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ㆍ포털사이트ㆍ금융기관 등 전용 상품내고 '여심잡기' 바쁜걸음
‘여성시장은 여전히 매력적’. 여성을 향한 유혹에 불이 붙었다. 기존의 남녀구분이 없는 범용성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서 벗어나 여성만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여성 인터넷 사용자가 5백21만명을 넘어선 점을 겨냥해 여성전용의 포털사이트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10대시장을 노린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이동통신업체들도 여성만을 위한 별도의 요금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려 안간힘이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여성만을 겨냥한 상품들을 내보였던 카드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들도 기존의 여성전용상품을 새로 단장하거나, 부대서비스를 개발해 여심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이처럼 한국에서도 여성전용의 서비스나 상품이 늘어나고 여성마케팅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단국대 경영학부 이광주교수는 “경제적 능력과 자아의식이 높아진 여성들을 겨냥한 시장세분화 전략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여성만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소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또 “외국의 경우도 여성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나 상품 개발은 상당기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특히 최근에 선보이는 여성전용서비스들이 여성 가운데 주부들에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부들이 소비생활의 게이트키퍼(Gate Keeper) 즉 상품구매 결정권자로서의 입지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주)동방커뮤니케이션스 플래닝본부 유종숙본부장은 “맞벌이를 하는 기혼여성이 증가하고, 전업주부라도 경제권을 갖고 있는 등 구매결정의 70∼80%가 여성들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여성 특히 주부만에 특화한 상품이나 마케팅은 절대 필요하며, 효과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포화상태. 그래도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2천5백만명을 넘어 더 이상의 신규 가입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동통신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발빠른 업체들이 틈새로 잡고 공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이다. 여성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35% 안팎에 불과한데다,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특히 주부들의 경우 결혼후 해지하는 사례가 많은데다, 통화료부담으로 가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주된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 때문에 이동통신업체들은 주부들을 목표로 한 요금할인이나 부대서비스 등으로 ‘아줌마모시기’에 한창이다.가장 먼저 주부들을 위한 ‘스피드 011 미즈’라는 이름의 상품을 개발해 시장선점에 나섰던 SK텔레콤(011)은 낮시간 할인제와 지정번호 세이브요금제 등 두가지의 요금혜택 서비스로 주부들을 공략하고 있다. 자신의 통화료가 미리 지정해둔 상한액에 도달하면 이를 알려줘 사용할 때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상한요금 알람서비스, 가족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가족찾기서비스, 은행 병원 음식점 등 생활편의 정보서비스 등 부대서비스도 패키지로 묶었다.LG텔레콤(019)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초로 28∼40세 사이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I Woman(아이 우먼)’이라는 여성우대 요금제를 마련했다. 월기본료 1만2천원에 자정부터 오후 2시 사이에 30분간 무료통화혜택을 주는 ‘프리30 요금제’와 자신이 지정한 번호 3개에 대해 10초당 11원의 통화료를 적용, 표준요금의 45% 할인혜택을 주는 ‘지정요금 할인제’ 등 2종류. 요금할인 외에 가입자에게 아이우먼카드를 발급해 놀이공원 극장 등의 할인과 여러가지 문화행사에 초대하는 등의 혜택으로 여성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3월20일부터 판매에 들어가 한달만에 3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여성가입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것이 LG텔레콤측의 설명이다.신세기통신(017)은 주부와 직장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여성전용요금을 마련해 4월1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상품이름은 ‘ⓘ(아이) 레이디’. 주부·미시형과 직장여성형 등 2종류의 상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부·미시형은 자정부터 오후 5시까지, 직장여성형은 통화량이 많은 퇴근시간대부터 아침시간까지 각각 표준요금에 비해 30% 저렴한 10초당 15원의 할인요금을 적용한다.한솔엠닷컴(018)은 여성만을 위한 별도의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요금에 공간개념을 적용한 홈존요금으로 주부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고객이 선택한 지역에서 통화할 경우 통화요금을 50% 할인해주는 것으로 “고정된 장소에서 통화가 많은 주부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한솔엠닷컴측의 설명이다.◆ 여성 전용 포털‘여성 포털사이트 시장을 선점하라!’. 여성네티즌을 겨냥한 여성전문 포털사이트들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부 1백만명 인터넷 교육,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사이버아파트 확산 등으로 여성 인터넷 이용자가 무섭게 늘고 있는 점이 여성 포털사이트 증가의 가장 큰 배경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전체 인터넷이용자 1천3백93만명 가운데 여성이용자가 5백2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여성 특유의 높은 구매력이 대부분의 여성 포털사이트들이 추구하는 수익모델인 전자상거래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는 점도 여성포털사이트 구축경쟁에 한몫을 하고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로 여성네티즌을 불러모은 후 전자상거래를 이용토록 유도한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현재 정보채널과 검색서비스, 무료 e메일, 맞춤정보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전문 포털사이트는 10여개. 여기에 올해 안으로 20개에 달하는 여성 포털사이트가 오픈할 예정이다. 참여 주체도 대기업, 해외자본, 기업 컨소시엄, 대형 출판사 등 쟁쟁하다.