스로 조성된다.현대건설 역시 최근 IT전문업체인 현대정보기술과 손잡고 아파트 인터넷 사업을 개시했다. 삼성보다 1개월 빨리 입주하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현대10차아파트를 시범 모델로 삼아 첨단 사이버 아파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이밖에 두산건설, 성원건설, 코오롱건설, LG건설도 각기 인터넷 서비스업체와 제휴, 사이버 아파트 기반 구축 작업에 나선 상태다. 애니유저넷, 나눔정보테크 등 중소형 벤처기업들도 사이버 아파트 커뮤니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초 ‘사이버 영상단지’ 용인 진흥·공무원아파트손가락 하나로 집안일 ‘척척’‘주부 이미경씨. 웹비디오폰으로 공짜 화상전화를 하다가 슈퍼마켓의 깜짝 할인행사 메시지를 받는다. 전화를 끊고 단지 전용 홈페이지에서 슈퍼마켓 콘텐츠를 찾는다. 손가락으로 누르는 순간 벨 신호에 슈퍼마켓 직원이 화면에 나타난다. 인사를 나눈 뒤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전화기에 삽입, 결재를 마친다. 곧이어 관리사무실에서 메시지가 온다. 관리비 수납에 대한 안내. 다시 은행 콘텐츠에서 주거래 은행을 찾는다.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후 화면상에서 자동이체를 시킨다….’다음달부터 현실화되는 아파트의 모습이다. 별도의 컴퓨터 없이 액정화면이 달린 웹폰만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고 전용 포털사이트를 통해 관공서, 은행, 병원 일까지 손가락 하나로 척척 해결한다. 또 웹폰끼리의 국제전화, 화상전화 사용은 무료다.이같은 세계 최초의 ‘사이버 영상단지’라는 영예를 갖게 된 곳은 4월말 입주가 완료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진흥·공무원아파트 1천4백세대. 웹비디오폰 응용 솔루션 전문업체인 애니유저넷이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전용 포털사이트도 개발한다. 웹비디오폰은 무료로 설치되며 간편한 터치 스크린 방식이라 노인, 주부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용료로 월 2만원.이일민사장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갖춰진 5백세대 이상 아파트를 우선 순위로 설치하며 연내 포털사이트 관리·운영을 담당할 정보센터 1천군데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