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식 부재는 세계인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큰 장애로 작용한다. 미국처럼 내부자 고발법을 만들어 부패를 신고하는 사람을 지원하고 홍콩처럼 염정공서를 만들어 공무원의 부패를 막아야 한다. 부패와의 전쟁은 필요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돌아온 김사장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출세한 사람이다. 정보통신업계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좋은 브랜드로 소위 잘 나가는 중견기업 사장이다. 남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몇년을 같이 일하던 직원이 기술을 빼가서 회사를 차리는가 하면, 돈을 받고 팔아 넘기기도 한다. 그들의 비윤리적 행동보다는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그를 절망시킨다. “내가 개발한 기술이니까 내 것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란다. 근무시간에 월급받아가면서 각종 시설을 이용해 개발한 것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문제다.미국의 경우 이런 것은 명확하게 회사의 소유다. 이런 지적 소유권은 시, 소설 혹은 음악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가 집에서 아무런 설비 없이 혼자 그런 고급 정보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 또 얼마 전에는 어떤 대기업 출신이 회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들고 와서 흥정을 했다고 한심해한다. 한국 최고의 학벌을 가진 자가 그것도 회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백주대낮에 들고와 “얼마에 사겠느냐”고 묻는 것을 보고 한국인의 윤리의식에 절망했다고 호소한다.매년 실시되는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결과가 물의를 빚고 있다. 나라 경제는 어려웠지만 그 가운데 많은 공무원들은 이를 극복하고 재테크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역시 최고의 인재들만을 선발해 국가공복으로 한 결과가 드디어 열매를(?) 거두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재산증식 과정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많다. 업무상 고급정보를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한 것이다. 집사람이 한 것이고 나와는 상관없다, 원래 갖고 있던 주식이 오르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공무원은 주식 투자도 못하냐. 나름대로 변명은 많이 하지만 한 마디로 말이 안되는 소리다.유교가 무너진 이후 우리는 대체윤리를 찾지 못했다. 서양 것은 무엇이든 수입했지만 청교도 정신은 수입을 거부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부패한 나라가 되었고 국제기관이 발표하는 각종 부패지수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이는 그런 얘기를 한다. “오히려 중국이 사업하기 좋습니다. 그들은 무조건 돈만 집어주면 되거든요. 우리 나라는 돈을 원하는지 향응을 원하는지 도대체 구분을 할 수 없어요. 정말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입니다.”경쟁 개념이 없는 구공산권 사람들에게 경쟁 개념을 심어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몸에 배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인위적으로 하는 것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가 적다. 윤리와 원칙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이 내 것인지 회사 것인지,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이런 것은 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되어야 하는 기본 윤리의식이다. 도대체 어떻게 최고 학부를 나온 사람조차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떻게 공무원 부인이 주식 투자하는 것은 괜찮은 것 아니냐고 우길 수 있을까. 어떻게 공무원은 주식투자도 못하냐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이런 윤리의식 부재는 세계인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큰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교육을 통해 하는 것은 너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미국처럼 내부자 고발법을 만들어 부패를 신고하는 사람을 지원하고 홍콩처럼 염정공서를 만들어 공무원의 부패를 막아야 한다. 부패와의 전쟁은 필요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