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사업부 오명 씻고 이익 내며 경영 순항

디지털 피아노 제조업체인 (주)벨로체(대표이사 양원모·37·아래 사진)는 분사해서 목숨을 건진 기업이다. 대우전자에서 대표적인 적자 부서로 찍혀 퇴출 대상이었던 벨로체 사업부가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기업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과다한 금융비용과 인건비를 분사를 통해 한방에 해결했기 때문이었다.벨로체는 지난 88년 디지털 피아노 사업부로 출발해 10년만인 98년 5월 대우전자에서 분사됐다. 디지털 피아노 업계에선 벨로체가 줄곧 내수 시장에서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재고와 외상매출채권의 회전율이 늦어 은행에 갚아야 되는 20억원대의 이자 비용과 매년 30억원대의 인건비로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디지털 피아노 사업부를 총괄했던 양사장이 당시 과장의 신분으로 대우전자 경영진에 분사라는 초유의 해법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금융비용을 줄인다면 승산이 있었고, 선진국에 비해 국내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것도 내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이런 이유로 양사장은 당시 박창병 전무(현 대우전자서비스 사장) 등 경영진에게 자산 1백억 원에 달하는 벨로체 사업부를 없애는 것 보다 분사시켜 자산을 회수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득했다.양사장은 영업력이 좋은 대리점과 자재, 완제품 등을 선별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영진에 40억원의 인수 비용을 제시했다. 사업 초기 5억원의 자본금중 2억원을 대우전자에 준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월까지 40억원을 완납해 인수비용을 모두 갚았다.양사장 홀로 3개월에 걸쳐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외상 매출금이 적은 대리점을 선별해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총 80여명에 달했던 직원들을 25명으로 줄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밤을 세워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회사측에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다시 짜라고 하고, 자금을 대겠다고 약속한 해외 거래선의 돈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사업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 양사장의 기억이다.◆ ‘디지털 피아노 내수시장 밝다’ 승부수특히 대우전자가 “만일 벨로체가 부도라도 날 경우 모든 손해배상이나 소비자들의 항의가 다시 대우전자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벨로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하자 양사장은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만큼 브랜드 사용 여부는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것.그러나 양사장은 “탄탄한 해외 거래선이 있어 도산할 이유가 없고 A/S는 우리가 완벽하게 책임지겠다”고 회사를 설득했다. 끈질긴 설득 때문인지 경영진은 양사장에게 브랜드 사용권을 넘겨주었다.이런 과정을 통해 양사장은 벨로체 설립 초기연도부터 32억원의 인건비를 10억원으로 줄였고 1백40억원의 재고와 외상 매출 채권을 18억원으로 대폭 축소시킬 수 있었다. 매출액도 매년 늘어 98년 64억원이었던 것이 99년엔 1백1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백6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8월에는 코스닥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상이익도 지난해 3억5천만원을 냈고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올해는 1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양사장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