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첨단업종 경쟁력 세계 최강 … 주가 대폭락 가능성 희박
짧게는 금년 한해, 길게는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미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을 들고 있다. 최근 몇년간 미국 증시는 급격한 상승세를 거듭해 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그동안 미국 연준리(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주가의 거품 우려에 대해 누차에 걸쳐 경고해 왔다. 실제로 이러한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해 6월말부터 금리를 5차례에 걸쳐 인상해 왔다. 폴 크루그먼 MIT 교수도 현재 미국 증시는 극도의 혼돈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다.미국 경제의 여건도 자산소득 증가에 따라 과도한 소비지출로 가계부문의 저축률은 마이너스 상태다. 지난해말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백32%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적자는 3천3백89억달러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의 3.7%에 달하고 있다. 금년에는 4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외형만 놓고 본다면 80년대 후반의 일본과 1929년 대공황 직전의 미국과 비슷하다. 그러면 미국 증시는 실제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일까.◆ 은행차입 비중 주가총액 1.5% 불과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한 국가의 증시가 조정되기 위해서는 주가의 자산인플레 성격이 짙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은행차입은 주가총액의 1.5%에 불과하다. 80년대 후반에 일본의 은행차입은 무려 주가의 1백20%에 달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의 은행차입이 주가의 18%를 차지했다. 현수준은 아주 미미하다.최근 3년간의 은행대출 증가는 주로 기업인수 자금이지 주식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주가도 벤처기업이나 기술관련 업종이 주도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로 독일 5.1%, 영국 4.9%, 일본 15%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다. 그만큼 건전한 것이다.미국 증시에서 기술관련 주가의 상승은 실물경제에도 뚜렷한 영향을 주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2.5%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첨단기술주가 성장을 주도하면서 잠재성장률이 3∼3.5%로 약 1% 포인트가 제고됐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2%대에서 안정돼 인플레 우려는 불식되고 있다. 동시에 기술관련 주가의 상승은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현재 미국의 벤처캐피털이 갖고 있는 자산은 1천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67억달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글라스-스티겔(Glass-Steagal) 법의 폐지로 벤처캐피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은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결국 미국의 주가상승은 과거처럼 자산인플레 성격보다는 벤처나 첨단기술업종으로의 자원재배분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증시의 장래는 최근 몇년처럼 자원재배분을 통한 생산성과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내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물론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이런 고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 경제 자체적으로나 세계 경제 차원에서 이런 선순환 고리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미국경제가 처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첫번째 장애요인으로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인플레 문제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앞으로 생산성 향상속도가 둔화될 경우 기업들의 단위노동비용을 증가시켜 인플레 압력이 갑자기 높아질 우려가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두번째 장애요인은 세계 경제의 회복과 이에 따른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사실 이 문제는 금년 들어 미국 경제나 미국 증시가 흔들린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6월말 이후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것도 세계 경제 회복, 유가상승과 궤도를 같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을 입증해 주고 있다.다행히 4월 이후부터는 국제유가가 완만하나마 안정국면으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회복도 질적인 측면에서 인플레 유발이 거의 없는 첨단기술주가 주도한다면 미국 경제의 부담이 되는 정도는 덜할 것이다.세번째 장애요인으로는 경상수지적자 문제다. 그동안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자본수지흑자로 잘 메워 왔다.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은 아무리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자본수지흑자로 메워주기만 한다면 우리처럼 소규모 경제와는 달리 별다른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의 값싼 자금을 활용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성장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물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적자를 자본수지흑자로 메워주지 못한다면 많은 정책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우선 달러화 강세정책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된다. 금융정책도 대폭적인 긴축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교역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이 경우 미국내 자금이탈과 기업수익 감소로 미국 증시에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상승에 따라 자산소득이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주요 예측기관들이 일제히 세계 경제 불안요인으로 미국 증시의 조정가능성을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미국 경상수지적자 확대, 증시찬물 우려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국제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국채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조정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미국 증시를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시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 상태에서 경상수지적자 확대에 따른 미국내 자금의 이탈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결국 미국 증시나 미국 경제의 통화긴축과 주가조정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현재 세계 경제나 우리 경제가 우려하고 있는 미국 주가의 대폭락 가능성은 적다는 점이다. 오히려 금리인상을 통해 주가조정에 성공할 경우 미국 경제나 미국 증시가 호조를 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더욱이 미국 경제는 글로벌 지위가 확고하고 앞으로 세계 국부를 주도할 인터넷과 첨단기술업종에서의 경쟁력은 다른 국가에서 엄두도 못낼 수준에 와있다. 대내적으로는 유연한 기업구조, 이민 용인정책, 벤처기업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환경 등 강점을 갖고 있다.따라서 미국 연준리가 금리인상을 통해 금년에 미국 경제나 미국 증시의 조정에 대한 우려를 처방만 해 준다면 미국 주가가 다시 한번 상승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주식투자 이익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는 때인지도 모른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