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통해 시스템 관리·업그레이드 등 ‘맞춤’서비스 … 기업 전산시스템 구축 ‘혁명’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사장. 그는 최근 회사에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해 몇 개월 동안 준비했던 계획서를 하루 아침에 휴지통에 집어넣어버린 것이다. 그 배경에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도입 결정에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하고 프로그래머 전산실 등 투자에 필요한 항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ASP를 이용해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하면서부터 이런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된 것이다. 비용면에서도 기존 방식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절약하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거두었다.올해들어 기업마다 ASP 도입과 구축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심 차원을 넘어서 ASP가 컴퓨터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사업이라고 극찬하는 시각도 있다.그럼 무엇때문에 ASP 사업에 매달리는가. 앞서 설명했듯이 ASP는 기업에 필요한 전산 환경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들의 e-비즈니스 사업과 업무환경 개선, 경쟁력 제고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예를 들어 보자. 종업원 1백여명을 가진 한 제조업체에서 전산환경을 구축할 경우 기존 방식대로 한다면 우선 하드웨어로 중대형급의 컴퓨터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 특성에 맞는 각종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또 이 시스템을 운용할 전산요원과 정기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다.그러나 ASP를 이용한다면 이런 절차가 필요없게 된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별도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 시스템 관리와 업그레이드 등 모든 관리는 ASP 사업자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그러면 항상 새롭고 향상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한 컨설팅과 구축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보통 한 기업에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실시하는 컨설팅 과정은 최소한 10개월을 계획한다. 그러나 ASP를 이용하면 컨설팅을 거쳐 시스템을 오픈하는데 3개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컴퓨터 환경 패러다임 바꿀 사업ASP 사업은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일반 엔드유저(소비자/기업)가 값싸게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이 ERP 패키지를 직접 구매할 경우와 임대해서 사용했을 경우 토털코스트(TCO)면에서 최고 30~4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따라서 중소·중견기업에서 ASP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에 따라 기존 SI업체(삼성SDS, LG-EDS시스템 등) ISP업체(한국통신하이텔, 드림라인 등) 통신업체(하나로통신, 한국통신 등) 소프트웨어업체(MS, 한컴 등) 하드웨어업체(IBM, HP 등) 들이 ASP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LG-EDS시스템의 경우 ASP 사업팀을 사내 벤처 1호로 독립시킬 정도로 사업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오라클은 BOL(Business ONLINE)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ASP 사업을 시작해 향후 5년내 매출이 전체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매출액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시장조사 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ASP시장은 `98년 9천만달러에서 2001년에는 6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DC도 `99년 1억5천만달러에서 2003년에는 20억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ASP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전자상거래 등 활성화로 약 9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도 LG-EDS시스템에서 사업성 검토를 위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향후 4년간 누적 수요는 약 4천6백억원, ERP부문 ASP는 1천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ASP 사업 영역도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자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를 비롯해 개인대상의 워드프로세서 오피스 프로그램 등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쇼핑몰을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임대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ASP 사업은 엄밀히 구분해 사업 대상에 따라 중소·중견기업과 개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말하는 ASP 개념이 혼재돼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LG-EDS시스템의 ASP 사업 사내 벤처 CEO인 오병기 팀장은 “국내는 ASP와 웹호스팅 사업이 혼동돼 사용되고 있다”면서 “엄밀한 의미의 ASP 사업이라면 중소기업에 ERP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기업뿐 아니라 개인 대상의 ASP 사업도 전망이 밝다. 워드프로세서나 오피스 프로그램을 일일이 구입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일정량의 저장 공간까지 제공해 준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필요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한편, ASP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인터넷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둘째는 보안성 문제다. ASP 이용자는 회사 데이터를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ASP 업체의 서버에 보관하게 된다. 따라서 데이터의 유실이나 공개 등 보안문제를 두려워하고 있다. 또 ASP 도입을 꺼리는 이유중 하나로 기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거나 운영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전문가들은 ASP 사업이 인터넷 상에서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수준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프라인에서 소프트웨어 판매업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한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IT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대세임에 틀림없다.◆ 한국ASP산업 컨소시엄 설립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회장 정장호)는 ASP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해 ‘한국ASP산업 컨소시엄(ASPIC Korea)’을 설립하고 지난 3월22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기념식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설립된 ‘한국ASP산업컨소시엄’은 ASP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의 시장질서와 수요창출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컨소시엄은 ASP 인식확산과 홍보를 위한 실태조사 및 홍보자료를 발간하며 세미나 및 전시회를 개최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또 ASP 산업환경 구축을 위한 환경조성, 인프라 구축·촉진, 이용자 보호방안 강구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컨소시엄을 대표하는 위원장으로는 다우기술의 김익래 회장이 선출됐다. 또한 최고 의결기관인 운영위원회에는 CJ드림소프트 삼성SDS 데이콤 두루넷 드림라인 삼성전자 라이거시스템즈 넷큐빅 세종정보기술 아이월드네트워킹 에스넷시스템 LG-EDS시스템 원투 한국소프트중심 한국통신 한글과컴퓨터 한솔텔레콤 한전정보네트워크 현영시스템 SLI SLK&C등 22개사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