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여성포털사이트는 마이클럽(www.miclub.com)과 우먼플러스(www.womenplus.com). 둘 다 획기적인 광고마케팅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먼플러스는 지난해 7월에 사이트를 열어 일찌감치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원조’에 속하는 곳. 최근 화장품 쇼핑몰 코스메틱랜드, 패션쇼핑몰 지엔느 등을 통합한 ‘여성 메가 사이트’로 새 단장했다. 97년부터 시작한 전자상거래 기반으로 월 3억원대의 탄탄한 매출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마이클럽은 이진민 부사장 등 카피라이터 출신 직원이 많은 점을 한껏 활용해 ‘선영아 사랑해’라는 티저광고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이트. 최재봉 마케팅팀장은 “젊은 여성 구미에 맞춘 14개 정보채널 외에 곧 새로운 전자상거래 모델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대기업과 기존 오프라인업체들도 속속 여성포털사이트 개설에 나서고 있다. 디지틀조선, 코리아나화장품, 삼보컴퓨터, 삼성물산 등 7개 기업이 공동투자한 여자와닷컴(www.yeozawa.com)은 올 8월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패션잡지와 일간신문 출신으로 구성된 콘텐츠팀과 개별기업이 축적한 인터넷 노하우가 합쳐진 이 사이트는 둘의 궁합이 어느 정도 그 힘을 발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축적된 정보DB와 정보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 출판업체들도 여성포털사이트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웅진출판사의 해피올닷컴(www.happyall.com)이 올 6월 오픈할 예정이고, 시공사 삼성출판사 서울문화사 중앙M&B 가야미디어 등도 여성 포털사이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최근 오픈했거나 준비중인 여성포털사이트들은 기존 사이트들과의 시장경쟁이 치열한 만큼 질적인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여성잡지 등에 근무했던 기자들이 인터넷기업으로 대거 이동해 콘텐츠 ‘품질’ 경쟁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궁극적인 목표인 전자상거래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콘텐츠의 매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한편 여성전용 포털사이트간 경쟁에 불이 붙은 것과 달리 일부에서는 콘텐츠의 몰개성이나 취약한 수익기반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의 경우 정작 수요자인 여성네티즌들은 “채널 구성과 내용이 별 다를 것 없다”고 할정도로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포털사업의 수익모델이 한정된 까닭에 업계에서는 몇몇 사이트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여자와닷컴의 한영아 부사장은 “치열한 경쟁 후 살아남을 사이트는 6∼8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여성네티즌이 만족할 한국형 고급서비스를 누가 먼저, 얼마나 풍부하게 내놓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금융권도 카드사를 중심으로 여성마케팅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실 여성전용 카드는 이미 3∼4년 전에 나왔던 상품. 그러나 고객들의 반응이 시들해지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9월 LG캐피탈이 ‘LG레이디 카드’를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부터. LG캐피탈은 가입자들에게 영화관 할인, 놀이공원 무료 입장, 성형보험 가입, 결혼관련 서비스 할인, 롯데백화점 3개월 무이자 할부 등의 ‘여성 맞춤’ 부대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올해까지 가입자가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여성전용 카드시장에서 독주했다. 그러자 다른 카드사들도 뒤질세라 기존 자사의 여성전용카드를 대폭 손질해 내놓고 있다. 국민·삼성카드가 각각 ‘e-퀸즈카드’, ‘지엔미(zi&mi)카드’를 선보였고 외환카드는 5월중에 ‘아이 닷 미즈카드(i.Miz)’ 판매를 시작한다.이들은 경쟁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다 자신들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덧붙이는 등 ‘여심’을 잡기 위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신용카드복권제’를 본따 총상금 5천만원을 마련해 ‘e-퀸즈카드’를 이용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매월 1천명에게 상금을 주며, 백화점을 포함한 모든 가맹점에서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 금액이 많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부대서비스를 개발했다.외환카드는 새로운 서비스제공을 위해 별도의 팀을 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주부와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맞춤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 사내 각 부서에서 기혼 사원 4명, 미혼 사원 2명을 뽑아 상품 개발에 투입했다. 이곳에서 마련된 아이디어롤 바탕으로 여성 암보험가입, 부인병 무료 검진, 산후조리원·인테리어용품점·미용실 등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할인 및 우대서비스 등을 마련했다.이처럼 카드사들이 여성전용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여성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을 바라볼 수만 없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김성숙 대리는 “신용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최근 사용자가 급증했다”며 “새로운 수요층 가운데 여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국민카드의 이주송대리도 “사용금액이 많은 우량회원에는 여성이 더 많고, 카드연체율도 남성에 비해 월등히 낮다”며 여성 전용카드시장의 매력을 밝혔다.카드사뿐 아니다. 여성고객의 비중이 워낙 커 일찍부터 여성전용보험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여성 고객을 특화한 마케팅을 펼쳐온 보험사들도 최근 여성네티즌을 겨냥한 서비스경쟁에 한창이다. 삼성생명은 패션 연예계 소식 미용 건강 다이어트 육아 등 6개 여성전문 사이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5월부터 자사 홈페이지에서 여성전문 정보를 제공한다.삼신생명은 아예 30∼40대 주부들을 위한 사이트인 미즈방(www.mizbang.co.kr)을 운영하고 있다.은행들은 가계를 주무르는 주부들을 인터넷뱅킹의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부터 주부 인터넷 교육업체인 우먼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교육과정에 자사의 인터넷 뱅킹 ‘이지뱅크’ 이용법을 포함시켰다. 어떤 주부든 신청만 하면 무료로 4주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조흥은행도 5월부터 자체적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