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혁명의 초기단계라는 시대적 상황과 마흔이라는 나이가 기업가의 삶에 도전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 승부수를 던졌습니다.”돌연 자유기업원을 나와 벤처행 급행열차에 합승한 공병호 인티즌 사장이 밝히는 변신의 변이다. 공사장은 지난 97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자유기업원의 전신) 소장을 맡아오면서 ‘재계논리 대변자’로 눈부신(?) 활약을 한 인물. 그러나 그 화려함도 현장체험의 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는 것이 공사장의 설명이다.그의 벤처행에 재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사장이 1백2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 자유기업원을 전경련에서 독립시킨지 한달도 되지 않아 갑자기 벤처기업으로 옮겼기 때문이다.“지금 한국에서는 엄청난 권력이동(Power Shift)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현장에서 목격한 경제적 기득권의 붕괴현상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그 변화의 중심에 벤처기업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공사장의 시각이다. 지금껏 쌓아온 ‘공병호’라는 브랜드 가치만으로 무혈입성할 수 있는 대기업들을 마다하고 벤처행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벤처엑소더스와 자신의 변신을 해석해 달라고 공사장은 주문한다.공사장은 지난 10년간의 자유주의의 세일즈맨으로 활동하면서 ‘재벌옹호논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렇지만 자유와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벤처기업에 자신만큼 적합한 인물도 드물다고 주장했다.공사장이 새로 둥지를 튼 벤처기업은 국내 최초의 허브사이트업체인 인티즌. 지난해 11월 출범한 인티즌은 옥션, 맥스무비, 와우북 등 16개 인터넷 사이트가 연합, 네티즌들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95만명의 회원과 하루평균 5백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벤처기업에 적합한 인물 ‘자평’“인티즌은 회사출범 초기에 소액투자자로 참여,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업체였습니다.” 돈에 팔려가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구심과는 달리 인티즌의 가능성과 기업이미지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이름값에 비해 싼값인 연봉 9천만원에 업계 관행 정도의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의 러브콜에 흔쾌히 사인했다는 것이다.“재계의 판도가 많이 바뀔 겁니다. 대기업은 상하관계와 경직성으로 인해 경쟁의 관건인 스피드가 떨어집니다. 곧 온라인기업중 오프라인기업에 근접하는 기업도 등장할 겁니다.” 그러나 벤처바람이 단기적으론 오프라인업체들에 불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윈윈게임이 될 것이라는게 공사장의 전망이다.“지난 10년간 오프라인 쪽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 오프라인업체와의 제휴부문과 조직 관리부문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공사장은 자신의 대외사업능력과 그동안 인티즌을 이끌어온 박태웅 사장의 전략과 기획력으로 시너지효과를 발휘, 올해 내 인티즌을 국내 3대 메카사이트로 도약시킬 생각이다.어떤 일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 그 나이에 안정이 아닌 도전과 실험이라는 카드를 던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론가인 그의 자신감이 배경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 카드의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