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훈(53) 대표가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한지 3개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회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 사업부 이사가 ‘깨진’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느날 그는 해오던대로 결재판을 들고 무심코 제대표방에 들어갔다 면박을 당했다.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네트워크는 뭣에 쓰려고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을 들고 다니느냐”는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삼성캐피탈의 모든 결재는 전자결재로 바뀌었고 회의 또한 노트북만을 놓고 진행되고 있다.제대표는 부임하자마자 “디지털 회사로 가려면 일하는 사람의 마인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인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했다. 국내에 있을 때는 물론 해외출장시에도 전자결재시스템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취임 이후 2백여개의 도메인을 등록했다는 사실 또한 그의 디지털경영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삼성물산에서 경영지원실장으로 CFO역할을 하면서 인터넷 사업을 총괄했던 제대표가 캐피탈로 올 때 인터넷 기업 변신은 예고된 일이었다. 취임해서 가장 먼저 한 것도 인터넷 사업본부 확대, 고객상담센터 개편이었다.임원을 고객상담센터에 배치한 것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에 접수되는 고객의 불만, 항의 내용을 직접 챙긴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접수되는 클레임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삼성캐피탈은 할부금융 서비스, 팩토링 등을 주업무 영역으로 삼는 여신전문회사.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소비자의 개별 욕구에 대한 맞춤서비스, 속도, 편리함이 앞으로 모든 금융업종이 취해야 할 키워드라고 봅니다. 우리가 인터넷 회사로 변신해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도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마케팅 전략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제대표는 아직 대단치는 않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학자금 대출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매출 비중이 25%를 넘어섰고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인터넷 대출 총 취급금액이 4백억원에 이른 것이 좋은 사례라고 제대표는 설명했다. 올해는 인터넷을 통한 대출 규모를 2천억원으로 늘려 잡았다.법인고객의 경우 대출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2~3일에서 한나절로 줄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이 상담원과 화상 채팅을 통해 대출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계속해서 인터넷 서비스를 보완해 갈 방침이다.“전 국민의 신용 등급을 우리가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 고객이 학교에 진학하면 학자금을, 결혼할 때가 되면 웨딩론을, 주택을 마련하면 주택 구입 자금을 제공하는 식이지요.”이를 위해 그는 올해 4백억원을 투자,인터넷 사업부 인력을 현재 1백여명에서 1백50명으로 늘리는 한편 인터넷 취급 상품 또한 10개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이미 확보하고 있는 8백50만명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의 중심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70개 이상의 쇼핑몰사이트와도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제대표는 경영자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영화감상을 즐긴다. “간접경험을 통해 자칫 좁아지기 쉬운 시선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영화에 대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