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풀리면서 고객 부쩍 … 국내외 업체들 시장선점 각축 ‘치열’

‘펫비즈니스(pet business·애완동물산업)를 주목한다.’ 경기가 나아지면서 펫비즈니스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부터 사료 용품 미용 병원 학원 등과 같은 기존업종에서 장례대행 분양 음반 수출 등 그 영역도 넓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애완동물과 관련한 것을 교육시키는 대학도 높은 입학 경쟁률과 취업률을 기록하며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소신파 수험생들로부터 인기다. 애완용품, 번식, 분양, 훈련 등 관련 업체들은 물론 애완동물을 수출하는 업체나 개인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펫비즈니스가 21세기의 유망사업’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점차 개인위주로 변하는 상황에서 애완동물을 찾는 수요는 점점 커지고, 그만큼 애완동물과 관련한 비즈니스의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애완견 보험의 등장, 백화점의 애완동물코너 마련, 인터넷을 통한 애완동물거래 증가, 동호회의 증가 등의 사례들이 그런 조짐으로 거론되곤 한다.◆ 애완시장 쑥쑥 …경기따라 울고 웃고이러한 분위기를 말하듯 최근 60여개의 애완견 관련업소들이 몰려있는 퇴계로와 관상어 관상조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40여 점포들이 몰려있는 청계7가의 동대문상가 D동 등을 가보면 부쩍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휴일에는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경기가 나아지면서 애완동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업자들의 말이다.하지만 돈의 여유가 있어야 애완동물을 사고 키울 수 있다. 그만큼 주머니사정에 좌우된다. 펫비즈니스가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8년. 이때부터 차츰 확대된 펫비즈니스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정점에 달했다. 랄스톤 퓨리나 코리아의 김부종 마케팅부장은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었던 95년부터 외환위기를 겪기 전까지 가장 붐을 이뤘으며, 지난 2년간 많이 위축됐다가 올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도마뱀부터 돼지까지 종류도 가지가지이처럼 펫비즈니스가 국내에서 관심을 끈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시장규모나 통계 등은 제각각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시장규모나 이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부실하며, 전문가도 없다”는 것이 공주문화대학 애완동물학과 박병권교수의 지적이다.‘제로니’라는 브랜드로 애완동물사료와 용품을 생산·판매하는 (주)제일제당 드림스에서는 개·고양이 사료의 시장규모가 88년의 20∼30억원에서 매년 20∼30% 수준으로 상승, 올해에는 1천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견용품과 사료시장이 일반적으로 5대5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애완견과 관련된 시장 규모를 3천6백억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개 고양이를 제외한 다른 애완동물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커진다. 반면 랄스톤 퓨리나 코리아의 김부장은 “개와 고양이의 용품과 사료를 합한 시장 규모는 1천3백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고 말해 업계에서도 시장 규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이처럼 애완동물 시장의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데에는 애완동물 번식·판매채널의 증가, 다양해진 애완동물, 관련업계의 빠른 변화 등이 한몫을 한다. 예전에는 애완동물하면 개만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 고양이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새 관상어 토끼 햄스터 원숭이 고슴도치 악어 이구아나 돼지 뱀 악어 페렛 등 종류불문하며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이 가운데 요즘 가장 주목되는 것이 고양이와 고가의 애완동물들. 서울 퇴계로 뚜뚜애견마을의 정미라 사장은 “부정적인 인식으로 과거에는 꺼렸던 고양이를 찾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어 한달에 보통 10마리 정도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리당 1백만원을 호가하는 페르시안고양이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정사장의 귀띔이다.토끼(라이언헤드), 기니피그, 햄스터, 이구아나, 청거북 등 5∼6년전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한 애완동물들도 요즘 인기가 한창이다. 동대문 상가에서 20년 가까이 영남애조원을 운영해온 박일룡 사장은 “개나 고양이에 비해 가격이 마리당 3천∼2만원선에 불과한데다, 덩치가 작아 좁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동대문상가의 관상조전문점들 가운데 새와 함께 햄스터 라이언헤드 이구아나 등을 함께 취급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관상어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열대어나 금붕어라는 단어로 통칭됐던 과거와 달리 취향에 따른 다양한 어종들이 관상어 전문점들의 수족관을 메우고 있다. 