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전부터 개인 정원 등 특별시설까지 … 소형·임대아파트도 ‘넓게 비싸게’ 추세

분양가 자율화 이후 원가연동제, 15% 옵션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고급화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텔같은 아파트’라는 선전이 더 이상 눈길을 끌지 않을 만큼 고급 사양을 채택한 아파트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벽걸이형 TV, 대형 냉장고 등 3천만원 상당의 최고급 가전제품을 제공하는 업체까지 등장한 상태다.마감재 고급화 경쟁은 공급자 위주의 분양시장이 수요자 위주로 전환됐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지난해 전용면적을 1~5평 더 넓게 활용하는 안목치수 적용이 확산되면서 고급화 경향은 내외장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99년초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에 선보인 ‘롯데캐슬’은 아파트를 호텔형으로 꾸민 대표적 사례. 지난달 서울 동시분양을 통해 선보인 잠원동 롯데캐슬의 경우 보안전문업체인 에스원에 의뢰, 최첨단 시큐리티 시스템을 설치했다. 시스템키친(주방기구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것), 포켓도어 등도 최고급 수준.◆ 24평형 소형아파트에도 드레스룸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상반기 분양예정)과 수원시 망포동(3월 초 분양) 아파트에 고급 사양을 대거 선보였다. 체리무늬목 주방가구, 인조석 싱크대 상판, 식기세척기, 홈오토메이션 등은 기본이고 국내 최초로 윗목·아랫목 개념의 난방방식도 시도된다. 또 아파트 발코니와 거실 사이에 설치하는 접이식 유리문 아이 플로딩(I-floding)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LG건설은 최근 3천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나서 업계를 긴장시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의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LG건설은 1억2천만원 상당의 무이자 이주비와 함께 벽걸이형 TV, 대형 냉장고 등 최고급 가전제품 6가지를 무상 제공키로 했다. 이밖에 한신공영은 서울 도봉구 창동의 중대형 단지에 액정TV를 설치키로 하는 등 내외장재 고급화는 전 건설업체로 확산되는 추세이다.소형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수요자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30평 이상 중대형에만 들어가던 마감재 품목을 20평형대에 적용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벽산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벽산아파트 24평형에 원목마루, 식기세척기, 유럽식 주방가구 등을 옵션으로 제공키로 했다. 또 화장실을 2개 설치하는 것도 모자라 드레스룸까지 끼워넣었다.경기도 용인 구갈2지구에 공급된 현대아파트 25평형도 발코니 전면에 방2칸과 거실을 일렬 배치하는 3-BAY 방식으로 꾸몄다. 이전까지는 30평 이상에서나 가능하던 일이었다.임대 아파트도 넓게, 고급 사양으로 꾸미는 사례가 나타났다. 우남종합건설이 경기도 화성군 병점에서 분양할 임대 아파트 33평형은 국내 최초의 ‘셀프 코디형’ 아파트다. 셀프 코디형에는 원목마루, 홈바 등 일반 중대형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급 마감재가 설치된다.마감재외에 ‘덤’으로 특별시설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고급스럽고 특별한 아파트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의 벽산첼시빌은 꼭대기층에 8평 규모의 전용 테라스를 설치, 개인 정원이나 골프퍼팅장으로 활용토록 했다. 부천시 상동지구 한양아파트에는 지하 주차장 대신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서도록 설계돼 있다.대림산업은 아파트 주변의 야산을 공원으로 만드는 자연친화형 저밀도 아파트 단지를 내놓았다. 용인시 구성면 보정리의 대림아파트는 대지면적 1만3천여평에 용적률이 95% 수준인 초저밀도 아파트. 대다수의 아파트가 2백% 이상의 용적률이 기본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자연친화형 단지인 셈이다.주택공사도 경기도 수원시 천천지구의 32평형 1천3백가구에 ‘특별시설’을 설치한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장애인이 있는 입주가구에 대해서는 미끄럼방지, 좌식 샤워시설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중소건설업체 경쟁력 떨어져이같은 고급화 경쟁은 자율경쟁을 통해 아파트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최근 고급 마감재를 선보이고 있는 건설업체를 보면 도급순위 50위 이내 대형 업체가 대부분이다. 또 고급화 경쟁을 이끌고 있는 건설사들 대부분이 가전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따라서 자본이 달리고 가전 관련 계열사도 거느리지 못한 중소 건설업체는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로 하여금 아파트 분양시장을 외면토록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급 가전시장 팽창 / 아파트 고급화 업고 덩달아 호황아파트 고급화 추세를 가장 환영할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가전업계. 그 중에서도 고가의 첨단제품 생산업체는 입이 벌어졌다. 주택건설업체들이 벽걸이형 평면TV, 6백ℓ 이상 대형 냉장고, 영상전화기, 액정A/V폰 등 첨단 가전제품들을 필수 또는 선택사양으로 채용하겠다고 앞다투어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사이버아파트에 꼭 필요한 인터넷TV, 웹비디오·스크린폰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엌에 싱크대를 달 듯 첨단 가전제품을 기본으로 갖추어놓은 아파트가 대중화될 전망이다.첨단 가전제품 공급의 선두주자는 LG전자와 삼성전자. LG전자는 최근 계열사인 LG건설이 짓는 LG빌리지와 현대건설의 홈타운, 하이페리온아파트 등에 디지털 PDP(Plasma Display Panel)TV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제품은 40인치 이상 대형이고 두께가 10~20㎝인 초박형 TV로 시가가 9백만~1천6백만원. 별도의 컴퓨터 없이 인터넷을 즐길 수도 있어 미래형 TV로 각광받는 제품이다. 또 싱크대에 설치하도록 만들어진 김치냉장고, 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아파트용 패키지도 준비중이다.삼성전자는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와 제휴, 인터넷TV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또 초고속 정보통신 아파트 건설사에 웹비디오·스크린폰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이같은 고급 가전제품은 아파트 사양으로 대량 공급할 경우 향후 교체 수요까지 겨냥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기본으로 고급화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아파트 시장의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