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까지 약세 예상 … 반등 때마다 현금화하는 보수적 전략 필요

코스닥시장이 다시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3월말로 예정된 유무상증자물량이라는 수급부담 때문에 약세를 면치 못하던 코스닥시장에 나스닥폭락이라는 재앙까지 겹쳤다. 지난 1월의 폭락장세를 연상시킬 정도이다.인터넷 정보통신 등 ‘신경제’주식의 버블논란과 전통제조업 금융 등 ‘구경제’주식의 화려한 재기로 요약되는 미국 증시의 현상은 국내 증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3월 둘째 주만 해도 거뜬히 5,000포인트를 돌파했던 나스닥지수가 지난 주 한때 4,500포인트대까지 주저앉았다. 반면 주초반에 일시적으로 10,000포인트를 하향돌파했던 다우지수는 16일 하루상승률로는 최대인 4.93%의 폭등을 보이는 등 나스닥과 대비되는 활황세를 보였다.미국 증시의 그림자는 특히 거래소보다 코스닥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우지수의 폭등이 거래소의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나스닥의 하락은 코스닥의 급락을 재촉했다. 나스닥은 코스닥의 벤치마크 대상이기 때문에 ‘신경제’주식에 대한 논란으로부터 코스닥이 자유로울 수 없었던 탓이다.이 결과 한 주 전만 해도 280포인트를 힘차게 돌파했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 내내 조정국면을 보였다. 16일에는 그간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20일이동평균선마저 무너졌다. 17일의 거래량은 지난 2일 이후 최저 수준이고 거래대금은 2월 7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종목별로는 이미 증자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국면에 있는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로커스 등을 비롯, 보안테마 및 바이오테마주는 물론 주도주의 조정속에 부분적으로 강세행진을 펼쳤던 소형주 저가주들까지 약세로 돌아섰다.◆ 유무상증자 물량 6조원대 … 소화여부 불투명전문가들은 3월말 혹은 4월까지도 코스닥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우선 증시를 둘러싼 수급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 이달말까지 코스닥시장에 새로 등록되는 유무상증자 물량이 거의 6조원에 달한다. 3월 넷째 주에 1조1천억원, 다섯째 주에 4조8천억원어치의 신주가 쏟아진다. 물론 고객예탁금이 12조원대로 크게 늘어나고는 있다. 단순계산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6조원이 신주물량을 소화해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그러나 이 자금이 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유무상증자 물량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 달중 계속 투자분위기가 위축된 상태”(강현철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강연구원은 “3일 연속 하락한 나스닥지수가 ‘신경제’주식에 대한 논란속에서도 16일 반등했는데 코스닥지수는 17일 반등대신 폭락한 것이 이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이 하락추세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된다.현대증권 변준호 투자전략팀 대리는 “정보통신 인터넷주의 상승이라는 대세가 꺾인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산업의 핵심이 인터넷 정보통신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 혁명적 추세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첨단업체가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의 추세는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상승국면의 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우 폭등·나스닥 하락 ‘단기적 변화’나스닥의 5,000포인트가 무너지고 다우지수가 15, 16일 연속 폭등한 것을 지켜본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도 여전히 대세는 첨단기술주로 대표되는 나스닥에 있다고 지적한다. 도널슨 러프킨 앤 젠리트의 선임투자가 톰 갤빈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우 폭등, 나스닥 하락은 대세의 변화가 아니라 단기적 변화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아시아시장의 반응도 첨단기술주 추세가 뒤집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우지수의 폭등소식 이후 17일 일본의 닛케이 공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3% 오른 19,566.23포인트를 기록했다. 같은 날 인터넷 첨단기술주의 상징인 소프트뱅크 주식은 5.85% 올랐고 히카리추신, NEC도 닛케이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홍콩시장에서도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4.43% 올랐지만 대표적 정보통신업체인 차이나텔레콤은 7.2%, 스마트원 텔레커뮤니케이션은 6.5%씩 더 큰 폭으로 올랐다.이렇게 본다면 코스닥시장, 특히 최근 조정을 보여온 첨단기술주 가운데 실적호전주의 경우 추가적인 하락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수급이 중기적 상승세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증자물량 출회는 약세장에서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한다. 1,2월만 해도 유무상증자 발표가 상한가 재료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이다. 뿐만이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 3월 들어 꾸준히 매수를 해온 투신사 등 기관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외국계 자금 역시 순매수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특히 일본계자금의 경우 일본회계연도의 기준이 되는 3월말을 맞아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들이 선호해온 코스닥의 인터넷대장주나 정보통신관련 대장주들의 추가하락도 예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따라서 국가 신용등급 상향과 같은 결정적인 호재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코스닥의 조정은 이달말과 4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터넷 정보통신분야의 상당수 우량종목이 가격조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가격과 기간조정을 거쳐야 할 것”(변준호대리)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이같은 상황에서의 전략은 결국 ‘보수적 대응’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성급히 매수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미 갖고 있는 종목이 시장의 관심권내에 있는 정보통신, 인터넷 주도주이고 실적도 뒷받침된다면 추가하락이 있더라도 중장기보유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변주나 재료 하나만으로 상승을 기대하는 종목이라면 손절매를 각오하고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현금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