동대문 한국수족관의 오종혁씨는 “옛날부터 모양이 변하지 않고 내려온 스포트갑피시나 폴립테리우스 등의 고대어와 색깔이 변하는 디스커스 등 특정어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마리당 1천5백만원까지 하는 홍룡과 같은 고급어종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 동호회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이 오씨의 덧붙인 말이다.◆펫관련 산업 '원님덕에 나팔'애완동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료 번식 분양 경매 미용 병원 등 이와 관련한 다양한 관련사업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사료의 경우 현재 제일대상 우성사료 대한제분 등 6개 국내업체와 29개 외국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아직은 퓨리나 등 수입업체가 우위에 있지만 국내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2년전만 해도 개사료의 경우 외국업체대 국내업체간의 시장점유율이 6대4 정도였지만, 지금은 5대5 정도”라는 것이 제일제당 드림스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상 대한제분 등 최근 개사료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국내외 업체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용품분야도 마찬가지다. 애완동물에게 입히는 옷이나 샴푸 빗 등 미용도구 탈취제 신발 껌 장난감 등 1천5백여종 이상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특히 샴푸나 집, 옷 등 몇몇 제품의 경우 외국으로 수출까지 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수입산이 많지만 국내업체들의 제품이 가격이 저렴한데 반해 품질도 좋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Y애견용품점 조모씨의 말이다.지난 94년 서울애완견경매의 등장으로 첫선을 보인 경매의 경우 이미 서울에서만 2개업체가 영업중이며 부산에서도 설립을 추진중이다. 애견센터 운영주 등 업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경매업체는 번식업자와 경매에 참여한 업자로부터 각각 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번에 보통 70∼80명이 참여하며, 참가자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 한국애견경매장 김희정씨의 말이다.애완견들의 외모를 가다듬는 미용이나 혈통(족보)을 중시하는 애완견의 특성상 애견미용사(트리머)와 번식전문업자(브리더) 등도 인기다. 애견미용사(트리머)를 양성하는 학원의 경우 현재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9개 학원이 영업중이다. 한국애견미용학원 정완진 원장은 “최근 남자수강생이 늘어나는게 눈에 두드러지며, 연령별로는 20~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특히 “취업보다는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게 특징”이라고. 애견미용학원들이 받는 수강료는 1개월에 30만원 안팎. 교육기간은 1년으로 한국애완동물보호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을 거치면 공인트리머자격증을 받게 된다. 애견미용사의 초봉은 70만∼1백20만원선이라는 것이 정원장의 설명이다.번식자의 경우 번식전문업소(종견농장)와 개인적으로 번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정확한 숫자파악이 안되지만 “엄청날 것”이라는게 업자들의 말이다. 번식전문소는 대부분 의정부 곤지암 구리 광명 파주 하남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년 이상 번식업을 했다는 경기도 화성의 김남수씨는 “화성군내 사강 남양 비봉 등 3개면에만 5개에 이를 정도로 번식업소가 많으며, 번식업소들의 거래선(대부분 애견센터)은 대부분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최근 들어 개의 혈통이 중시되면서 개인이 고가의 순종견을 갖고 번식해 판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산신도시에서 마리당 몇백만원씩하는 고가견 아메리칸 코커 스파니엘을 전문적으로 번식·판매하는 이경희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따로 번식장을 갖고 있다”면서 “일년에 평균 20마리 정도를 판다”고 말했다.애완견인구가 늘면서 애완견을 훈련시키는 곳들도 성업중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케이나인애견연구센터라는 훈련원을 운영하는 박재홍 사장은 “전국에 정상적인 훈련소가 40군데 정도지만 소규모 훈련원까지 합치면 숫자는 엄청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비용은 한달에 35만원선으로 테스트 복종 방위 등의 교육과정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애완견 수출업체도 요즘 ‘잘 나가는 곳’들이다. 업계에서는 50여곳의 수출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일본으로 많이 수출되며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홍콩 등으로 수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나박사애견정보의 전홍국씨는 “국내보다 가격조건이 좋아 인편으로 2마리 정도를 데리고 나가 판매하는 일종의 보따리무역으로 수출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며 “한마리에 7천만원 하는 세퍼드도 수출됐을 정도”라고 말했다.펫비즈니스의 성장이 예견되면서 애완동물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학과나 교과과정을 마련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현재 애완동물과 관련해 공주문화대의 애완동물학과와 신구대학의 자원동물학과가 있다. 이들 외에 “낙농학과나 축산과 등이 있는 대학들도 교과과정에 애완동물과목을 포함시키려 하거나 애완동물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들도 있다”는 것이 공주문화대 박교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