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 제휴ㆍ독자 기술 개발 안간힘...지원책 절실

지난해는 대우자동차의 워크아웃조치와 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 재가동 여부 및 해외인수협상 등으로 기아부도사태의 여파를 힘겹게 뚫고 나왔던 부품업체들에 또 다른 고통의 한해로 기억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부침에 따라 대우차와 삼성차의 협력업체들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고 반면 현대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잃어버렸던 미소를 되찾았다.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의 경우 내수시장 회복에 힘입어 가동률이 90%를 훨씬 넘어선 곳도 있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함에 따라 부품공급량이 늘었고 일부 업체는 일손이 모자라 종업원을 충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종이 겹치는 부품업체간 통합작업이 가속화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였던 만도기계는 사업부문별로 해외매각이 이뤄져 이제는 스티어링부문만 남아 있다. 반면 모듈 부품전문업체로 변신한 현대정공은 현대차의 애프터서비스용 부품부문까지 인수하면서 만도를 대신해 국내 최대부품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삼성과 대우차 협력사는 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양사의 향방에 따라 이들 협력업체의 앞날도 안개 속에 휩싸인 상황이기 때문. 부산 일대에 위치한 삼성차 협력업체는 지난해 내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댔다.대우차 부품협력사들은 대우의 향방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차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이들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부품업체들이 처한 현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MF 위기가 시작된 97년 1천3백39개였던 부품업체수가 98년에는 1천1백66개로 줄었다. 업체수 감소는 협력업체에 대한 완성차업계의 통합 및 정비작업 때문이기도 하나 가장 큰 이유는 부품업체의 자금난이다.기아자동차가 부도유예조치를 받은 지난 97년7월15일부터 99년3월까지 부도난 부품업체 수는 2백14개사다. 부품업체의 부도증가는 전체 종업원 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전체 종업원 수는 총 14만4천2백91명으로 최다수준이었던 96년과 비교해 30.1% 줄었다. 이에 따라 업체당 평균 연간납품액도 97년 1백24억1천만원에서 98년 99억6천만원으로 크게 떨어져 부품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이렇듯 어려움에 처한 부품업체들은 IMF위기를 넘기는 최선의 방책으로 외자유치를 선택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평균지분율은 97년 59.19%에서 99년 77.5%로 계속 상승했다.◆ 부품업체 생존대책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의 구조재편에 대응하고 자체 구조조정 및 체질강화를 위해 공장이나 관계사를 적극 통폐합하고 있다. 한국TRW는 우진을, 우신공업은 한영공업을, 다성은 광덕금속을 각각 합병했다. 또 삼립산업은 기아차 램프 생산업체인 대우공업, 화신은 통일중공업 자회사인 영일공업을 인수하는 등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중공업, 기아전자, 기아모텍, 기아인터트레이드를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매각했고 기아정기, 한국AB시스템을 한국프랜지에 파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모듈화 추세=완성차업계는 부품업체들의 효율적인 관리와 자사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 모듈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현대정공, 만도기계, 케피코, 한라공조, 서진산업 등 주요 부품메이커들은 일제히 모듈화 제품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QS9000인증획득=부품업체들은 궁극적으로 해외 공급선을 뚫어야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에만 의존하다가는 자칫 거래관계 중단으로 폐업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각 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 미국 빅3의 필수요구사항인 QS9000 인증을 적극적으로 획득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은 업체는 99년11월말 현재 2백26개사에 이르고 있다.△외국 부품업체와의 자본제휴 및 인수합병= 부품업체들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해왔다. 만도기계의 경우 시동전동기를 생산하는 경주공장은 프랑스 발레오에, 공조품을 만드는 아산공장은 UBS에 매각하는 등 대부분 공장을 외국계 부품업체에 팔아넘겼다. 한라 계열사였던 캄코는 독일 보쉬, 한라일렉트로닉스는 독일 VDO사에 넘어갔다. 비스티온은 국내 최대의 자동차 공조품메이커인 한라공조와 내장재 전문업체인 덕양산업을 인수했다. 현대 계열의 전장품메이커인 케피코는 보쉬와 일본 미쓰비시전기에 매각됐다.이상일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동차부품의 독자적 기술능력 배양과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부품사들의 인수합병을 유도해 부품업체의 전문화 대형화를 지원하고 복수납품 등 선진 부품유통 체계를 구축해 부품업체의 생산기반확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례 분석 / SJM-주름관 하나로 세계시장 주름잡는다“6대주에 생산거점을 설립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움켜잡을 것입니다.”벨로우즈(주름관) 하나로 국내는 물론 해외 자동차메이커로부터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SJM(대표 김용호)의 21세기 영업전략이다.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SJM은 건축, 플랜트, 자동차용 벨로우즈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75년 성진기공으로 출발한 이후부터 줄곧 벨로우즈 생산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86년말부터 생산품목 다변화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회사상호도 SJM으로 바꿨다.이 회사가 생산하는 자동차용 부품은 벨로우즈와 EGR(배출가스 순환장치)밸브용 파이프. 벨로우즈의 경우 국내 자동차 3사에 모두 납품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은 90%를 넘어서고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체설계 개발능력을 갖췄다는 점. 현생산거점인 안산공장 생산라인도 자체기술력으로 세웠다.SJM의 기술력은 국내에서 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생산품의 60% 이상을 포드, GM, 폴크스바겐, 이스즈 등에 납품하고 있다. 늘어나는 해외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89년부터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곳에 현지생산법인을 세우고 독일현지에는 영업법인을 세웠다. 특히 남아공 법인은 SJM이 1백% 투자해 설립, 포드자동차 유럽법인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2백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올해에는 미국 본토공략을 위해 미국사무소도 개설할 예정이다.SJM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해외수주활동에 힘입어 최근 남아공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포드에 향후 5년간 약 3백80억원어치의 벨로우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성과를 포함, 이 회사는 2003년까지 약 2천2백억원어치의 수출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SJM의 급성장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품질을 밑바탕으로 한 기술력과 과감한 현지투자가 바로 그것. 또 제품의 내구성능시험을 위한 MTS장비(실차측정장치)도 자랑거리. 적용되는 엔진마다 다른 열특성과 진동을 실제상황과 유사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벨로우즈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