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네트워크화 궁극적 경제효과 체감전까지 논란 여지

미국경제가 10년째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호황을 이끌어온 주역은 역시 정보통신, 인터넷관련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증시에서도 높은 주가로 평가받아왔다. 이는 정보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가 이끌어내게 될 미래 경제에 대한 두 가지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그 기대중 하나는 정보의 신속한 공유, 거래비용의 감소로 경쟁이 확대되면서 경제의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상승하여 물가안정 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뉴이코노미에 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식과 정보가 부가가치의 핵심원천이 되는 뉴이코노미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여타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익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컴퓨터의 연산능력, 모뎀 전송속도, 디지털 압축능력 등 정보의 조작 및 전송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IT(정보기술) 산업부문의 고성장과 비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IT 산업의 고성장은 그 자체로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를 통해 전체 경제의 생산성 증대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되어 왔다. 정보화 투자의 확대로 정보의 신속한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경제내의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경쟁이 확대되어 ‘마찰없는 경제’가 구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식·정보관련 기업 고수익 창출 기대제품설계와 생산에서 여러 기능들이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설계 및 생산됨으로써 제품출시에 드는 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재료나 장비의 구입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재료 및 설비를 제공하는 기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최종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유통 및 재고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른 생산성 증대가 결국 물가안정 속에서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경제의 뉴이코노미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뉴이코노미의 구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온라인 조달시스템, 전자상거래 유통방식 등의 성공사례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정보화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익을 거두지 못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IT 투자의 상당부분이 마케팅 등 수요확보에 사용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의 성공이 다른 기업의 실패로 이어져 전체적인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IT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80년대 이래 미국의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노벨상 수상자인 Solow는 “컴퓨터혁명의 결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유일한 부문은 생산성”이라는 역설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미국경제가 저물가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뉴이코노미에 대한 환상이 빚어낸 결과일 수도 있다.주가의 급등으로 자산이 늘어난 투자자들이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제가 활기를 띠고 정보통신 부문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향후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수입물가를 낮추어 물가가 안정된다.결국 이는 가계부채의 급증,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라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면 미국경제에 대한 거품과 환상이 한꺼번에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비급증 … 거품·환상 붕괴 우려도아직은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디지털경제 혹은 뉴이코노미가 새로운 산업혁명임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생산성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의 시간이 필요하다.새로운 장비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력, 조직, 제도적 기반이 경제 내에 광대하게 퍼져 있어야 하지만 현재 IT 관련 자본스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뉴이코노미에 대한 실증적 평가는 조금 더 지켜본 뒤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뉴이코노미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다. 인터넷기업의 주가에 대한 버블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정보화 경제에서는 시장을 먼저 선점한 기업이 독점적인 이윤을 차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다.디지털콘텐츠의 무한반복 재현성으로 제품의 추가생산에 드는 비용이 0에 가깝게 떨어져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제에서는 자연독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개별 가입자의 효용이 저절로 높아지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선점기업에 수요가 몰리게 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구매자가 서비스 구입처를 전환하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속박(lock-in)효과도 기존 기업의 입지를 굳히는 역할을 한다.하지만 반대방향의 힘도 공존한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하고 초기 투자비용을 낮춤으로써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때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경쟁을 격화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이 하향압력을 받는다.완전경쟁과 독점, 두 가지 방향의 힘이 공존하는 뉴이코노미하에서 기업의 이윤에 대해 일관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인터넷경제가 가져올 미래는 일단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생산성과 개인의 효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하지만 급격한 기술혁신으로 경쟁이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정보화의 시대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진다.신경제와 신경제기업에 대한 논의는 항상 낙관과 비관의 두가지 면을 갖고 있다. 디지털화, 네트워크화가 경제전반에 파급되어 궁극적인 경제적 효과를 개인들이 체감하기 전까지는 기대와 비관이 공존하면서 주가, 나아가서는 실물경제가 출렁이게 되는 현상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