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한 공격경영 펼치며 이미지 제고 … 디지털 관련제품 투입, 점유율 확대 추진

‘액정왕국 삼성이 움직인다’. 일본삼성이 4월1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10면에 실은 전면광고의 타이틀이다. 전체면의 절반을 차지한 굵은 글씨다. 타이틀옆에 “획기적인 가격과 인터넷판매로 액정보급대작전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마지막 부분에 “상세한 내용은 내일 광고에서 발표합니다. 기대해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일본삼성은 11일에 이어 12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28면)에도 컬러전면광고를 실었다. ‘액정왕국 삼성이 움직인다’는 타이틀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 옆에 ‘PC를 사용하면서 TV도 즐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시대의 세계표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 아래 지난 3월29일 발표한 15인치 TV튜너내장 TFT 액정멀티미디어 모니터 싱크매스터 150MP 등 4개 제품을 게재했다.일본삼성은 일본의 보너스철인 6월 한달 동안 민영방송을 통해 액정모니터제품에 대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이와 함께 닛케이트렌디 아스키 야후등 컴퓨터 정보통신관련 전문잡지와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광고에 나선다.일본삼성은 정보디지털메이커로서의 이미지 홍보와 액정모니터제품에 대한 광고를 위해 모두 6억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이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광고에 나서기는 지난 97년 이래 약 3년만이다.삼성은 반도체 분야의 호황에 힘입어 국내업체로서는 보기드물게 굵직굵직한 이미지 홍보를 해왔다. 95년에 도쿄에서 개최된 월드컵 배구대회와 98년에 열린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는 공식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상당한 브랜드이미지를 다져왔다.◆품질·가격 경쟁력, 올 1만대 판매 자신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98년1월 현지법인인 삼성재팬 삼성전자재팬과 계열13개 연락사무소를 통합 , 일본삼성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구조조정에 온힘을 쏟아왔다. 확대보다는 내실쪽으로 초점을 맞춰왔다.일본삼성이 액정모니터의 인터넷판매전략을 내세워 공격경영으로 전환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정보디지털메이커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정준명 일본삼성사장은 3월29일 도쿄시내 호텔에서 열린 신제품판매 기자회견에서 “액정모니터의 인터넷현지판매를 계기로 가전메이커에서 탈피, 정보디지털제품메이커로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삼성은 가전이미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고가의 노트북 PC를 지난 97년부터 판매했다. 그러나 일본의 두터운 시장 벽을 뚫는데 실패했다. 그 이후 가전제품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삼성은 3월29일부터 인터넷전용 홈페이지 ‘디지털 뎁트(digital Dpt)’를 통해 PC의 모니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액정TV 신제품 4개 기종의 판매에 나섰다. 가격은 9만4천엔(고화질 15인치 TFT 액정모니터)에서 21만8천엔(17인치 TV겸용 멀티미디어 모니터).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물류비와 유통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터넷마케팅의 도입도 공격경영에 나설 수 있게 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삼성의 인터넷 판매는 크레디트카드로 결제된다. 주식회사 소니파이낸스가 결제업무를 대행한다. 하루 24시간 주문 접수를 받는다. 오전4시 이전에 주문된 제품은 원칙적으로 다음날 고객에게 전달한다. 상품은 일본통운의 ‘페리칸’을 통해 배달된다. 전형적인 인터넷 판매시스템이다.외자계가 일본 가전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원인은 유통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 엄청난 마진을 주지 않고는 유통업체와 손을 잡기가 어렵다. 따라서 유통망을 통해 물건을 팔더라도 별로 남는게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판매를 실시하고 나선 것이다.일본메이커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가전메이커들도 유통업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소니가 지난 2월에야 인터넷 판매에 스타트를 끊을 정도다.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이 인터넷을 통한 액정멀티미디어 모니터판매에 나섰다. 유통망 확보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하겠다는게 전략이다.TFT액정 멀티 모니터제품의 뛰어난 경쟁력도 인터넷판매를 앞당기게 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삼성은 TFT LCD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기술력과 생산력에서 경쟁업체에 앞서고 있다. TFT LCD의 99년 생산량은 4백23만6천매. 세계시장의 18. 8%를 점유, 정상을 차지했다. 매출 또한 전년에 비해 1백75%가 증가, 사업개시 이래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95년 첫생산에 나선지 3년만인 98년에 시장점유율 세계정상에 오른 이래 2년 연속으로 이를 유지했다. 2000년에는 TFT LCD 시장이 26%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같은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해 액정 멀티미디어 모니터로 일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삼성의 액정모니터의 품질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인정됐다. 미국의 <타임지 designtimesp=19745> 등이 획기적인 모니터로 소개했다. 인터넷판매에서도 인기가 검증되고 있다. 액정 모니터제품은 지난달 30일 시판에 들어간 이래 하루 20대 정도씩 팔리고 있다. 대당 10만엔을 넘는 고가품인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실적이라는게 시장관계자들의 평가다.정준명사장은 액정 멀티미디어 모니터는 일본시장 공략을 위한 제1탄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액정모니터의 사업첫해인 올해의 판매목표는 약1만대. 금액으로는 20억엔에 이른다. 삼성은 앞으로 순차적으로 디지털 관련제품을 투입, 일본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올 코리아’ 오픈 …인터넷 비즈니스 확대삼성이 일본에 진출한 것은 지난 53년. 도쿄에 사무소를 낸지 46년만인 지난해 5천3백80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와 TFT액정 등의 대량수출로 한국제조업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대형 스포츠이벤트의 스폰서를 맡아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도 앞장섰다.일본삼성이 지금까지 닦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새천년에 대비한 능력을 확보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대변화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나섰다. 그 첫 작품이 바로 B2C(기업과 개인간 전자상거래)인 인터넷 직판사업 참여다.“삼성디지털 뎁트의 개념은 세계 수준을 보다 빨리,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준명사장은 글로벌 마켓에서 인정받고 있는 첨단기술제품으로 고객만족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액정모니터 시대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일본삼성은 25일 한국에 관한 정보전문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올 코리아(all korea)’를 오픈한다. 올 코리아는 한국의 음식 여행정보를 비롯, 테헤란밸리를 대표하는 한국의 벤처기업 등에 관련된 정보를 일본어로 제공한다. 액정모니터판매에 이어 인터넷 비즈니스의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의 인터넷 전략이 일본시장의 두터운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