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의 대외가치가 올해에도 약세를 거듭하며 출범 초기에 비해 17%나 절하됐다. 지난 1월 말 이후 유로화는 0.96∼0.9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독일 마르크화로 환산한 환율(2.08 마르크/달러)은 1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이와 같은 최근의 유로화 약세는 경제의 펀더멘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먼저 99년1월 출범한 유럽통화통합(EMU)은 일부의 비관적 견해와는 달리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유럽중앙은행도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위상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로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유럽의 실물경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되는 모습이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각종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유로지역의 국내총생산은 3.5% 증가해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도 90년대 통일의 여파에 따른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며 3%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유로화 약세 이유는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주식시장 거품붕괴, 무역수지 적자 증가 등의 우려를 뒤엎고 4.1%나 성장했으며 아직까지도 이러한 성장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해 미연준리는 99년 하반기에 3차례, 올해 2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국제자본이 투자수익률이 높은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즉 현재의 환율은 유로화 약세라기 보다는 미국의 경기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풀이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유로화의 대 달러화 환율이 언제 회복될 것인가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순환상의 격차가 언제 역전되어 국제투자자금이 다시 유럽으로 환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직은 미국 경제의 성장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으며 미연준리의 금리인상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10년 가까이 장기호황 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도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도 올해 들어와 500 포인트 이상 하락해 경기둔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유럽의 주가는 올해 꾸준히 상승해 Euro stoxx 50 지수가 작년 말보다 12% 가까이 상승한 5,100 포인트대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가를 경기선행지수로 설정한다면 미·유럽간 경기가 역전될 가능성은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4천1백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도 언젠가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동안에는 국제자본의 유입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것이 가능했다.하지만 미국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비관적으로 바뀌면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달러화가 가파른 평가절하를 겪게될 가능성도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올 연말 유로화 환율은 1.05 내외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확장국면을 지속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로화 환율이 현 수준(3월 23일 현재 0.98 달러)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