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조만간 안정될 듯, 일 제로금리정책 포기ㆍ위안화 전화돼도 불리하지 않아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 또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주가가 불안정하게 움직임에 따라 세계금융공황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에 고개를 들고 있는 금융공황 가능성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역시 미국증시에서 제공할 소지가 높다.이번의 세계경제 회복은 과거와 달리 세계주가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주가가 불안하면 곧바로 세계경제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향후 세계주가의 움직임은 미국주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최근처럼 글로벌 투자, 기금(fund)투자가 보편화된 시대에 있어서는 미국주가가 불안하면 금융공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주가 불안으로 각종 기금들이 투자원금에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는 소위 ‘마진 콜(margin call)’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시아 외환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세계주가의 동반불안 양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투자자 심리 공황상태가 최대 악재그러면 향후 미국주가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보다 4월21일 미국주가 폭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우려는 나스닥 주가가 3500선 내외로 떨어짐에 따라 완전치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미국기업들의 1/4분기 실적도 평균 20% 이상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5월16일에 있을 연준리(FRB) 회의에서 금리가 대폭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주가폭락의 요인이었다. 물론 3월 소비자물가가 0.7%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는 0.5∼0.75% 포인트 이상 인상돼야 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3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것은 주로 공급측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3월중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34달러대까지 급등한 점이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다행히 4월 들어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번에 주가불안으로 자산인플레 요인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5월에 열릴 연준리 회의에서 이번 주가를 불안하게 한 예상대로 금리가 0.75% 포인트 이상 인상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문제는 투자자들의 심리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최근처럼 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일 때에는 기업실적, 경제여건과는 관계없이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황상태(panic)를 보이는 것이 최대 악재 요인이다.아직까지 미국경제의 기초여건은 견실하다. 뉴욕 거래소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재정수지 흑자로 국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심리가 공황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이것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많이 확보돼 있는 상태다.최근에 미국주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린스펀 의장과 서머스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정책당국자가 1929년 대공황과 1987년 증시 대폭락 당시와 달리 의외로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인지 모른다. 그만큼 ‘금융공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같다.지난주말 미국주가 폭락 직후 폴 크루그먼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의 미국증시가 1929년 대공황 당시와 다른 점을 들어 미국증시가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된다.◆제로금리정책 포기 뜻 비쳐한동안 잠잠했던 우리 인접국의 금융문제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여러 가지 사안중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커다란 파장이 예상되는 것은 일본의 제로금리정책 포기여부와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능성이다.일본의 제로금리정책은 지난해 2월 이후 경기부양차원에서 추진된 과도기적인 조치이다. 어차피 일본경제가 회복되면 더 이상 가져가기가 힘든 정책이다. 최근 들어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가 서둘러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할 뜻을 비친 것도 이런 각도에서 풀이된다.실제로 일본은행이 제로금리를 포기하느냐 여부는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추세적으로 자리잡느냐에 대한 확신이 서야 가능한 문제다. 96년 이후 일본경제는 연초에 반짝 하다가 하반기 들어 침체되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도 연초에는 2%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이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하려면 이런 양상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일본 국민들의 저축-소비 패턴이 바뀌느냐 여부도 중요하다. 최근에 하야미 총재가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할 뜻을 자신있게 비친것도 최근의 일본경제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최근에 일본 국민들의 저축-소비패턴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 들어 민간소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가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 성격이 강하다.물론 이런 우려가 불식돼 금년 하반기에 제로금리정책이 포기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중에서 95년초에 이어 엔화의 초강세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일한 엔고(高) 저지요인인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이 제로금리정책 포기시점과 맞물려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특히 일본금리의 상승으로 그동안 값싼 엔화 자금을 차입해 여타 통화표기자산에 투자하는 ‘엔케리 트레이딩’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심해지고 있는 일본 투자자금의 귀속성향도 엔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제로금리정책이 포기되면 엔/달러 환율은 1백엔 밑으로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최근에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상승을 방치한 것을 계기로 위안화 절하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앞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게 될 경우 현행처럼 고정환율제를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인민은행이 보여준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추측케 한다.문제는 실제로 위안화가 절하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단 제도적으로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중국이 감내해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홍콩과의 경제통합과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대국형 모델로의 성장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외자유치가 어렵게 된다.실제로 환율변동폭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위안화가 반드시 절하되느냐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해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천5백46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의 수준이다. 무역흑자도 매년 2백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앞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일방적으로 무역흑자를 가져갈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위안화가 절하된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현재로서는 일본이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하든 중국 위안화가 절하되든 간에 우리에게 크게 불리한 점은 없다. 오히려 일본의 제로금리정책이 포기될 경우 예상되는 엔화의 초강세 국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우리 경제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