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디자인 개발·소재 연구, 생산량 3분의 2 수출 … 철저한 목표관리 경영 성과

초가집 앞마당에 닭 세마리가 놀고 있다. 옆에는 장독대와 붉은 고추가 보인다. 큰 키를 자랑하는 옥수수와 함께. 멀리 수리산도 보인다. 무더위도 한풀 꺾인 늦여름 오후의 한가로운 시골 풍경. 서울 수송동에 있는 대림통상 이재우(71) 회장실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의 옛 풍경이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했지만.이 방에는 고향집 풍경뿐 아니라 많은 그림이 걸려있다. 홍천의 얕은 강물에서 그물을 던지는 모습,눈 덮인 산과 들의 풍경화 등등. 그림을 좋아하는 단면이 드러난다.이회장이 창업해 운영중인 대림통상은 주방 및 욕실용 설비제조업체. 스푼 나이프 포크 주전자 그릇과 수도꼭지가 주종이고 비데와 샤워꼭지는 새로 참여한 품목이다. 이들 주방 및 욕실용품은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적인 면을 중시하는 이 회장의 감각과 맞아 떨어진다.대림통상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5백95억원에 달했다. 이중 수출은 8천만달러. 50여개국으로 내보내고 있다. 주문자상표나 자사상표로 수출된다. 미국의 양식기업체인 오나이다와 월레스 퀴진아트, 수도꼭지업체인 프라이스피스터, 독일의 양식기업체인 WMF 등 굴지의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미국내 5대 수도꼭지업체인 프라이스피스터에는 지난 8년 동안 부엌용 착탈식 수도꼭지 1백12만개를 내보냈다.◆ IMF 위기 속에서도 공장가동률 100% 유지이들 업체가 주문을 늘림에 따라 대림통상은 외환위기 때도 공장가동률 1백%를 유지했다.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 순익도 크게 느는 등 타사와는 달리 외환위기가 도약의 계기가 됐다. 단순히 주문자상표를 부착해 생산하는게 아니라 높은 품질수준의 제품을 개발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등 바이어를 앞서서 이끄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이 회사의 활약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상하의 도시국가 싱가포르. 이 나라의 상징은 깨끗함이다. 거리뿐 아니라 화장실도 마찬가지. 청결의 비결은 세척밸브(플러싱 밸브)다. 유심히 살펴보면 영어로 대림이라는 마크가 보인다. 대림통상은 이 나라 세척밸브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아메리칸스탠더드 토토 등 쟁쟁한 업체와 경쟁하면서 일궈낸 성과다.말레이시아 시장은 5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는 아예 한글로 ‘한국산 대림통상 제품취급’이라는 간판을 내건 건자재점도 있다. 대림통상이 외국에서 더 유명한 것은 생산제품의 3분의 2가량을 수출하는데다 품질을 인정받기 때문.호두알같은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일군 당기순이익은 59억원.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순이익도 해마다 40억원에서 7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상당수의 국내 양식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림통상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옹고집 때문. 주방 및 욕실용 기자재는 미적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인테리어의 한 요소이기 때문. 기능과 품질은 이미 기본이 됐다. 건축업자는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미려한 디자인과 색상의 건자재를 찾게 마련. 대림통상은 이에 걸맞는 제품 생산을 위해 해마다 디자이너를 이탈리아로 연수 보낸다. 의장등록건수가 1백건이 넘는다.중앙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이회장이 창업을 한 것은 지난 70년. 군에서 장교생활을 했고 형님이 운영하던 대림산업에서 5년간 근무했던 이재우씨는 수출드라이브정책에 걸맞는 사업을 찾던중 금속양식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푼 나이프 포크 등 양식기는 서양인이면 누구나 사용하는 도구여서 잘만 만들면 시장은 넓었다.서울 동자동에 본사를 두고 공장은 부평에 세웠다. 미국이 주수출시장이었다. 한창 수출을 늘려나갈 때 미국은 자국산업 피해를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매기기도 했다. 미국 무역위원회와 통상대표부를 찾아다니며 통상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한국금속양식기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창립 30주년 … 세계적 업체 도약 야심이어 수도꼭지 사업에 참여하며 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일본 이낙스와 기술제휴를 맺기도 했다. 현재 공장은 국내와 인도네시아에 두고 있다. 스푼 나이프 포크 등 금속제 양식기와 냄비 그릇 주전자 등 금속제 기물 그리고 수도꼭지 분야 모두 국내 업체중 수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힌다.이회장은 밖으로 나서는 일이 좀처럼 없다. 사업도 한우물만 파는 스타일이다.‘써본 사람은 입이 근질근질해 주위 사람에게 권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회장의 경영방침이다. 정도경영과 품질우선, 종업원중시가 경영철학이다.최근들어 비데와 샤워부스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이 회사는 주방과 욕실용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떠오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탄탄한 경영을 통해 도약하는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중장기 목표를 짜놓고 있지요.”이회장은 철저하게 목표관리 방식의 경영을 하고 있다. 5년 10년의 중장기경영계획을 세워놓고 한발씩 전진하는 스타일이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싫어하는 그는 대림통상 경영에도 이를 그대로 접목시켜 부채비율을 98년 90%, 99년 79%로 낮췄고 올해는 70%선으로 낮출 계획이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대림통상이 또 다른 30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해 보자.(02)730-9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