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짧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무언가 새로운 내음을 맡았는가 싶으면 어느새 계절은 훌쩍 여름으로 건너뛴다. 그런 면에서 첫사랑과 젊음은, 봄이라는 계절과 많이 닮았다. <러브레터 designtimesp=19642>에 이어 두번째로 우리나라에서 개봉되는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4월 이야기>는 젊은날의 어느 찬란한 봄에 대한 기억.우즈키는 홋카이도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홀로 도쿄로 이사한다. ‘무사시노’ 대학 새내기가 된 것이다. 고향은 아직 겨울인데 무사시노에는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다. 낯선 동네, 낯선 친구들…. 이야기는 우즈키가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선배를 다시 찾아가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새로운 시작의 설렘, 그 아스라한 기억을 불러내는 일에 더 관심이 있다. <러브레터 designtimesp=19645>에서 젊은이들의 넋을 빼놓았던 치밀한 영상과 구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순정만화적 감성의 극치를 이루는 정말 깔끔한 멜로드라마다. 영화 중간중간에 장치들을 깔아두었다가 후반부에 터뜨리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와이 슈운지식’ 전개 방식도 그대로다. 상영시간 65분의 중편.◆ 연극 - 세자매손숙·윤석화·박정자 한무대러시아 희곡 문학의 거장 안톤 체홉의 대표작 <세자매 designtimesp=19652>가 다시 한번 공연된다. 리얼리즘 연극을 고수하던 고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1967년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렸던 작품. 이번 공연은 이해랑 연극상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손숙, 윤석화, 박정자 등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굵직한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체홉은 평범한 인간들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가. 극적인 외적 갈등이나 사건없이 등장인물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새로운 극작법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세자매 designtimesp=19655>에도 역시 뚜렷한 선인이나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시골에 살면서 자나깨나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평범한 세 여인의 좌절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희망을 제시한다. 임영웅 연출.4월13∼30일. 화∼토 오후 3시·7시30분, 일 오후 3시.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334-5915,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