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담팀 구성해 타당성 검토 활발 … 정보통신업·중소기업도 진출 모색

경제계의 대북투자 행보가 6월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관련 기업들은 그동안 묶어 두었거나 물밑에서 남몰래 추진해 오던 대북사업계획 보따리를 풀어 저마다 부푼 청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다. 전경련도 12일 효율적인 대북경협 추진을 위해 북한에 공단을 만들어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 출신 경제인들로 구성된 고향방문조사단과는 별도로 전경련 차원의 투자조사단 파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남북사업 특수’가 3백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이같은 전망이 어느 정도 부풀려졌다 치더라도, 이번 대북경협이 우리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가장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투자 분야는 어디이며, 국내 기업들은 분야별로 어떤 청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을까.◆ 사회간접자본(SOC) 및 에너지 분야정부 및 경제계가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로 손꼽고 있는 것은 도로 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및 에너지 분야다. 물론 섬유, 가전 등 소비재와 식품분야 및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특수’가 예상되고 있다.이중 단연 관심을 끄는 분야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다. 그만큼 북한의 SOC분야가 낙후되어 있고, 다른 분야 투자활성화를 위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당장 통일이 이뤄질 경우 2010년까지 북한내 SOC 투자에 연평균 12조5천억원씩 모두 1백13조원이 들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민간차원에서 임가공 중심의 대북사업을 추진해오던 기업들도 아예 무게중심을 SOC사업 참여로 옮겨 잡고 있다.철도의 경우 북한내 여객의 60%, 화물수송의 90%를 각각 담당하고 있는 핵심교통수단인데도, 전력부족 및 시설낙후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존 철로의 복구작업에 1천억원, 남북한간에 서로 다른 전기, 신호 등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에 2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로는 총 연장이 우리 측의 4분의 1수준인 2만3천여km에 불과한데다 도로포장률도 10% 미만이고 그나마 평양 등 서쪽지역에 편중돼 있다. 이밖에 항만쪽도 총 하역능력이 우리쪽의 12분의 1 수준인데다 설비가 노후되어 있고, 컨테이너 시설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개발여지가 많다.에너지 부족도 심각하다.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전력생산능력)은 7백39만kw이지만, 그중 폐기하거나 보수해야 할 설비를 제외한 실제 발전용량은 2백만kw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용량으로는 산업용 전력은 물론 핵심운송수단인 철도의 운행도 불가능할 정도다.이같은 대규모 SOC 및 에너지 사업의 경우 정부 당국을 비롯해 한전, 한국통신, 도로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공기업이 우선적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 그러나 ‘특수’를 누리기 위한 일반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기업 움직임 활발남북경협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는 2대 주력 사업중 금강산 관광사업은 비교적 순항중이나 서해안 공단사업이 지지부진해 애를 태우다가 6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대는 조사단 방북 등을 통해 이달 안으로 공단후보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현대는 이밖에도 △남북공동영농사업(83만달러) △컴퓨터 조립라인 수출(연산 2만대, 1백55만달러) △지붕재 생산설비 수출(1백90만달러) 등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LG건설은 경공업과 정유, 화학 등을 중심으로 짠 단계별 대북진출 계획을 수정, 항만 도로 등 SOC중심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참여하겠다며 LG상사와 공동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LG상사는 이미 판문점 일대 비무장지대에 10억달러를 투자, 대단위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남북한 육로 및 해운수송망과도 연결, 국제적인 물류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LG는 이와함께 북한 당국이 요청해온 비료공장 및 합성수지 공장도 LG정유 및 화학 등과 협의, 올해안에 사업계획을 매듭짓기로 했다.대우는 SOC사업팀이 대북사업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으며, 항만 철도부문에 특화해 참여할 방침이다. 대림산업 역시 항만, 도로, 다리 등에 특화된 대북사업을 중점 검토하면서 SOC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시켰다. 한국토지공사는 98년 중단된 나진·선봉 공단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원산·신의주·남포 등 5곳에 대한 공단개발 타당성 조사도 검토중이다.◆ 전자업계ㆍ중소기업도 투자 가속화그동안 임가공사업에 주력해온 전자업계와 중소기업의 대북투자도 보다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부터 시제품이 생산되는 TV 전화기 카세트 등 임가공 사업과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96년 4백50만달러를 투입해 추진하다 보류된 연간 20만대 생산 규모의 TV합영공장 사업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오롱은 구미공장에 있는 나일론 원사설비와 현재 중국에 있는 비디오테이프 조립설비 등의 시설에 대한 대북이전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의 건설분야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98년부터 추진해온 섬유·기계조립·라이터 조립생산 등과 관련, 생산기술진의 방북을 타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주)아이엠알아이(IMRI)는 98년에 이미 북한에 진출, 3년 동안 북한땅에서 전자부품 및 모니터를 생산하며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와 성공적인 대북투자기업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식품업계에선 제일제당이 남북경협 전담팀을 재발족해 밀가루 설탕 식용유와 사료 등을 북한에서 생산하는 사업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롯데제과와 동양제과는 각각 97년과 96년이후 중단한 나진·선봉지구 초코파이 공장 설립계획을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업계 '서울에서 평양까지'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업계도 ‘북한특수’에서 예외가 아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북한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유니온커뮤니티(www.unionzone.com)는 25일 홈페이지에 이산가족찾기 메뉴를 추가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북한 토털서비스’를 발표할 계획이다. 북한의 공식 국가명을 딴 닷컴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인터넷(www.dprk.com)은 북한을 대표하는 공식사이트와 제휴, 사이트 공동운영 등을 통해 북한관련 콘텐츠를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소프트웨어의 경우, 삼성전자가 북한의 조선컴퓨터와 남북공동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인데,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약 8억7천만원(72만8천달러)을 투자할 방침. 고려대도 현재 북한학생을 유치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함께 첨단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통신인프라 구축사업도 한국통신, 온세통신, LG전선,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